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는 "초등학교 어머니 동원 금지"를 요청하는 글이 게재됐다.
청원 제기자는 "첫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면서 녹색어머니회, 어머니폴리스, 어머니 도서위원, 책읽어주는 북맘 등 엄마의 참여로 이루어지는 활동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취지가 좋은 활동들이지만, 알고 보니 반별 할당 인원이 있는 반강제적인 것들이다"라고 청원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해당 청원 글은 지난 8일 올라와 20일 오후 5시를 기준으로 현재 약 1만2천여명의 네티즌들이 서명에 참여했다. 이 밖에도 일명 '녹색어머니회' 관련 폐지 및 시정을 요구하는 청원이 15건 이상으로 이와 관련 많은 불만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힘들지만, 아이 차별 받을까 무서워
이처럼 최근 1~2년 사이 대다수 초등학교에서 녹색어머니 봉사가 의무 참여로 바뀌면서 학부모의 불만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69년 창단 된 녹색어머니회는 초등학교 등하굣길 교통지도를 맡는 민간 자원봉사단체다. 현재 전국 5700여 초등학교 46만명이 회원으로 '내 아이 등하굣길 안전을 지키는 데 일손을 보태겠다'며 자원하는 어머니들 뜻을 받아주는 것이 애초 이 단체의 취지다.
그러나 최근 맞벌이 등으로 참여할 수 없는 부모가 늘어나자 대부분 초등학교에서 이를 '의무 참여'로 바꿨다. 평균적으로 한 가정마다 1년에 2~3번씩 돌아가며 당번을 서야 한다. 회사 일이나 급한 집안일이 겹쳐도 반드시 나가야 하다 보니 학부모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를 거부하면 아이에게 불이익이 돌아갈까 두려워 참가가 어려운 부모들은 대신 녹색어머니를 서 줄 아르바이트를 구해서까지 이를 시행하고 있다.
전업주부와 워킹맘의 불화가 아이들에게 옮겨가기도
전업주부들도 사정은 똑같다. 자신을 전업주부이자 현재 초등학생 아이를 둔 엄마로 소개한 서명참여자는 "전업주부라고 하면 모든 학교행사에서 1순위로 지목되며 집에서 살림을 하는 것에 대해 가치를 인정 못 받고 '잉여인력'으로 취급 받는 기분이 들어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또한 지역 육아커뮤니티에서는 학교 행사와 녹색어머니회에 참여하지 않는 학부모들에 대한 불만을 쓴 글이 종종 올라온다. 이처럼 학부모들 사이에 서로 오해와 미움이 쌓이는 실정인데 이는 어른들의 일에서 끝나지 않고 아이 사이로 불화가 번지는 경우가 종종 일어난다. 아이들은 "○○엄마는 오는데 왜 △△엄마는 안 와?" 라는 식으로 서로 비교하고 경쟁을 하게 된다고 학부모들은 말했다.
양육자에 대한 배려 없는 명칭도 문제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많은 이들이 강제 참여에 대한 반대와 함께 '녹색어머니회' 라는 단체명이 성평등에 위배되고 있어 '녹색학부모회'또는 '녹색보호자회'로 바꿔야한다고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는 봉사단체 명칭에 ‘어머니’ 라는 이름이 들어가 잠재적으로 ‘육아’에 관련된 일은 모두 엄마의 몫과 책임으로 규정짓고 있으며 아이에게 성차별적인 편견을 키워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많은 초등학교에서는 ‘녹색어머니’ 당번을 엄마 대신 아빠가 서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상당수 학교에서는 '녹색어머니회’의 학교·학급 대표는 '어머니가 해야 한다'고 못 박고 있다. 이 때문에 아빠의 육아참여가 제한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외에도 한부모 가정이나 조부모 가정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교통안전지도, 국가와 지자체가 앞장서야
마지막으로 청원 제기자는 "필요한 일들은 대가를 지불하고 전문가를 고용 하는 것이 좋으며 엄마들은 전문가도 아니고 무급노동력으로 취급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고 청원 이유에 대해 덧붙였다.
이처럼 어린이 교통안전지도 문제인 만큼 국가나 지자체가 앞장서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학부모 참여를 강제하지 않는 경우에는 학교 밖 안전지도에 부족한 인력을 선생님이 담당할 때도 있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다시 학교 안에서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돌아가기에 학부모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학교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처럼 초등학교의 ‘녹색어머니회’ 강제적인 봉사 참여가 옳은 일인지 꼭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한편, 청와대는 30일 동안 20만명 이상이 서명한 청원에 대해서는 직접 또는 각 부처가 답변한다는 원칙을 세워두고 있다. 만일 이번 청원이 20만명을 넘기게 되면 어떤 답변이 나오게 될 지 그 귀추가 주목 된다.
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송새봄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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