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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개학연기에 미세먼지까지…“아이 키우기 너무 힘들다”

입력 2019-03-04 17:40:09 수정 2019-03-04 17:5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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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유치원 ‘무기한 개학연기’ 발표로 주말 내내 학부모들의 혼란이 이어진 가운데 최악의 미세먼지 공습까지 겹치면서 지역 맘카페와 온라인 커뮤니티 곳곳에서는 “아이 키우기 너무 힘들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28일 한유총은 유치원 개학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밝혔으나 오늘(4일) 일부 유치원들의 개학 연기가 철회되면서 우려했던 ‘보육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당장 코앞의 입학 일을 앞두고 주말동안 마음을 졸였던 유치원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사립 유치원의 일방적인 입학연기 통보에 대한 비난여론이 확산됐다.

대전 모 맘카페에서는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이 1미만으로 떨어진 이유가 있다”며 “아이를 이용해 제 배만 불리려는 탐욕스러운 유치원 원장들에 치가 떨린다”는 글을 올렸다. 이어 “이런 나라에서 이 아이를 낳아서 살게 하는 게 맞는 건지 여러 생각이 든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주말에 자고 일어나니 ‘입학연기’ 단체 문자가 한통이 달랑 와있었다"는 포항 맘카페 회원은 “유치원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마당에 아이를 안 보낼 수도 없고 너무 답답하다"고 했다. 이어 “유치원에서 인성교육하면 뭐하냐”며 “교육자들 본인들의 인성부터 챙겨야 하지 않느냐”고 비난했다.

유치원 사태와 더불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농도 미세먼지까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예정대로 아이를 유치원에 등원시킨 부모들도 걱정을 내려놓지 못했다. 4일 한국환경공단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오전 10시 기준으로 서울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당 130㎍(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을 기록했다. ‘매우 나쁨(76㎍/㎥ 이상)’ 기준의 두 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둘째 안 낳는 이유는 미세먼지 때문”이라는 일산 맘카페 한 회원은 "언제까지 이런 공기 속에서 아이들을 키워야 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당장 밖에서 못 뛰어노는 게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이 이런 공기를 꾸준히 마시다 3~40년 후 성인이 됐을 때 온갖 폐·기관지·뇌질환 등등이 발생할 것 아니냐”며 걱정스런 마음을 내비쳤다.

연일 계속되는 미세먼지와 유치원 입학 스트레스에 “이제 화도 안 나고 그냥 눈물만 난다”는 죽전 맘카페 회원은 “저출산 국가라 애 낳으라고 나라에서 지원해주고 도와주겠다고 했으면서 미세먼지 속에 애들을 방치하면 어떡하냐”며 “어린이집 유치원 보내는 것도 왜 이리 힘드냐, 초등학교 갈 때 또 다른 일 생기는 거 아니냐”는 글을 올렸다.

지난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가뜩이나 아이를 낳지 않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정부와 사립유치원간의 힘겨루기와 대안이 보이지 않는 미세먼지 스트레스까지 겹쳐 학부모들의 무기력증까지 양산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주말 동안 온라인 커뮤니티 곳곳에서는 ‘한유총 퇴출’과 ‘미세먼지 중국에 대한 항의’를 청원을 독려하는 글도 쏟아졌다. “유치원도 답답, 미세먼지도 답답, 한국은 노답”이라고 글을 올린 네티즌은 청와대 국민게시판 링크와 함께 “내가 사랑하는 나라인데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 나라가 되어버렸다”며 “청원한다고 뭐가 바뀔까 싶지만 자꾸 목소리를 내야 그들도 알아듣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일하는 엄마’라 죄스럽다는 포항지역 맘카페 회원 역시 “하루종일 어이가 없는 미세먼지에, 더 어이없는 유치원 사태에...설레야 할 새학기에 이게 무슨 가당치 않는 일이냐”며 정부와 교육 관계자들이 하루빨리 근본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했다.

한편 한유총 소속 일부 사립유치원들이 개학 연기를 강행하자 서울시교육청은 4일 오후 한유총의 법인 인가를 취소키로 확정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5일 오후 3시 서울시교육청에서 한유총 사단법인 설립허가를 취소하는 공식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이진경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
입력 2019-03-04 17:40:09 수정 2019-03-04 17:55:18

#유치원 개학연기 , #미세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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