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설날에는 왜 떡국을 먹어요?” 귀성길 차 안, 아이가 불쑥 묻는다면?
민족 최대 명절인 반가운 설날. 오랜만에 만난 친지들과 푸짐한 설음식을 먹으며 덕담을 나누는 것도 좋지만, 아이들과 함께 설날의 의미에 대해 되짚어 보며 한 해의 시작을 음미해 보는 일도 뜻깊을 것이다. <키즈맘>이 아이들에게 설명해줄 수 있는 재미있는 설날에 얽힌 이야기와 의미에 대해 소개한다.
▲ ‘설’이라는 말은 어디에서 왔을까
‘설’은 순수한 우리말로 어원에 대한 여러 가지 해석이 있다. 먼저 ‘설’이란 용어는 나이를 헤아리는 말로 해석하기도 한다. 해가 바뀌어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첫 날인 ‘설’을 쇨 때마다 한 살 씩 더 먹는데, 결국 ‘설’이 사람의 나이를 헤아리는 단위로 정착하여 오늘날 ‘살’(몇 살)로 바뀌게 된 것이라고 한다.
또한 설은 새해 첫 달의 첫 날이기에, 아직 낯설다는 의미로 ‘설다’,‘낯설다’에서 유래했다는 말도 있다. ‘삼가다’ 또는 ‘조심하여 가만히 있다’는 뜻의 옛말인 ‘섧다’에서 어원을 찾기도 하며 ‘서다’라는 의미로 ‘한 해를 새로 세우다’라는 의미로 보기도 한다.
▲“꿩 대신 닭”은 떡국 만들 때 생긴 말
한 해를 맞이하는 설날 아침에는 새 옷으로 갈아입는데, 이 옷을 설빔이라 한다. 설빔은 묵은해의 일들을 떨쳐버리고 한 해 동안 좋은 일이 생기기를 바라는 기원의 의미를 담은 것이다. 한복은 나이와 상황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는데, 어린이들은 밝은 색의 색동저고리를 입는다. 이는 아무 탈 없이 밝게 자라나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은 것으로 남아들은 남색 띠를 두르고 여아들은 자색 띠를 둘러 구별하기도 했다.
또 설날 아침에는 떡국을 먹는데, 이는 하얀 떡과 국물로 지난 해 안 좋았던 일들을 모두 잊고 새 출발을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흰 가래떡을 길게 뽑는 이유는 ‘장수’와 ‘집안의 번창’을 의미하며, 가래떡을 둥글게 써는 이유는 옛날 화폐인 엽전의 모양을 연상시켜 물질적인 풍요를 기원하는 소망이 담겨있다.
설을 쇨 때는 반드시 떡국을 먹는 것으로 여겼기에 사람들은 떡국에 첨세병(添歲餠·나이를 더 먹는 떡)이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또 예전에는 떡국을 끓일 때 꿩고기를 넣어서 만들었는데, 닭고기를 대신해 넣기도 끓였다. 때문에 ‘꼭 적당한 것이 없을 때 그와 비슷한 것으로 대신하는 경우’라는 뜻을 지닌 ‘꿩 대신 닭’이라는 말이 생겨나기도 했다.
▲ “까치 까치 설날”은 왜 어저께?
한국 사람이라면 모두 알만한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라는 익숙한 노래는 ‘설날’이라는 노래를 작사 작곡한 윤극영 선생의 1927년작 노래다. 왜 까치의 설날은 어저께일까? 까치설화에 따르면 삼국유사에 기록되어 있는 신라 소지왕 때 왕후가 한 스님과 내통하여 왕을 해하려 하였는데 까치(까마귀)와 쥐, 돼지와 용의 인도로 이를 모면하였다. 이때부터 쥐, 돼지, 용은 모두 12지에 드는 동물이라 그 날을 기념하지만 까치를 기념할 날이 없어 설 바로 전날을 까치의 날이라 하여 까치설이라 이름 지었다고 전해진다.
▲ 신정과 구정을 나누는 이유는?
양력설을 신정, 음력설을 구정으로 구분하게 된 계기는 일제강점기부터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음력설에 따라 생활했지만 태양력을 사용하는 일본은 19세기 말, 자신들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우리 고유의 설을 없애려 했다. 1월 1일을 양력설로 정한 것은 일본이 따르는 태양력을 우리나라에도 도입하기 위한 목적이었는데, 일제강점기가 되자 음력설을 옛것이라 폄하하여 '구정'이라 칭하고, 새로운 양력설을 '신정'이라 명명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양력설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으며 음력설을 쇠는 풍속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음력설이 다시 국가 공휴일로 지정된 것은 1985년이 되어서였고 일제강점기의 잔재인 '신정'이라는 명칭은 새해 혹은 그냥 1월 1일이라는 표현으로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진경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