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0일 임산부의 날이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왔다. 다양한 사회적 물음표 앞에서 용기 있게 임신을 택한 예비 부모를 축하하고 격려하기엔 10월 10일 단 하루는 너무 짧다.
얼마 전, 임신한 엄마들을 위한 캠페인이 시작됐다. <키즈맘>이 임산부 배려 배지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위윌을 만났다. 다음은 최상근 팀장과의 일문일답.
-임산부 배려 배지 프로젝트를 시작한 계기가 어떻게 되나.
세 살 된 조카가 있다. 누나가 그 아이를 임신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직 배가 나오지 않은 임신 초기부터 누나는 입덧으로 굉장히 고생했다. 아주 심한 날은 운전해서 출근할 수도 없을 정도. 그래서 지하철을 타는 날이면 임산부 배려석에 누군가 앉아 있어 계속 서서 가야 했다고 들었다.
출퇴근 시간에는 누구나 피곤하다. 하지만 지하철을 탈 때 마다 임산부 배려석까지도 비(非) 임산부에 의해 채워지는 모습과 그로 인해 더 힘든 출퇴근길을 겪고 있는 임산부들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꼈다.
한 번은 누나에게 왜 자리를 양보해 달라고 말하지 않았는지 물었다. 보건소에서 주는 임산부 배지를 못 알아보는 사람이 많고, 알더라도 양보를 잘 안 해준다는 것이 대답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뱃속에 아기를 품고 있는 상태에서 상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몰라 두려움이 앞선다는 것이었다. 이에 좋은 취지였지만 활용에 있어 한계가 일부 보이는 임산부 배려석을 보완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보완책은 어떤 발상으로 이뤄졌나.
임산부가 배려를 ‘받는다’가 아닌 임산부를 배려 ‘한다’로 생각의 전환을 해보았다. 굳이 임산부 배려석을 찾지 않아도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할 의지가 있다면 그 사람이 앉은 자리가 바로 배려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 의지를 나타내는 수단으로 배지를 택했다. 배려는 ‘지정좌석’이 아닌 사람에게서 시작된다는 결론에 닿은 셈이다.
-배지의 슬로건과 디자인에 대해 설명해 달라.
지난 2월 한 디자이너의 재능을 기부로 배지 시안을 제작했다. 8월부터는 아내와 함께 크라우드 펀딩을 기획했다.
슬로건은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하고자 하는 (배지) 착용자의 의지를 담으려고 노력했다.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프로젝트이기에 임산부가 단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하겠습니다'라는 직관적인 표현을 선택했다.
디자인 요소로는 지하철, 버스의 손잡이 모양을 녹여 대중교통을 표현했다. 컬러는 임산부 배려석의 키(Key) 컬러인 분홍색과 남녀 모두가 편하게 착용할 수 있고 모든 바탕색에 잘 어울리는 남색을 골랐다.
-배지를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
배지를 가장 처음 접한 사람은 누나와 주변의 임신 혹은 출산한 지인들이었고 이들의 피드백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임신 중임에도 미안함에 자리를 요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상대방이 먼저 자리를 양보하겠다고 마음을 열어주니 아무래도 편안한 마음으로 자리를 양보 받을 수 있다는 반응이 많았다.
특히 자리를 기꺼이 양보하고 싶어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선뜻 먼저 자리를 권하기 어려운 초중기 임산부에게 효과가 있겠다는 반응도 기억에 남는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임산부인줄 모르고 자리를 양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
-대중교통 외에 임신부에 대한 배려가 더 필요한 곳은 어디라고 보는가.
임산부에 대한 배려가 많이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공간들이 있다. 일례로, 넉넉하지 않은 임신부 전용 주차 공간, 회사 내부 임산부 휴게실 등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과 직장 등 임산부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들의 배려다.
-이번 배려 배지 캠페인 외에 임신부를 배려하기 위한 기획이 있나.
임신의 다음 단계라 할 수 있는 육아하는 부모들을 위한 배려의 방법도 고민한다. 기저귀 교환대가 설치된 시설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어플, 혹은 해당 시설의 이용객이 아니더라도 근처 건물이나 매장에 설치된 수유실과 기저귀 교환대를 공유해 이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실현 방안은 아직 스케치 단계라 아이디어 조각을 모으는 중이다. 지금 이 기사를 읽으시는 분들의 아이디어도 언제든 환영한다.
-임신부 배려 배지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일 독자들에게 참여를 독려한다면.
각박하다는 이 세상에서 약자에게 내 힘을 나눠 주고 싶어 하는 분들은 여전히 많다는 사실을 믿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임산부 배려석을 무조건 비워 두는 것도 비효율적이라는 의견에 공감해 이번 배지 프로젝트를 실행에 옮겼다.
배려를 통해 조금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 싶다면 우리의 프로젝트를 주목해 달라. 우리의 작음 걸음에 동참해 이 사회를 사는 모두가 행복할 수 있었으면 한다.
이 프로젝트의 닻이 오른 다음 필요한 건 많은 사람들의 '십시일반 손바람'이다. 겨우 손으로 부채질해 만드는 바람이라도 여럿이 모이면 원하는 방향으로 항해할 수 있다. 임산부 배려석이 있기 때문에 배려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원하기 때문에 배려하는 마음을 표현해보자.
김경림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
입력 2019-09-16 11:46:53
수정 2019-09-18 18:09: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