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아야젤 슬래이(Ayasel Slay) (사진 = 유튜브)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여성 래퍼가 자신의 랩 가사에 사우디아라비아의 성도(聖都)인 '메카'를 넣었다가 현지 경찰에 체포될 위험에 처했다.
24일(현지시간) 알자지라 등 외신은 메카가 "전통과 관습을 해쳤다"는 이유로 래퍼 아야젤 슬래이를 수배했다고 보도했다.
슬래이는 지난 주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노래 '메카 여자'(Bint Makkah)의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이 노래에서 슬래이는 자신이 메카 사람이며 이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이야기한다. 슬래이 본인을 비롯해 영상에 등장한 댄서들은 모두 현지 관습에 어긋나지 않는 복장을 하고 있다.
심지어 이 곡은 이슬람의 전통적 가치에 부합하는 여성관을 드러내는 것으로 보인다. 가사에서 슬래이는 "나(메카 여자)와 함께라면 '수나'를 지킬 수 있지. 나와 함께라면 너도 천국에 갈 수 있지"라고 노래한다. '수나'란 이슬람교의 전통 율법을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카 정부는 해당 노래를 불경한 것으로 간주하고 뮤직비디오 제작에 관여한 인물들을 모두 기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업로드 됐던 뮤직비디오 영상은 삭제됐다.
당국은 트위터를 통해 "메카의 주지사 칼리드 빈 파이살 왕자는 랩 곡 '메카 여자' 관계자를 모두 체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며 "해당 곡은 메카 시민들의 관습과 전통을 공격하는 것으로, 자긍심 높은 우리 시민들의 정체성 및 전통에 맞지 않는다"고 전했다.
메카 시의 결정에 일부 네티즌들은 인종차별적인 견해를 드러내며 슬래이를 비난했다. 이들은 슬래이가 아프리카 출신일 것이며, 따라서 메카 사람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이 아프리카 여자가 수감되고 자기 나라로 돌아가길 바란다"며 "즉시 추방이 답이다, 메카 출신이라고 말하는 다른 외국인들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네티즌들은 이런 시각에 반박했다. 한 네티즌은 "일부 사람들은 이 래퍼가 흑인이니까 메카 출신이 될 수 없다고 하는데, 그러면 메카 시민들이 원래는 금발의 파란눈이라는 것이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다른 네티즌은 "이 사람은 머리도 가렸고, 문제가 될 말도 하지 않았다. 문제라면 그가 흑인이라는 사실 뿐이다. (메카 정부는) 흑인 사우디인이 사우디를 대표하는걸 원치 않을 뿐이다"고 주장했다.
방승언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