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귀교환대에서 영유아들이 떨어져 다치는 상해사고가 해마다 꾸준히 발생하고 있으나, 일부 시설은 관리 부실로 벨트 착용이 불가능하고 위생상태도 불량해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은 지하철역사, 고속도로휴게소, 버스터미널, 백화점, 대형마트 등에 설치된 접이식 기저귀교환대 30개에 대한 실태조사 및 이용경험자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기저귀교환대 30% 벨트 채울 수 없어 안전사고 위험 높아
안전벨트를 하지 않으면 기저귀교환대에서 아이가 떨어지기 쉽고 영유아 낙상사고의 경우 머리가 먼저 떨어져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나, 조사대상 기저귀교환대 30개 중 10개(33.3%)는 벨트·버클 불량으로 벨트를 아예 채울 수 없었다.
최근 1년 이내에 기저귀교환대 이용경험이 있는 부모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69.4%)은 기저귀교환대에서 벨트를 착용하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답했고, 실제로 안전사고로 아이가 다친 경험이 있는 부모의 대부분(75%)은 당시 아이에게 벨트를 채우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에도 기저귀교환대 관련 위해사례가 2014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최근 3년 11개월간 총 26건 접수됐으며, 피해자 대부분(80%)은 12개월 이하인 '만 0세'였고, 주로 뇌진탕 등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머리 및 뇌'(76%)를 다친 것으로 나타났다.
기저귀교환대 위생상태 불량하나 기준 없어
기저귀교환대의 위생실태를 조사한 결과, 대장균과 병원성 세균인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됐다. 특히 '황색포도상구균'은 대표적인 화농균이며 감염 시 피부질환, 구토, 설사, 복통 및 구역질을 일으킬 수 있으며, 눈에 감염 시 세균성 각막염을 유발할 수도 있는 세균이다. 매트에서 검출된 일반세균의 평균값은 '화장실손잡이'의 약 1.7배 수준이었다. 특히, 4개 매트에서 검출된 일반세균수는 '쇼핑카트 손잡이'의 약 1.6배~3.5배에 달했다.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기저귀교환대 이용경험자 중 대부분(86.4%)은 교환대의 위생상태가 불량했다고 답했고, 교환대가 설치되어 있음에도 '더럽거나 더러울 거 같아서'(87.5%) 이용을 꺼린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아이를 눕혔는데 벨트에 문제가 있거나 벨트가 더러워 채우기 꺼려질 때' (42.4%), '기저귀교환대가 더러워 아이를 세운 채 기저귀를 교환할 때'(41.1%) 등 안전사고 위험을 느꼈다는 답변에서 알 수 있듯 기저귀교환대의 위생상태는 안전사고와도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기저귀교환대 주 이용대상이 면역력이 약하고 무엇이든 물고 빠는 습성을 지닌 만 36개월 미만 영유아임을 고려할 때, 기저귀교환대에 대한 위생기준 마련 및 청소·소독 등 주기적인 위생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저귀교환대 의무설치시설 범위 확대 필요
기저귀교환대 자체도 부족했다. 기저귀교환대 이용경험자 대부분이 영유아와 외출 시 기저귀교환대가 설치되지 않아서 실제로 불편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현재 교통시설에만 기저귀교환대 설치가 의무화되어 있고 올해 하반기부터 공연장, 종합병원 등으로 확대될 예정이나, 향후 신축·증축하는 신규 시설만 적용되고 백화점, 대형마트 등 다중이용시설은 의무화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어 의무 설치 범위 확대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회용 위생시트, 세정용품 등 편의용품 비치도 부족
기저귀교환대의 위생적인 사용을 위해 일회용 위생시트가 비치된 곳은 조사대상 30개 중 한군데도 없었고, 기저귀교환대를 닦을 수 있는 물티슈와 같은 세정 용품 또한 대부분(93.3%) 비치되지 않았으며, 어느 곳은 기저귀를 버릴 수 있는 휴지통조차 없었다.
한국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관계 부처에 ▲기저귀교환대 안전관리·감독 강화 ▲위생기준 마련 및 위생관리 강화 ▲기저귀교환대 의무설치시설 범위 확대 ▲편의용품 비치 및 지속적인 유지·점검 등을 요청할 예정이다.
송새봄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
입력 2018-01-12 09:56:45
수정 2018-01-12 09:56: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