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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가짜 코로나 지도'는 어떻게 세계로 퍼졌나
입력 2020-02-20 16:51:35 수정 2020-02-20 16:5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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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19일부터 오늘 사이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감염 확진자가 속출하자 '격리 중이던 환자가 탈출을 시도했다'는 내용의 가짜 뉴스가 생산돼 일부 시민들을 혼란에 몰아넣었다. 보건당국이 매일 신종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과 사투를 벌이는 가운데 이러한 노력을 저해하는 가짜 뉴스는 끊임없이 확산돼 물의를 빚고 있다.

최근 해외에서도 코로나19에 관해 불필요한 불안감을 조성하는 하나의 이미지가 논란을 일으켰다. 해당 이미지는 10년 전 만들어진 전 세계 항공 네트워크 지도지만, 이것이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 경로라고 잘못 보도된 것이다. 19일(현지시간) BBC는 이 지도가 어떻게 전 세계의 언론으로 퍼져나갔는지 그 경위를 설명했다.

이번달 초 영국 사우샘프턴 대학교 앤드류 태텀 지질·환경학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우한 출신 중국인들의 해외 이동경로를 추정하여 각국 주요 도시의 감염 확산 가능성을 도출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은 지난 몇 년 간의 익명 처리된 휴대전화 및 IP 주소 데이터와, 춘절(春節·중국 설) 연휴 15일 전을 기점으로 기록된 중국인들의 비행기 여행 데이터를 종합해 연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사우샘프턴 연구팀이 자신들의 연구내용을 트위터로 공유하면서 연구와 관련 없는 문제의 지도 사진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그저 자료사진으로서 지도를 게재했지만 연구에 직접 관련된 이미지가 아니란 사실을 미처 언급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몇몇 네티즌은 "연구 결과를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냐"고 물었고, 연구팀은 "아니다"고 답했다. 연구팀은 이어 "세계의 항공 네트워크가 얼마나 방대한지 보여주기 위한 예시 이미지"라고 설명한 뒤 끝내 게시글 자체를 삭제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미 가짜뉴스는 확산된 다음이었다. 먼저 호주 매체들이 지도를 인용했고, 뒤이어 영국 매체들인 더선, 데일리메일, 메트로 등도 문제의 그림을 보도했다. 영국의 대표적 타블로이드 '더선'은 트위터 계정을 통해 지도를 전면에 내세우며 "코로나바이러스의 마수에서 어떤 국가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공포스러운 사진"이라는 자극적 헤드라인을 달고 뉴스를 더욱 퍼뜨리기도 했다.

호주 TV방송국 '7뉴스'의 경우 아예 해당 이미지를 다루는 보도 영상을 만들고, 이를 소셜미디어에 업로드해 7백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영상에 등장한 기자는 지도 속의 빨간 선들이 우한시를 '탈출'했다고 알려진 500만 명의 중국인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자가 언급한 '500만 중국인'은 사우샘프턴 연구팀의 연구 내용에 포함된 수치 조차 아니며, 중국 우한시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했던 추정치다.

7뉴스는 뒤늦게 관련 기사에서 문제의 이미지를 삭제했다. 그러나 이미 아랍, 러시아, 폴란드, 베트남 등 국가의 매체가 동일한 가짜 뉴스를 보도한 뒤였다. 미국의 보수 논평가 글렌 벡이 진행하는 라디오 쇼에 등장한 한 게스트도 "영국 과학자들이 중국 출신 여행자 6만 명의 휴대전화를 추적해 지도를 만들었다"며 잘못된 뉴스 확산에 일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방승언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
입력 2020-02-20 16:51:35 수정 2020-02-20 16:5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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