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전, 서울역 광장에서 이상한 사진전이 열렸다. 일반인들 200여 명의 얼굴 사진을 전시해놓은 것. 사진 아래에는 인물들의 신상명세가 적혀 있었다.
주최 측에 따르면 그들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양육비 미지급자’들. 제 아이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음에도 양육의무를 저버린 이른바 ‘나쁜 부모들’이라 했다.
고소를 당할 가능성에도 이들을 거리로 나오게 한 ‘양육비미지급’ 문제. 대체 얼마나 심각한 걸까. 양육비를 주지 않으려고 숨어 다니는 ‘나쁜 부모들’을 추적했다.
■ 아이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
네 살, 다섯 살 두 아이를 키우는 한부모 엄혜인(가명) 씨. 그는 1년 6개월 째 정부 보조금과 부업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아이들이 미숙아로 태어나 몸이 약한데다, 아이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매번 면접에서 퇴짜를 맞기 때문이다.
아무리 아껴 써도 생활비는 늘 적자. 두 아이가 병원이라도 갈 때면 빚이 더욱 커진다. 그럼에도 전남편은 양육비를 절대 주지 않겠다며 큰소리치는 상황. 법원을 통해 한 달에 50만 원의 양육비를 판결 받았지만, 단 한 차례도 받은 적 없다. 아이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는 양육비 미지급 실태를 취재했다.
“아동이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문제가 빈곤의 문제죠.
(특히) 한국사회에서는 긴 노동시간이 높은 소득을 보장하는 구조잖아요.
아이를 혼자서 키운다는 것은 짧은 노동시간을 의미하고,
짧은 노동시간은 결국 소득의 저하를 의미하는 상황이죠. “
-정재훈 교수 /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특히) 한국사회에서는 긴 노동시간이 높은 소득을 보장하는 구조잖아요.
아이를 혼자서 키운다는 것은 짧은 노동시간을 의미하고,
짧은 노동시간은 결국 소득의 저하를 의미하는 상황이죠. “
-정재훈 교수 /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 ‘아빠가 언니랑 나보고 앵벌이냐고 했지? 우리는 앵벌이가 아니야’
여성가족부 통계에 따르면, 양육비를 주지 않는 나쁜 부모는 무려 10명 중 8명! 양육비미지급 문제가 더 이상 개인의 일이 아닌 이유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양육비를 둘러싸고 끊임없이 갈등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
<추적60분>에서 취재한 ‘나쁜 부모’는 아이의 출생을 의심하거나, 더 이상 부모이고 싶지 않다는 등의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아이의 주민등록을 말소하기도 했다. 가장 많은 경우는 연락을 차단하고 잠적하는 것. 그렇다면 아이들의 속내는 어떨까. 어른이 된 ‘한부모 가정’ 아이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내가 버려진 자식이구나, 이 정도 생각까지 하며 살았던 거 같아요.
나 때문에 이렇게 상황이 힘들어지는 건가? 나 때문에 이렇게 우리 삶이 힘든 건가?”
(20, 가명) / 3살 때 부모님 이혼
■ 양육비, 개인 사이의 채무인가 아동의 생존권인가
양육비미지급 문제를 보조하기 위해 설립된 여성가족부 산하 <양육비이행관리원>. 상담부터 추심까지 양육비에 관한 거의 대부분의 업무를 하고 있지만, 한부모들의 아쉬움은 크다. 소송에 걸리는 시간이 워낙 긴데다 사건을 담당하는 변호사 역시 적어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양육비미지급 문제와 고군분투하는 것은 당사자인 한부모들! 미국과 프랑스의 사례를 통해 대안을 살펴봤다.
“(법적인) 절차들을 거쳐야 하다 보니 시간도 오래 걸리고, 상대방 명의로 되어있는 재산이 없으면 저희가 강제로 할 수 있는 방법들이 없습니다. 그 부분이 제일 답답한 거죠.”
-배삼희 / 양육비이행관리원장 -
양육비를 주지 않기 위해 숨바꼭질을 계속하는 ‘나쁜 부모’와, 양육비를 받기 위해 노력하는 한부모들! 우리 사회에서 양육비란 대체 무엇일까. 또 아이들에게 양육비란 무엇일까. <추적60분>에서 양육비미지급 문제에 대한 실태를 집중 추적했다. 2018년 12월 7일 금요일 밤 10시 50분 KBS 1TV 방영.
이진경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