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흐름에 따라 요구되는 능력과 인재상은 바뀐다. 4차 산업혁명에 맞닿아 있는 과도기적 시점에서 학자들은 미래의 인재상을 어떻게 예견하고 있을까?
각 학자들은 저마다 여러 예측과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가운데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에게 요구되는 능력으로 ‘회복 탄력성’, ‘창의성’, ‘소통력’, ’비판적 사고‘, ‘협업 능력’, ‘복합적 문제해결능력’, ‘유연성’을 꼽았다.
이 중 주목하고 싶은 것은 많은 학자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회복 탄력성(resilience)’이다.
몇 해 전부터 주요한 화두로 떠오른 회복 탄력성은 심리학에서 주로 사용하는 개념으로 단편적으로는 크고 작은 다양한 역경과 시련과 실패 앞에 주저앉고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직면하고 이겨내려는 마음의 근력을 의미한다. 즉, 회복 탄력성의 개념화 안에서는 물체마다 탄성이 달라 튀어 오르는 탄성의 정도가 다르듯 환경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예외적으로 잘 적응하는 것을 탄력적이라고 말한다.
대두되는 회복 탄력성에 집중하는 까닭은 뭘까? 급변하는 시대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그 어느때 보다도 ‘셀프 컨트롤’ 즉, 상황에 대한 변화 대신 내면의 힘을 길러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과 생각의 전환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그렇가면 회복 탄력성과 개념을 나란히하는‘역경지수(AQ,Adversity Quotient)’ 란 무엇일까?
내면의 적응 혹은 회복하는 능력이 ‘회복 탄력성’이라면 맞닥뜨린 상황을 극복하는 힘을, 오늘날 우리는 '역경지수'라 말한다.
◆극복하는 힘, 역경 지수(AQ,Adversity Quotient)
인간의 능력을 수치화해서 가시적으로 볼 수 있던 탓에 ‘지수(Quotient)’는 사회와 부모의 큰 관심거리였다.
지능지수(IQ,Intelligence Quotient)는 몇십 년 전 만 해도 리더의 자질을 평가하는 주요 척도였지만 척도의 판도는 바뀌고 몇 년 새, 지능지수와 대조되는 감성지수(EQ,Emotional Quotient)와 상대방의 감정을 잘 이해하고 타인과 잘 어울리는 사회성지수(SQ,Social Quotient), 의미와 가치의 문제를 다루고 해결하는 창조적 지능을 측정하는 영성지수(SQ,Spirittual Quotient)등이 새로운 평가의 도구로 떠올랐다.
그중에서 새로운 스트레스에 생산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 수준을 의미하는 ‘역경 지수(AQ,Adversity Quotient)’는 모든 평가지수들 보다 가장 높은 차원의 평가지수라 일컬음을 받으며 관심의 대상으로 급부상했다.
‘역경지수(AQ,Adversity Quotient)’는 1997년 미국의 커뮤니케이션 이론가 폴 스톨츠(Paul Stoltz) 박사가 자신의 저서에 처음으로 사용하며 널리 알려졌다. 그는 역경에 대처하는 모습을 등반에 비유하며 퀴터(Quitter), 캠퍼(Camper), 클라이머(Climber) 세 가지로 유형화했다.
유형화한 세 가지의 모습을 살펴보면 첫째, 역경 지수가 낮은이로 산을 오르다가 난관에 봉착했을 때 등반을 쉽게 포기하고 내려오는 사람을 퀴터라 일컫는다. 둘째, 등반하다가 직면한 장애나 어려움 앞에서 뚜렷한 대안 없이 적당히 안주하는 사람을 캠퍼라 말한다. 마지막으로 역경 지수가 가장 높은 클라이머는 어떠한 상황을 맞닥뜨리더라도 도망가거나 쉽게 포기하는 것 대신 극복하려고 하는 집단을 의미한다. 더욱이 클라이머는 적당히 안주하는 캠퍼인 동료를 격려하고 북돋우며 함께 역경을 헤쳐 나가는 힘과 능력까지 가지고 있다. 우리 자녀가 쉽게 포기하는'퀴터', 혹은 적당히 안주하는 '캠퍼', 끝까지 해내는 '클라이머' 중 어떤 유형이길 바라는가?
◆‘적절한 거절감’과 ‘적절한 좌절’이 필요하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역경과 좌절교육을 시켜준다는 학원이 생길지도 모르겠지만 '역경에 대응하는 역량'을 기르기 위해 인위적으로 아이를 시련의 상황에 몰아넣을 수는 없을 터. 만약 그렇게 길러져야 하는 것이라면 아이를 괴롭히고 학대하는 것과 어떤 차이점을 두어야야 할지 깊게 고민해야 할 문제가 될 것이다.
'적절한 좌절'을 아동에게 경험하게 하는 주요 골자는 역경에 대응하는 역량은 단숨에 영글지 않기 때문에 아동이 성장함에 따라 스스로 불편한 상황을 서서히 극복해낼 수 있는 환경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다.
아동이 맞닥뜨리는 상황은 대부분 처음이라 어떻게 행동하고 대처할지 당황스럽고 막막하다. 예를 들어, 아동이 물을 쏟았다고 가정해보자. 처음 물을 쏟은 아이는 눈물을 보이거나 쭈뼛쭈뼛 서 있겠지만 물을 쏟은 경험이 있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아는 아이는 그 상황을 부모에게 알리거나 스스로 휴지를 가져와 닦든지 상황에 대응할 것이다. 이렇게 처음 아이가 상황에 대처했을 때, 부모가 보여야 하는 반응은 격려다. "칠칠치 못하게 쏟았니?"가 아니라 "혼자서 잘 해결했구나"등 격려했을 때, 아동은 문제를 해결했다는 유능감과 성취감을 경험할 수 있다.
아동이 좌절을 수용하는 것은 삶의 우여곡절에 대한 장래의 내구성을 얻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다. 근시안적으로는 부모가 아동의 행동을 예측하고 아동이 불편할 만한 요소를 제해주는 것이 당장 아동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지만 부모가 언제까지나 아동을 대신해 아동의 환경을 조성해주고 관리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이가 자신이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좌절들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것이 바로 적절한 좌절과 적절한 거부감을 경험하는 것.
모든 상황을 부모가 통제하지 않고 아동이 스스로 해나갈 수 있도록 최소한의 개입만을 권한다. 또한 무조건적인 허용과 즉각적인 욕구충족은 최소한의 좌절 앞에서 깊게 상심하게 하는 주요 까닭이다.
만약 부모의 도움으로 좌절의 순간과 상황을 모면하고 아동의 요구에 따라 즉각적인 욕구충족을 누려왔던 아동이라면 성인이 되어 불편한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더 큰 좌절감과 거절감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아동이 자신의 감정과 상황을 관리할 수 있도록 언제나 최소한의 개입과 오랜 기다림, 열렬한 격려로 아이의 성장을 바라봐줄 뿐이다.
오유정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