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차림 선택에 있어 까다로운 자녀를 둔 부모라면 한 번쯤 생각해봤을 것이다. 아이들 옷 입히기는 왜 이렇게 힘들까? 그리고 매일 겪는 이 '옷입히기 전쟁'은 과연 언제 끝날까?
최근 뉴욕타임즈 웹사이트 육아(Parenting) 섹션에는 이런 질문에 대한 일말의 해답이 제시됐다. 뉴욕타임즈 저널리스트 제시카 그로스가 말하는 아이 옷입히기의 비밀과 해법을 공유해본다.
옷차림에 관련된 아이들의 심리와 행동에 대한 연구는 아직 많이 진행된 바가 없지만 그로스는 의학과 교수 등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얼마간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고 전한다.
우선 아이가 옷 선택에 있어 까다로워지는 원인은 아동 발달학적 차원에서 파악해볼 수 있다. 1900년대 중엽에 활동한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은 심리 발달의 8단계를 제시하고 그 중 일곱번째 단계를 '자율 대(對) 수치심과 의심'의 단계로 명명했다. 에릭슨에 따르면 이 일곱 번째 단계에 접어든 아이들은 자신의 자율권이 미치는 한계를 실험해보려는 성향을 띤다. 미국 테네시대학 의학과 조교수인 샐리 베빌 헌터 박사는 "영아 및 미취학아동이 자신에게도 자율권이 있다고 믿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이런 '자율권'을 발휘할 기회는 많지 않다. 옷을 고르는 과정은 그 몇 안되는 기회 중 하나인 셈이다. 인디애나 대학교 의학과 교수인 애런 캐롤은 "아주 어린 아이들은 자율권을 확립하거나 자기 의사를 표명할 수 있는 방법이 매우 적다. 하지만 무엇을 입을까 하는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다소의 통제권을 쥐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자율성을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있다고 해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진 못한다는 점이다. 때문에 계절에 맞지 않는 옷, 어제 입었던 옷, 더러운 옷 등을 입으려는 등 어른 입장에서는 황당한 고집을 부리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의 고집을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다. 이 시기 아이들에게 충분한 자율권을 발휘할 여지를 주지 않으면 아이들은 수치심과 자기 능력에 대한 의심을 품게 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그렇다면 아이들의 자율권을 억누르지 않으면서도 아이들에게 합리적으로 옷을 입히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래에 몇 가지 조언을 정리해봤다.
선택하게 해준다
아이들에게 적절한 옷을 몇 가지 제안한 다음, 아이들이 그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하자. 선택권은 존중하면서도 완전히 엉뚱한 옷을 고르는 일은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
고집은 그냥 두고 다른 부분을 바꿔라
전문가들이 모두 동의한 유용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 눈오는 겨울날 아이가 드레스나 치마만 입겠다고 고집을 부린다면, 굳이 거기에 반대하지 말자. 대신 치마나 드레스 중에 따뜻한 것을 골라서 주고, 치마 안에 바지를 입힌 뒤 두꺼운 겉옷을 입히자.
다만 이 전략은 아이가 나이듦에 따라 효과가 점점 작아진다. 아이가 잔꾀를 부리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부모 시야를 벗어난 순간 맘에 안 드는 옷가지만 벗어던질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취향을 존중받아온 아이들일수록 부모가 제안하는 옷을 받아들일 확률은 그나마 더 큰 편이라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입기 싫어하는 것도 정상이다
많은 아이들이 집 안에서는 반나체나 다름 없는 차림을 좋아한다. 물론 아이들에게 장소에 따른 예의바른 옷차림을 가르칠 필요는 있겠지만, 집안에서까지 항상 옷을 전부 입도록 강요하지는 말자. 다만 '다 벗어도 되는 시간'은 따로 정해둔다. 이를테면 '목욕 직후, 잠옷 입기 전'과 같은 시간을 특정해주는 것이 좋다.
도움이 필요한 시점은?
비록 '옷입히기 전쟁'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는 하지만, 예외는 있다. 전문가들은 옷입히기 전쟁이 매일같이, 매번 너무 길게 반복되거나, 부모가 옷 입히는 상황을 기피하게 될 정도로 심각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문제를 파악해보라고 권유했다.
방승언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