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면서 조부모 육아는 더 이상 소수 가정만의 특수 상황이 아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본인과 신체적으로 있는 힘껏 놀아주기 힘든 할아버지·할머니를 답답해한다. 부모에게 티는 안 내지만 내심 조부모 집에 가기를 꺼리는 아이가 눈에 들어온다면 이 책을 읽어주자.
단이는 엄마의 사정으로 할머니네 집에서 잠시 시간을 보낸다. 할머니가 싫은 건 아니지만 같이 축구를 하거나 뛰어놀지 못하는 할머니보다는 같이 시간을 보낼 친구가 더 필요하다. 단이에게 사랑을 듬뿍 안기며 돈가스를 해주겠다고 하는 할머니를 피해 방으로 숨어든 단이는 우연히 시간 여행을 떠난다.
여행을 떠난 곳은 할머니의 시간이다. 책장에 꽂힌 앨범 뒤 시공간을 연결하는 틈새 너머로 또래인 '복자'가 고개를 내민다. 단이는 복자와 신나게 뛰어논다. 그러다 누나, 이모 '복자'를 차례대로 만난다. 어른인 아빠, 엄마는 이미 눈치 챘을 것이다. 함께 몰려다니고, 다친 곳에 약을 발라준 뒤 숨바꼭질을 하다가 배고픈 단이에게 돈가스를 만들어 주겠다고 팔소매를 걷는 ‘복자’는 모든 단이의 할머니다.
할머니도 단이 만큼 어렸던 시절이 있었고, 커가면서 단이를 키울 정도로 어른이 된 것이다. 그렇게 할머니를 이해한 단이는 마음의 문을 열고 할머니와 마주 앉아 맛있게 돈가스를 먹는다.
평범한 일상을 다뤘지만 시공간 이동이라는 판타지적 요소를 다뤄 이야기가 지루하지 않다. 시대를 연상시키는 그림 속 배경이 아이에게는 과거를 학습할 기회가 되기도 한다. 복자가 성장할 때마다 달라지는 배경 속에서 아이가 처음 보는 물건들이 많을 것이다. 역사 박물관에 가기 전 선행 학습 차원에서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POINT
가족사진을 모아놓은 앨범을 꺼내 추억 여행을 떠나보자. 과거 사진에는 아이가 모르는 상황이 담겨 있다. 사진 속 배경과 당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이에게 설명해 주며 기억을 공유하자.
동화 속 등장인물의 얼굴을 유심히 관찰하자. 할머니와 단이의 눈썹 위 단풍잎 그림은 두 사람이 가족임을 알려주는 일종의 표식이다. 우리 가족을 하나로 이어주는 신체 특징은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보자.
도서 : 우리 할머니 김복자 / 글·그림 서미경 / 봄의정원
김경림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