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 아이를 키우는 A씨의 아침은 늘 촉박하다. 어린이집 차가 올 시간인데 아이가 느닷없이 장난감을 꺼내서는 “이것만 하고 갈게”라며 딴청을 피운다. 어느 날은 기분 좋게 준비를 마치고 나갈 시간이 되자 갑자기 “안 간다”며 방문을 잠그고 들어가는 일도 있었다. A씨는 아침에 아이와 투닥거릴 때마다 최대한 화를 꾹꾹 눌러 담고 아이를 등원시킨다고 했다.
3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B씨에게도 매일 아침이 전쟁인 건 마찬가지다. “현관문 나갈 때 아이가 계속 웃으며 장난만 치는데, 나도 모르게 ‘멘붕’이 왔다. 빨리 좀 오라며 버럭 소리를 질렀더니 애가 놀라서 품에 파고들었다”는 B씨는 “내가 조금만 더 참을 걸 그랬다”며 자책했다.
등원준비라는 것이 단순히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오죽하면 ‘전쟁’이란 단어가 붙었을까. 부모가 바라는 대로 아이가 착착 따라주면 좋으련만, 아이는 엄마 마음도 모르고 세월아 네월아 하고 있다. 컨디션이 안 좋아 울며불며 떼까지 쓰는 날에는 엄마의 인내심도 뚝뚝 끊어진다. 매일이 전쟁인 어린이집 등원, 평화롭게 시키는 방법은 없는 걸까?
부모교육전문가이자 네이버 오디오클립 [버럭엄마, 우아하게 아이 키우기] 채널진행자 임영주 박사는 <키즈맘>과의 인터뷰에서 어린이집 등원에 대한 엄마들의 고민에 대해 조언했다.
Q) 아이가 어린이집을 가기 싫어해서 걱정돼요.
A) 먼저, 어린이집 등원을 거부한다고 해서 아이가 어린이집을 싫어한다고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어요. 연령마다 다르긴 하지만 아이에게 집과 엄마보다 더 따뜻한 공간은 없거든요. 그건 어린이집이 안 좋아서가 아니라 더 좋은 곳이 집이어서 그런 거에요. 특히 연령이 어릴수록 집과 엄마를 더 찾는데, 아직 아이가 친구라던가 다른 장난감의 재미를 많이 못 접해봐서 그런 경우가 많아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나아질 거에요.
Q)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기 싫어서 떼를 쓰거나 딴청을 피울 경우, 엄마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A) 아이가 아침에 떼 부릴 수 있는 요인을 미리 최소화해야 해요. 마음도 쫓기고 몸도 쫓기는 아침 시간에 등원을 하자고 아이를 설득시키려 하면 안돼요. 가장 좋은 방법은 전날 저녁 시간에, 아침 등원 준비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물리적 준비를 하는 거에요.
아이가 기분이 좋은 저녁에 미리 옷, 가방, 준비물 등을 준비하면서 내일 어린이집 등원을 해야 할 것을 설득시키면 훨씬 수월할 거에요. 내일 등원하면서 뭘 입을지, 어떤 신발을 신을지, 아이랑 대화하면서 다 정해 놓는 거죠. 또 어린이집에 가기 싫은 아이들은 아침에 늦잠을 자면서 안 가려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아이가 밤에 자기 싫어해도 엄마가 아이를 일찍 재우도록 해야 하구요.
Q) 참다 참다 아이에게 버럭 하는 엄마들을 위해 조언을 해준다면?
A) 사실 부모들도 마음가짐은 다 알아요. 몰라서 화를 내는 게 아니거든요. 마음가짐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짜증이 발생하는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 준비하는 거에요. 또 등원준비가 미리 안 된 아침에 아이랑 실갱이를 하다보면 엄마가 폭력적이 될 수 있는데요. 그건 아이도 엄마도 괴로워지는 길이에요. 아침에 아이에게 버럭 화내고 나면 엄마도 하루 종일 좌불안석이거든요. 그런 경우 엄마가 아이 선생님께 전화해서 아침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아이를 잘 봐달라고 부탁하는 경우도 있는데, 사실 여러 가지로 번거롭죠. 화가 나는 10분을 참으면 아이와 엄마의 하루 10시간이 행복할 수 있어요. 물론 제일 좋은 것은 미리 등원 준비를 잘 해서 버럭 할 수 있는 상황들을 줄이는 거겠죠?
*임영주 박사
-EBS 자문의원
-임영주 부모교육연구소 대표
-네이버 오디오 클립[ 버럭엄마, 우아하게 아이 키우기] 매주 목요일 진행
-베스트 셀러 <우리 아이를 위한 자존감 수업>과 <이쁘게 말하는 당신이 좋다>, <큰 소리 내지 않고 우아하게 아들 키우기> 外 다수의 육아 관련 서적 출간
이진경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