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삶의 다양한 요소(개인의 건강과 쉼, 행복, 가족, 친구 및 사회적 관계 등) 간 균형을 이루는 워라밸(Work & Life Balance)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니, 관심은 있었지만, 이를 실천하기 위한 개인, 사회(일터), 정부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말이 더 정확하겠다. 정시퇴근과 사생활을 중시하고 취직을 '퇴직 준비'와 동일시하는 세대들의 등장 18년도부터 급여삭감 없이 주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신세계의 시도, 사회 문화 확산을 위해 <일‧생활 균형 국민 참여 캠페인(고용노동부)>을 진행하는 정부의 움직임 등이 그 증거라 할 수 있겠다.
일과 생활의 균형은 일터의 문화 및 일하는 방식, (자녀 및 노인) 돌봄의 책임과 지원, 개인의 쉼과 건강, 역량개발, 취미 등 다양한 영역을 포함하고 있어 남녀노소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 즉, 일과 생활의 균형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 및 지자체는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 평균수명 증가 등 급격한 인구구조의 변화를 위한 방안으로 워라밸 문화 확산에 힘써 왔다. 한 개인이 경제활동을 위해 일을 할 경우, 일에만 매몰되면 쉼의 기회를 잃게 되고, 몸과 마음의 건강이 파괴된다. 그렇게 파괴된 개인은 타인과의 관계를 맺을 기회를 잃어버리고 누군가를 돌보고 책임지는 것에 대해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된다.
서울시는 2014년부터 이 점에 착안하여,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내 일‧가족양립지원센터를 설치하고 남녀 누구나 발 딛고 있는 경제활동의 영역인 일터로 직접 찾아가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센터는 적절하게 일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하는 주40시간 근무, 정당한 쉼을 누릴 수 있는 휴가, 돌봄을 위해 필요한 출산/육아휴직 등의 법적 사항의 의무와 권리를 일터에 명확하게 인식시키는 것부터 시작해서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통한 업무 다이어트, 회의문화 개선 등 워라밸 실현을 위한 일터 속 환경, 인식, 관계 등의 변화를 위한 지원을 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근로자들의 삶의 질 및 만족도 향상뿐만 아니라 직장생활・직무 만족도를 증대시킴으로써 조직의 이직률 감소, 생산성 증진 등 기업도 함께 상생할 수 있는 효과를 가져온다.
사실 이러한 지원을 위해서는 내부 구성원들의 인식 변화가 가장 중요하며 근본적으로 필요하다. 결국 일과 생활의 균형을 누리는 주체도 사람이지만, 그것을 실현해내는 주체도 사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장시간 근로를 하고, 여성의 독박육아를 당연시하며, 결혼하지 않은 사람의 쉼은 소모적인 것이라는 인식을 '주어진 시간에 효율적으로 일하는 것,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쉬고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다는 것, 남녀에 관계없이 가족 돌봄과 가사 수행을 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전환의 계기는 관련 교육, 제도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그 중 비용을 들이지 않으면서 할 수 있는 현장에서의 아주 쉬운 방법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정시퇴근하는 부하직원과 근로자에게 '오늘도 수고했어!, 즐거운 저녁시간!'이라고 말하기, 휴가 신청자에게 '어디가? 왜 쉬는데?'보다는 '잘 쉬고 만납시다~!'라고 말하기,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남성근로자에게 '남자가 왜 이래?'보다는 '멋진 아빠네!'라고 말하기 등의 사내 캠페인을 실시하고, 이 캠페인의 결과를 팀이나 개인 평가에 반영하는 것이다.
즉, 내부의 인식과 문화를 바꾸기 위한 작은 제도를 도입 및 실천하고, 이를 조직 내 다른 체계(인사, 평가, 경영 등)와 연결하여 성과로 이끌어냄으로써 조직과 구성원 모두가 변화를 체감하는 시도를 해보는 것이다. 무엇보다 워라밸에 대한 수많은 관심과 실천의 노력이 무색하지 않도록 대표나 임직원이 솔선수범하며 조직 구성원이 함께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우리는 충분히 '열심히 일했고', 이제는 '효율적으로 잘 일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워라밸의 또 다른 목표이고, 이 목표는 모든 사람이 함께 사람답게 일하고, 살 수 있는 지름길임을 꼭 기억하자.
글 서울 저출산극복 사회연대회의 참여단체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일‧가족양립지원센터 최선아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