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소개서는 공동육아어린이집 입학신청서라고도 할 수 있는 중요한 서류로, 우리 아이가 유아기를 어떻게 보냈으면 좋을지, 그에 대한 부모의 생각을 묻고 우리 아이에 대해 어린이집에 알려주는 질문들이 대부분이었다.
어린이집을_졸업한_아이들이_교사에게_남긴_편지들1_ⓒ_비단거북이
공동육아어린이집 가입을 결심하게 된 계기
공동육아 참여 전 부부간의 충분한 합의 여부
공동육아어린이집 식단 내용과 그에 대한 동의 여부
어린이집에서 합의하여 지키고 있는 주요 운영 규칙에 대한 소개와
이에 대한 동의 여부와 기타 의견, 기타 바라는 사항
아이를 키우는 데 중시하는 사항, 현재 하고 있는 사교육 여부와 내용
언어, 대소변, 장애 등 아이의 현재 발달 상태와
알레르기나 체질 등 특이사항, 수면시간, 식습관 등 아이의 생활패턴
주양육자와 부모 외에 잘 따르는 사람은 누구인지
주된 등하원 담당자는 누구인지
현재 거주지에서 아이를 등원시킬 방법은 무엇인지?
먼저 내가 질문에 답을 하며 가족소개서를 작성해 나갔고, 남편이 내 답변을 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의견이 다른 부분은 대화를 통해 하나하나 수정해나갔다. 일주일 정도 생각을 했고 이틀 정도 나누어 써내려갔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 부부는 이 서류를 작성하며 우리가 왜 공동육아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려고 하는지, 아이에 대한 교육관을 세심히 공유하고 의견을 좁혀갈 수 있었다.
그렇게 작성하고 가족면접을 보러 갔다. 개인 면접도 아니고 가족면접이라. 떨렸지만 우리만 면접을 당하는(?)것이 아니고 우리도 매의 눈으로 질문을 역으로 하며 어린이집을 살펴볼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아이의 하루 일정을 어떻게 이렇게 자세히 알고 있느냐고 물었고 아빠와 엄마가 함께 대화를 하며 가족소개서를 적은 과정을 신기해했다. 아이가 앞으로 어떻게 컸으면 좋을지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나누고, 어린이집에서 합의하여 지키고 있는 주요 운영 규칙에 대해 다시 한번 설명을 들었다. 출자금에 대한 설명과 등원 시간은 9:30 이전, 하원은 오후 5시부터 이뤄진다는 점, 터전의 일일청소는 첫째 아이의 부모가 순번제로 월 1회 정도 담당한다는 점 등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린이집에 대해 우리 가정이 궁금한 점에 대해 물었다. 대화는 점점 편안해졌고 면접을 보던 낯선 그들은 어느새 우리 가족과 함께 육아 고민을 나누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가 1살 둘째를 데리고 가족면접을 보는 동안 3살 첫째는 거실에서 놀고 있었는데 면접을 끝내고 나오자 아이가 환하게 웃었다. 뒤이어 한 아빠가 나타나 우리가 면접을 보는 동안 첫째 아이가 어떻게 지냈는지 리뷰를 해줬다. 처음에는 낯설어 하더니 이내 나무 장난감 등을 탐색하다가 큰 울음 없이 잘 지냈다는 이야기였다.
재학생_모꼬지_단체_사진_ⓒ_비단거북이
어떤 놀잇감을 좋아하고 안 좋아했다는 자세한 리뷰를 낯선 아빠에게 듣다니 기분이 묘했다. 사실 처음 보는 낯선 아이를 엄마도 아니고, 아빠가 이렇게 자연스럽게 잘 보고 리뷰도 해줄 수 있을 정도라니, 순간 이 곳 공동육아어린이집에 다니는 엄마아빠들이 크게 느껴졌다.
오, 이 어린이집, 뭔가 좀 놀라운데??!!
우리는 면접을 보고 와서 떨리는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돌아보니 10/21 설명회, 10/28 가족면접, 11/5 신입조합원 선발 여부 발표까지 숨가쁜 시간을 보냈음을 알 수 있었다. 합격 발표일까지 혹시나 떨어지면 어쩌나, 지원까지 최선을 다했으니 괜찮아, 두 마음이 왔다갔다 했다. 합격 발표일에 오후 3시가 지나도 답이 없자 짧은 시간 안에 체념도 했다.
그때였다!
"안녕하세요? 함께크는어린이집입니다. 2017년도 신입조합원으로 선발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자세한 안내사항은 메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행복한 조합생활이 기대되네요! 감사합니다"
만세!
아니 무슨 대학 합격도 아닌데 이리 기쁠 수가! 남편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외식을 어디로갈까 호들갑을 떨기도 했다. 우리 아이와 우리 가정이 함께 할 공동육아어린이집 생활이 기대되고 설레었다. 아기를 낳고 오롯이 우리 가정안에서 키우던 시간들을 뒤로 하고 함께,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는 시간으로 우리를 만들어갈 수 있기를 바라며 첫 등원일만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