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5년차 애둘맘 A씨는 최근 육아를 둘러싼 남편과의 입장차를 놓고 내심 서운함을 토로했다.
첫 아이 만삭 때 까지 직장생활을 했던 A씨는 이후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반복한 끝에 퇴사를 결정, 현재는 육아에만 전념하고 있다.
직업 특성상 주 2~3회 지방출장을 다니는 남편 홀로 외벌이긴 해도 빠듯한 살림은 아닌데다, 남편도 12시간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겨야 하는 상황보다는 아내가 전적으로 케어해주길 바랐기에 내린 판단이었다.
고된 업무로 늘 고생하는 남편은 평소에도 가사와 육아 등을 함께 도맡아주며 배려해주었던 터라 결혼생활 내내 특별한 부부싸움도 없이 잘 지냈던 A씨는 최근 남편과의 언쟁에서 적잖게 충격을 받았다고 하소연했다.
육아와 가사분담은 한 쪽의 역할이 아닌 부부의 영역이라는 생각을 남편도 공감할 것이라고만 여겼던 것과는 달리 실제 남편의 속내는 달랐기 때문이다.
하루는 신랑이 출장으로 일찍 퇴근한 날이었다. 둘 째는 A씨가 재웠고, 첫 째는 아직 잠 들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남편이 첫째를 재워주길 바라는 눈치로 A씨는 “애들이 자야 그게 나한테 퇴근이야. 얼른 재워서 자유시간 갖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에 남편은 “육아는 너의 일이고, 나랑 첫째는 아직 자고 싶지 않은데 재우고 싶으면 니가 재우면 될 것이지 나한테 뭐랄 게 아니지 않느냐”라고 했다.
평소 옆에서 많이 도와주는 남편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신랑은 아내의 주 업무가 육아이고, 자신의 주 업무는 밖에서 돈을 벌어오는 것으로, 아이를 재우는 것까지 아내의 일이며 퇴근해서까지 자신이 애들을 돌보는 건 일을 못 끝낸 아내의 업무를 도와주는 것이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반대로 A씨는 자신의 주 업무가 육아인 건 맞지만 남편과 달리 퇴근시간이 따로 없는 만큼 애들이 자야 비로소 퇴근이오, 주업무 시간은 엄밀히 신랑이 집에 들어오는 시간으로써 이 이후에 아직 애가 안 잔다면 같이 분담해야 하는 부분이라는 입장이다.
남편의 육아 분담이 당연한 것이라 여겼던 A씨와 달리 '도와주는' 것이란 인식이 강한 남편의속내를 알고 나니 여간 답답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
가사 분담에 대한 인식이 크게 개선된 것과 대조적으로 실제 가사를 공평하게 나누는 가구는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70%가 넘는 가구에서 부인이 가사를 주도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8 일·가정 양립 지표'를 보면 올해 가사를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전체의 59.1%로 1년 전(53.5)에 비해 늘었다. 2008년 32.4%에 그쳤던 이 비율은 2012년 45.3%, 2016년 53.5%를 거쳐 60%에 다다랐다.
이와 함께 가사를 부인이 주도해야 한다는 인식도 크게 줄었다. 가사 분담과 관련해 '부인 주도'라 답한 비율은 올해 38.4%로 1년 전(43.8%)보다 감소했다. 이 비율은 2008년엔 66.5%에 달했었다.
다만 가사 분담 실태를 보면 여전히 부인이 주도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남편의 76.2%, 부인의 77.7%가 가사를 부인이 주도하고 있다고 답했다. '부인이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남편(21.9%)보다 부인(26.9%)가 많았지만 '부인이 주로 하지만, 남편도 분담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남편(54.3%)이 부인(50.8%)보다 많았다.
실제 가사를 공평하게 분담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남편이 20.2%, 부인이 19.5%에 불과했다. '남편이 주도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남편이 3.7%, 부인이 2.8%에 그쳤다.
공평하게 해야 된다는 인식은 늘고 있지만 실제 분담 비율은 여전히 낮으며, 남편과 부인 간 인식 차이도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A씨의 사연에 누리꾼들은 “육아가 왜 아내만의 일인가요? 업무라고 하셨는데 그럼 아내분은 365일 24시간 쉬는날없이 근무중이네요? 애는 혼자 만들었대요? 육아가 전업주부인 아내만의 업무라면 남편분은 그저 돈만벌어다주는 ATM기기로밖에 안 보이네요”, “ 외벌이면 집안일은 아내 담당일 수도 있지만 육아는 다르지. 육아는 애낳는 순간부터 물리적으로 부부 둘다가 함께해야 하는건데.”, “남편분. 뭔가 착각하시는거같은데요. 집안 살림을 아내한테 그렇게 말하는 건 이해합니다만 (전업이시라고 하니까) 실제 아이가 둘이나 있음 거의 육아에 올인하게 되다보니 집안일이 어렵죠. 근데. 육아는 같이 하는겁니다. 본인 자식 키우는걸 업무라고 생각하면 자식키우는 부모 1도 없을걸요? 엄마들이 우스갯소리로 육아퇴근 하며 얘기하지만 실제 퇴근이 퇴근이 아닙니다" 등의 반응을 내놨다.
이 밖에도 "저도 지금 새벽4시에 깬 6개월딸 아이 안고 재우면서 쓰는거고요. 저희도 외벌이이고 남편 퇴근해서 오면 무조건 딸아이 돌보고 전 밀린 집안일 합니다. 평소에도 잘 케어하셨음 어느정도 알고 계신거 아니신가요? ”,“남편분, 내 자식 키우는 일인데 내 업무가 아니라 나는 안해도 된다 라고 생각하는거 자체가 이상하죠. 집안일은 전업주부의 몫이지만 육아는 공동의 몫이에요. 아이는 엄마만의 소유가 아닙니다”, “저희신랑이랑 같은 생각을 하고있네요. 심지어 저희신랑은 애랑 놀아주는것 빼고는 육아살림에 도움을 주지않습니다. 저도 충격을 받아 요즘 더 일하고 싶어 죽겠어요.”, “남편이 육아를 많이 도와주는편? 도와주긴 뭘 도와줘요. 육아는 같이하는거에요.. 차라리 어린이집에 맡기는 한이 있더라고 다시 일을 시작하시던지요”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권희진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