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곽금주 교수 <키즈맘> 인터뷰…트라우마 우려 등 취조식 질문 역효과
아동학대를 뿌리 뽑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개선책 방안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일시적인 법 제정 등의 사후책 보다는 양육자의 지속적인 관심이 수반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9일 아동학대에 대응하고 예방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이르면 이달 말 '아동학대대응과'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아동학대 사건이 매년 급증하며 사건에 대한 심각성이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이를 담당할 전담 부서 조차 없다는 지적이 이어져온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로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합해 2014년 394건이던 교직원의 아동학대는 지난해에는 1091건으로 집계돼 처음으로 1000건을 넘어섰다.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을 놓고 서울대 발달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아동학대 문제의 출발은 양육자가 아이의 학대 징후를 파악하는 등 지속적인 관심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곽금주 교수는 21일 <키즈맘>과의 통화에서 “아동학대가 발생했을 시 가장 필요한 일은 아동 스스로가 학대를 자각해서 주변에 알리는 것이지만 아이의 연령이 어릴 경우에는 학대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것이 문제”라며 “평소에 아동 스스로가 학대를 자각할 수 있는 가정 내 교육과 학교 교육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곽 교수는 또 만약 아이가 학대에 대한 언급이 없고 부모만 의심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아이를 상대로 학대 여부에 대한 취조식의 질문은 경계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지나치게 아이를 몰아세우며 무슨 일을 당했는지 몰아세우면 아이는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입을 다물 확률이 더 크다”라면서 “직접적인 소통보다는 부모가 지속적으로 아이의 신체적, 정신적 상태를 주시하며 간접적으로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동 성범죄 같은 경우에는 특정 신체부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면서 “학대당한 아이는 불안감이 높아져 있는 상태라 평소와 다르게 화장실을 자주 가거나 자다가 자주 깨는 등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일 수도 있다. 양육자가 그걸 파악하기 위해서는 아이에게 당연히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 밖에도 학대기간이 길수록 트라우마가 오래 남는 만큼 학대를 당한 아이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인내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우에 따라 심리 상담이나 지자체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도움을 받을 것도 주문했다.
끝으로 곽 교수는 “우리나라는 학대사건이 발생하면 늘 과잉이슈화가 되어서 뒤늦게 사후 수습을 한다. 그러다 잠잠해지면 또 다시 관심에서 멀어진다. 정부는 아동복지와 관련된 체계와 관리, 법 제정을 일시적이 아닌, 지속적으로 끌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진경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