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개봉된 미국 영화 '그녀'처럼 인공지능 운영체제와 인간이 사랑에 빠지거나 영국 드라마 '휴먼스'처럼 로봇이 인간이 귀찮아하는 모든 노동을 대신해주는 세상의 도래에 대한 관심은 해가 지나도 식을 줄 모른다.
접해 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를 향한 호기심과 두려움이 뒤섞여 공존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역할을 완벽히 대체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은 학자들마다 이견이 분분하
고 엇갈리지만 ‘4차 산업혁명’의 도래를 부정할 수 없는 것만은 확실하다.
머릿속에 쉽게 그려지지 않는 인공지능과 인간이 어울려 사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2015년, 영국에서 방영한 드라마 ‘휴먼스(Humans)’는 머지않은 미래에 사람을 위해 발명된 인공지능, 휴머노이드가 사람들이 귀찮아하는 일을 대신해주며 인공지능 로봇이 생활화된 세상을 그린다.
어느 날 한 남성이 가족의 집에 가정용 인공지능 로봇을 구입한다. 가정용 표준 프로필이 설치된인공지능 로봇 아니타는 아름다우며 청소를 잘하고 아침 식사를 풍족하게 차릴 줄 안다. 직장 일을 하느라 바쁜 로라를 대신해 많은 일을 척척 해내는 것은 물론 아내와 엄마 역할 완벽하게 대신한다.
가족은 어느새 로라의 빈 자리를 느끼지 못한다. 로라 역시 일에 바빠서 가정에 신경을 쓰지 못한 자신이 대체되는 듯한 느낌을 받기에 이르른다.
남편은 아니타가 차린 풍성한 아침 식사를 더 좋아하고 딸에게 동화책을 딸에게 읽어 주려고 하지만 딸을 서두르지 않는 아니타가 읽어주는 걸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휴먼스는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일 뿐만 아니라 더 좋은 엄마, 더 좋은 남자 친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더불어 드라마에서는 아니타처럼 ‘가사용’ 휴머노이드뿐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로봇이 등장한다. 이들은 각자 경비, 청소부, 도우미 등의 역할을 맡고 있지만 점점 자신의 영역을 넓혀간다. 인간보다 똑똑하고 힘도 세다. 화를 내거나 스트레스도 받지 않는다. 모든 영역에서 인간보다 뛰어나다.
인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체할 수 없는 인공지능에 대한 열등감에 큰딸 메티는 더 이상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다. 성적이 떨어진 이유에 대해 묻은 부모에게 메티는 울먹이며 말한다. "최선은 아무런 가치가 없어요" 무엇을 하건 인공지능이 더 뛰어난데 공부할 필요가 뭐가 있어요?”
사람을 위해 발명된 인공지능이 인간의 귀찮은 노동을 대신 해주고 필요에 따라 사람의 역할을 대신해주지만 결국 인간 사회에 균열을 만들어 낸다.
인간이 하는 일을 대체해 나가는 인공지능의 이야기가 먼 훗날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인간의 직접 업무를 대체할 만큼의 약한 인공지능은 얼마 안 돼서 실현할 수 있다고 학자는 예측한다.
기계는 임금에 비해 값싸며 신속하고 24시간 일을 시켜도 불평이 없다. 따라서 4차산업 혁명 시대에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음을 예고하며 수많은 일자리가 없어질 거라고 전망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미래 교육 방향에 대해 많은 부모들이 관심 있는 가운데, 교육업계와 육아서에는 발 빠르게 앞다투어 ‘4차 산업혁명을 위한 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다.
시대의 유망직종부터 인재상까지,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아이들에게 필요한 정보라며 수없이 가공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인공지능의 시대가 도래했을 때 인간이 배운 지식이 과연 어디까지 유용할까? 지금의 인공기술로도 바흐풍의 음악을 작곡하고 고흐 풍의 그림을 그리고 미드 프렌즈의 새로운 대본을 쓸 수 있다. 또한 인공지능이 웬만한 개발자보다 코딩을 잘 할 텐데 앞으로 아이들을 무엇을 배우고 무슨 일을 해야 하는 걸까?
다가오는 미래에 대해 어떻게 준비해야 할 지 확신할 수도 없고 명확한 답을 내릴 수도 없지만 빠르게 다가오는 미래에 대해 적어도 ‘인간의 가치는 무엇인가?’ 재고해보는 것이 어떨까.
◆'WHAT'이 아닌'HOW'
지난해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대결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충분했다. 인공지능 대표와 인간 대표의 세기의 대결이 아닐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과는 알파고의 4승 1패로 인공지능의 압승이었다.
기계의 발전은 인간이 넘어설 수 없는 영역의 차원으로 격차가 벌어질 것이고 효율성 부분에서 인간은 기계보다 못한 취급을 받을 것이 자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완벽하게 대체하지 못하는 기계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인간을 효용성으로만 판단할 수 없는 이유다. 로봇이 세상에서 귀찮은 모든 일을 해도 인간은 인간으로서 존재할 것이다.
기계가 전 영역에서 인간보다 월등하다면 휴먼스에서 나오는 메티처럼 더 이상 무엇을 배울지 무엇을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더 이상 ‘우리 아이를 무엇을 더 가르쳐야만 경쟁력 있을까?’하는 고민은 이미 경쟁력이 없는지도 모른다. 다만,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이야기하는지가 더 중요한 세대이기에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많은 부모들이 ‘WHAT’에 집중할 터이지만 문제는 ‘WHAT’이 아닌 ‘HOW’이다. 무엇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배움은 이미 포화 상태이고 그마저도 인공지능이 장악하는 미래에 인간의 지식은 무용지물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모든 면을 앞지르고 우세할 것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음 세대에게 준비시켜주고 길러주어야 하는 덕목은 시대를 바라보는 ‘안목(眼目)’일 것이다.
◆인간의 진짜 가치 '인간다움'
기계에 밀려 쓸모없는 인간으로 전락한다고 생각하면 이 같은 비극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기계가 수많은 인간의 일자리를 대신 한다고 해도 인간의 모든 일자리가 사라지고 인간의 자리를 잃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인간으로서 존재할 이유를 가질 것이다. 어쩌면 인간이 인간다움으로 저력을 가장 잘 과시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휴먼스에서는 가족 사이에서 로봇에게 대체되고 더 이상 자신이 설 자리를 잃은 것 같은 로라에게 인공지능 아니타가 말한다.
"제가 당신보다 아이를 더 잘 볼 수 있어요. 전 기억을 잊지 않고, 화내지도 않으며 우울해하거나 술이나 마약에 취해 있지도 않죠. 저는 더 빠르고 강하며 관찰력이 뛰어납니다. 저는 두려움도 느끼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들을 사랑할 수는 없죠"
기계는 정확하고 인간보다 우월할 수 있지만 인간이 지니고 있는 고유의 인간다움까지 대체할 수 없다. 옆 사람을 배려하고, 상대방의 감정을 헤아리며, 유연하게 일을 처리하고 따뜻한 마음과 사랑의 마음을 지닐 수는 없다. 감정 역시 알고리즘 시킨다지만 흉내 낼 수 있을 뿐 진짜를 대신할 수는 없을 노릇. 가짜는 가짜일 뿐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자녀가 인간답게 존중받을 수 있는 진짜 핵심 키는 인간의 유능함이 아닌 인간의 인간다움임을 기억하자.
인간다움을 지닌 내 아이야말로 시대가 외면할 수 없는 인재상이 아닐까?
사진:셔터스톡
오유정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