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만 해도 숨 막힌다는 ‘독박 육아’
하루가 멀다 하고 이와 관련한 글이 게재되고 있는 육아맘 커뮤니티만 보더라도 이들의 고충이 어느 정도일 지 실감이 난다.
생후 80여 일된 쌍둥이를 키우고 있는 A씨도 한 여성 사이트 게시판에 “쌍둥이를 혼자 키우려니 내 몸이 말이 아니다“라며 고민을 토로했다.
A씨는 “아이 둘이 번갈아가며 깨고 자주 보채는 통에 한 시간에 한번씩 깨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새운 게 두 달이 넘어간다”면서 “혼자 아이 보느라 체중이 15Kg이나 줄고 빈혈로 쓰러지기까지 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산후 2주간 도우미를 썼는데 남편 외벌이로 대출금 내기도 빠듯해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됐다”면서 “남편이 많이 돕겠다고 해서 도우미를 쓰지 않기로 했는데 결국 나만 독박 육아 신세가 됐다”고 말했다.
남편은 야근이 잦아 퇴근하면 저녁 10시이고 보통 주말에도 근무가 있어 육아와 가사일을 도와주기엔 한계가 있다고.
시간제로 도우미를 쓰자는 A씨의 부탁에 “하루종일 힘들게 일한데다 퇴근 후에 도와주고 있는데 집에서 애만 보면서 왜 그리 유세냐”던 남편의 대꾸에 눈물이 핑돌았단다.
또 다른 육아맘 B씨도 요즘 육아로 인해 남편과 갈등 중이다.
40개월과 9개월 아이를 두고 있는 B씨는 맞벌이와 함께 독박 육아까지 하고 있다.
대출금을 갚기 위해 직장에 빨리 복귀할 수밖에 없었다는 B씨는 부부가 맞벌이를 하면 가사와 육아는 분담해야 하는데 남편은 너무 신경을 쓰지 않아 얄밉다고 말했다.
그는 장거리 출퇴근하는 남편이 피곤할까봐 배려 차원에서 평일에 육아를 도맡아 했더니 아이들이 주말에도 엄마만 찾아 도저히 쉴 수가 없다고 한다.
주말엔 남편이 육아를 맡아줘야 하지만, 취미 생활한다고 밖으로 나가버리기 일쑤인 남편 때문에 여러 번 말다툼만 번진 상황이라고.
지난 6월 한 취업 포털 사이트에서 실시한 ‘맞벌이 직장인의 가사와 육아부담’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워킹맘 10명 중 3명은 배우자의 도움 없이 혼자서 육아를 도맡아 하는 ‘독박 육아’를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중 ‘아내가 독박 육아를 하는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한 남편은 16.1%로 여성 응답자가 체감하는 정도보다 훨씬 낮았다.
특히 남성 응답자들은 가사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이유로 ‘잦은 야근과 특근’을 꼽았다.
‘독박 육아’와 같은 성차별적 육아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은 없을까?
정재훈 서울여대 교수는 “잦은 야근과 주말 근무는 일·가정 양립은 고사하고 일·생활 균형도 이루기 어렵다”면서 “앞으로 주 52시간 근무가 잘 정착되고 남성 육아휴직이 활성화돼야 이런 육아 관련 문제들이 많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성과 여성의 고정적인 성 역할 관념을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적 관행과 전통적 성 역할 규범이 여성에게는 일과 돌봄의 이중부담을 강요하고, 남성에게는 가족 구성원으로서 당연한 돌봄 주체로서의 권리 보장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양난주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남성, 여성의 고정적인 성 역할 관념에서 벗어나기 위해 돌봄의 가치와 돌봄 경험을 청소년기에서부터 남녀 모두가 익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김지현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