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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나무의 공동육아이야기] 별명과 평어문화(下)
입력 2019-12-24 23:35:02 수정 2019-12-24 23:3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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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렇게 평어 문화에 젖어 있던, 걱정스러워 보이는 아이들도, 어느새 8세가 되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또 금방 존댓말 문화에 적응을 한다는 것이 공동육아어린이집 졸업 선배 부모들의 조언이다. 그러니 크게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들을 믿고 기다려보자!

그리고 나는 때로는 딸과 자기 전에 어린이집 생활이나 아이의 고민은 없는지 물어보곤 하는데, 가끔은 말하기 싫어하기도 하지만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듯 내밀한 이야기를 털어놓을 때가 있다. 나는 영원히 딸아이와 친구처럼 편히 대화할 수 있는 관계이고 싶다. 아이가 사춘기를 지날 때도 조그만 창을 열어두고 기다려주며 친구처럼 편하게 대화를 하고 싶기도 하다.

그렇지만 결국 모든 것이 부모의 선택인 것 같다. 조금 더 어리고 예민할 때 이런 문화 속에서 자신을 표현하는데 자유롭게 해 줄 것이냐, 타협점을 찾을 것이냐, 아니면 말 것이냐의 선택지 중에서 말이다. 물론 존댓말을 한다고 표현을 자유롭게 못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나도 존댓말로 나에게 말을 거는 아이가 솔직하게 순간적으로 더 예쁘다.

하지만 아이의 내밀하고 솔직한 이야기를 듣고, 고민상담사가 되고 싶은 나는 평어 문화가 아이들의 표현 영역을 조금 더 확장시켜줄 수 있는 가능성에 조금 더 집중하고 싶은 것이다.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라도 아이가 엄마인 나에게 말을 할 때는 평어로 편하게 많은 이야기를 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

여하튼 그래서 우리 가정의 별명을 지으려고 하니 내가 원래 하고 싶었던 별명이 이미 어린이집에 있어 조금 난감했다. 생각지 않았던 새로운 별명을 지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럼 우리 부부의 별명은 뭐라고 지었을까? 주로 자연과 숲에서 자연놀이를 하는 함께크는어린이집을 ‘숲’이라 생각하고 그 속에 있는 우리 가족을 연상하고 만들었다.

먼저, 필자의 별명인 '연필나무'는 터전에 숲 나들이 가는 아이들과 함께 숲에서 생활하며, '연필'을 열매로 맺으라는 꿈을 담아 지었다. 공동육아어린이집에서 즐겁게 노는 아이들을 보며, 함께 놀고 좋은 글과 동화를 쓰겠다는 나의 작은 꿈이 반영됐다. 어쩌면 지금 쓰고 있는 이 에세이가 그 시작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누군가가 내 별명을 불러줄 때 가끔은 처음 내가 함께크는어린이집에 들어와 별명을 짓던 마음을 떠올리고 다시 마음을 다잡기도 한다.

'곰발바닥'은 짝지의 별명이다. 짝지는 곰 같이 크고 귀여운 느낌이 있고, 뭉툭하고 두껍고 큰 발이 특징이라고 생각해 곰발바닥으로 지었다. 숲을 돌아다니는 곰(발바닥)이 연상된다. 언뜻 보면 곰이 둔한 것 같아도 예민하고 빠르다. 그리고 있는 듯 없는 듯 숲에 곰발바닥 자국을 많이 남기고 다녔으면 하는 염원도 담았다.

마지막으로 유명한 김춘수의 <꽃>이란 시를 남기고 싶다. 시어 중 '이름'을 '별명'으로 바꿔 읽어보길 바란다.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입력 2019-12-24 23:35:02 수정 2019-12-24 23:35:02

#공동육아어린이집 , #반말 , #연필나무 , #공동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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