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함께크는어린이집 제공
어느날 후배가 공동육아어린이집을 보내기 위해 이사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국공립어린이집도, 영어유치원도 아닌데 얼마나 좋길래 이사까지 하는건지 궁금해졌다.
검색에 열을 올리다 보니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이라는 단체가 전국 공동육아어린이집을 운영하며 어린이 복지와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애쓰고 있었다. 우리 집에서 가까운 곳은 서초구 양재1동·우면동의 '함께크는어린이집'이었다. 매해 10월에 설명회가 있으며 등원 상담을 받고 싶으면 '대기자등록' 메뉴에 정보를 남겨야 했다. 산과 숲길을 혼자 걸을 수 있는 4세부터 등원이 가능해, 당시 2살이던 첫째는 1년 반을 기다려야했다.
함께크는어린이집은 2층 단독주택으로 텃밭과 모래판, 나무 인디언 텐트, 크고 작은 나무들을 갖춰 아이들이 흙과 가까이 생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무·헝겊장난감들, 졸업생·교사들·재원가정의 모꼬지사진들, 아이들이 교사에게 직접 쓴 편지도 정겹게 다가왔다.
함께크는어린이집 설명회 장소는 아이들 데려온 부모들로 가득 찼다. "공동육아는 말 그대로 '아이들을 함께 키우자'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함께'란 나뿐 아니라 이웃, 지역사회, 국가가 우리 모두의 아이들을 함께 책임지고 키워보자는 뜻입니다. 특히 형제자매가 적은 요즘 현실에서 아이가 더불어 사는 삶이 아름답다는 것을 알고, 부모들도 더불어 살 수 있는 공동체적인 삶을 경험할 수 있는 공동육아는 '내 아이 바라보기'가 아니라 '세상과 더불어 살아가기'입니다"
다소 거창하고 어렵게 느껴졌지만 ‘함께 아이들을 키운다는 것이 뭘까?’에 대한 질문이 머릿속에 남았다.
설명회를 다녀와 함께크는어린이집과 원래 고려하던 국공립 어린이집을 두고 고민을 하는데 남편이 이런 말을 했다. "우리 아이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보내고 싶어. 내가 교육에 대해 생각해왔던 부분이 설명회를 가보니 거의 일치하더라고. 나는 영어유치원보다 이곳이 더 좋은 것 같아. 아이들이 자유롭게 자연 속에서 뛰놀며 즐겁게 지내는 곳, 게다가 다양한 어른들과도 친근하게 지내면서 색다른 경험도 할 수 있는 곳이야. 이런 곳이 있다는 걸 알게 해줘서 고마워" 생각지 못한 남편의 말에 고민하던 내 마음은 확고히 정해졌다.
그리고 함께크는어린이집에 세 명의 아이를 12년째 보내던 아빠 '피노키오'가 남긴 말이 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공동육아의 꽃은 보통 7세라고 해요. 그때 우리 아이들은 우면산 날다람쥐처럼 뒷산을 날아다녔어요. 엄마 아빠도 쉽게 못 쫓아다닐 정도로 체력이 좋아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