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잠든 사이, 이 세상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눈을 감고 있다고 해서, 바깥이 캄캄하다고 해서 모두가 움직임을 멈춘 건 아니야. 맞아, 잘 안보이긴 하지. 그러니까 눈을 감아볼래? 그리고 귀를 크게 열어봐. 들리는 소리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렴. 눈으로 보는 세상보다 귀로 듣는 세상이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 줄거야.
'밤의 소리를 들어봐'는 공감각적인 제목만큼 시각과 청각의 활용을 극대화하는 동화다. 이 이야기는 어둠이 내려앉은 시간에도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표현해 아이의 생각을 확장한다. 늦은 저녁 웃고 떠드는 거리의 사람들, 집에 가는 길을 비춰주는 상점과 가로등의 환한 불빛 그리고 모두가 퇴근한 사무실에서 새벽 청소를 하는 건물 관리 직원까지 아이가 자고 있을 무렵 세상은 고요하지만 멈춰있지는 않다는 것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동화 속 그림은 3인칭 관찰자 시점이다. 건물 외관에서 아파트 창문 너머로 사람들이 사는 단면을 살펴보면 저마다 다른 가족 구성원이 있고 다른 상황이 펼쳐진다. 바로 이 점이 아이가 그림을 자세히 보게 되는 이유다. 전철 안 승객, 레스토랑에서 근사한 저녁 식사를 하는 연인, 뒷설거지를 마무리하는 아빠를 보고 나면 바로 근처에서 또 다른 스토리텔링하는 요소가 눈에 들어온다. 바깥은 어둡지만 그림을 보는 아이는 환한 불빛 덕분에 실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있어 아이는 비밀 일기를 보는 기분이다.
아이가 조금 성숙하다면 이를 통해 어려운 개념으로 들어가서 '사생활'이라는 것을 설명해 주는 것도 깊이 있는 책읽기가 될 수 있다. 실내에 있는 사람은 바깥이 어둡기 때문에 밖에 있는 '나(감시자)'를 볼 수 없지만 외부에 있는 ‘나’는 빛이 있는 안쪽을 볼 수 있으므로 상대가 보이지 않기를 원하는 부분까지 볼 수 있는 위치다. 이 때 실내에 있는 사람과 사생활을 연결시켜 아이에게 설명해 주면 아이가 단번에 이해하기엔 다소 추상적인 개념임에도 잘 이해시킬 수 있다.
POINT
이 책에는 다양한 의성어가 나온다. '짤랑짤랑','덜컹덜컹','응애응애' 등 아이들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단어가 나온다. 그 다음으로는 아이의 표현력을 키우기 위해 책에 나오지 않은 여러 동작을 제시하고 이를 의성어로 묘사해보자. 로션 바르는 소리, 냉장고 문 여닫는 소리 등 일상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지만 창의력이 필요한 동작을 선택하면 좋다.
도서 : 밤의 소리를 들어봐 / 글·그림 에밀리 랜드 / 옮김 안지원 / 봄의정원
김경림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
입력 2018-01-31 14:54:18
수정 2018-01-31 14:5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