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생 한길을 걸으며 대기업에 입사한 뒤, 누구보다 패기넘치는 청춘을 보내다가 네 아이의 엄마가 된 '엄마도 꿈이 엄마는 아이였어'의 저자 역시 정신 없이 육아를 하던 어느날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고. '이제 나한테 남은게 엄마 역할 말고 또 있을까?' 자신에게 남은 꼬리 표는 이제 '경단녀','며느리','아내'밖에 남지 않은 것 같았다.
결혼 전 하고 싶은 것도, 꿈도 많았던 저자는 엄마가 되면서 종종 무력감을 느껴야 했다. 엄마의 역할은 곧 '희생'이라는 정의 아래, 엄마 역할과 나 자신 사이를 맴돌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막다른 골목에 몰린 때, 글쓰기를 만나면서 달라졌다. 이전에는 한번도 글을 써보지 않았지만, 육아를 거치면서 자신이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가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독한 아들 넷 독박육아를 미친 듯이 글을 쓰며 버텼고, 글이 쌓여갈 수록 마음이 차분해졌다. 대기업이나 연봉, 승진 등 숫자로 표현되는 삶이 인생의 전부가 아님을 깨닫게 되면서 엄마가 되어가는 시간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됐다. 이후 저자는 인생을 새로운 시선에서 바라보며 누군가에게 용기를 주는 글을 쓰자는 새로운 꿈을 꾸게 됐다고 한다.
이후 많은 기회가 밀려들었다. 책을 출간하고, 강연을 하고, 라디오 방송에서 자신이 쓴 책을 낭독하고, 브런치에 글을 올리며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했다. 글을 쓴지 일년만에 작가가 되기까지, 삶은 예측할 수 없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물론 그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많은 시도와 실패 끝에 자신만의 땅을 찾게 됐다. 저자는 스스로 한계를 규정짓지 않고 열어두면 세상은 그만큼 자리를 내어준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 책은 모든 엄마에게 자신만의 영역을 확보할 것을 권유한다. 글을 쓰든, 노래를 부르든, 그림을 그리든, 봉사활동을 하든 자신이 잘 표현할 수 있거나 의미를 두는 무엇인가를 찾으면 삶이 훨씬 풍성해진다고 말이다. 그렇게 찾은 꿈은 엄마라는 역할을 넘어 한 사람의 삶을 알차게 만들어 준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신을 사랑하고 노력하는 엄마의 모습은 분명 아이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또한 전업주부의 삶을 응원하고 있다. 누군가는 저자 같은 전업주부를 '놀고 먹는 사람'으로 표현하지만 사실 이들은 하루하루 힘겹게 육아를 하고, 가사노동을 견디고, 열심히 일하고 꿈을 꾼다. 전업주부는 '집에서 육아와 가사만 전문으로 하는 주부'가 아니다. '매일 누구보다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앞으로의 가능성이 무한한 사람'이다.
결혼과 육아를 경험한 여성이라면, 새로운 꿈을 찾고 싶어하는 엄마라면 이 책을 펼쳐보길 추천한다. '이제 나한테 남은게 엄마 역할 말고 또 있을까?'라는 생각은 잠시 접어둔채로.
저자 김아영 | 출판 왓어북
이진경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