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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환경 탓에 태아 질병 발생"…대법, 첫 산재 인정

입력 2020-05-01 09:00:04 수정 2020-05-01 09: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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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근로자의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해 뱃속 태아에게 선천적인 질병이 발생하면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는 29일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이 “임신 중 수행한 업무로 자녀에게 질병이 생겼다며 업무상 재해(산업재해)를 인정해달라”고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급여신청 반려처분 취소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제주의료원 간호사 4명은 2009년에 임신해 유산 징후 등을 겪은 뒤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진 아이를 낳았다. 이후 이들은 임신 초기 유해한 요소에 노출돼 태아의 심장에 질병이 생겼다면서 요양급여를 청구했으나 거부됐다.

당시 제주의료원은 불규칙한 교대근무, 부족한 인력 등 노동강도가 높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간호사들이 알약 가루를 분쇄하는 작업을 하면서 임산부와 가임기 여성에 금지된 약들도 다뤘던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에서 간호사와 공단들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 범위에 태아가 포함되는지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공단은 산재보상보험법 적용 대상이 근로자 본인에 국한돼 태아는 요양급여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간호사들은 태아가 엄마의 몸 안에 있을 때 병에 걸린 만큼 모체의 질병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은 임신부와 태아는 단일체이므로 임신 중 업무 때문에 태아에게 발생한 질병은 근로자에게 발생한 업무상 재해라고 판단했다.

반면 항소심에서는 출산한 아이의 선천성 질병은 근로자 본인의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은 이 판결을 다시 뒤집어 "임신한 여성 근로자에게 그 업무를 이유로 발생한 '태아의 건강손상'은 여성 근로자의 노동능력에 미치는 영향(질병)과 관계없이 산재보험법 제5조 제1호에서 정한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이진경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
입력 2020-05-01 09:00:04 수정 2020-05-01 09: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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