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레몬 맛이었을 거야. 노란색이었거든. 조금씩 녹여서 먹고 있었어. 난 깨물어 먹는 건 별로거든. 파란색 크레파스가 눈에 들어왔어. 사탕이 녹는 동안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다 집 전체를 도화지 삼기로 했어. 그래서 그림을 그렸지. 엄마나 누나에게 걸리면 혼나겠지만 아, 달콤한 시간이었어. 한 번쯤 있었을 거야. 혼날 걸 알면서도 유혹에 넘어갈 수밖에 없는 그 순간이.
'사탕'은 사탕을 입에 물고 행복한 시간을 그리는 어느 꼬마의 이야기를 다뤘다. 다들 한 번쯤 집안 벽지에 나만의 예술세계를 선보여 어른에게 혼난 적이 있을 것이다. 사탕의 주인공은 자신의 방을 시작해서 부엌, 2층 계단, 서재, 정원을 무사히 지난다. 중간 중간 엄마, 누나, 할아버지를 만나지만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시치미를 떼며 크레파스로 선을 긋는다.
파란색 크레파스로 선을 그어 한 바퀴 돌고 다시 자기 방으로 돌아왔을 때 통통배가 띄워진 바다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탕 하나를 먹는 동안 바다가 탄생한 셈.
바다를 그리고 난 뒤의 장난기 많은 아이의 모습을 보면 부모는 어렸을 적 추억을 되새길 수 있다. 비록 아이가 벽에 온갖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화가 나지만, 과거 부모도 같은 행동을 해 혼이 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문장이 많지 않기 때문에 부모와 함께 읽기 딱 좋은 책이다.
POINT
내지 가장 뒷면에 큼직하고 파란 막대사탕이 있다. 동그라미 모양의 사탕은 색이 채워지지 않은, 비어있는 부분이다. 아이가 이 빈 공간에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하자.
도서 : 사탕 / 글·그림 차재혁 / 노란상상
김경림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
입력 2018-03-06 18:32:47
수정 2018-03-06 18:3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