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 울고 부모도 울고 모두가 울고 싶은 순간. ‘위험하다’싶 은 행동을 서슴없이 하는 아이, 부모를 할퀴고 때리는 아이. 천방지축인 것 같은 옆에 아이가 불편한 건 제삼자일 뿐, 정작 당사자인 부모는 평안해 보인다.
화낼 법도 한데 태연한 부모의 행동을 마주하니 의아하기만 하다. 아이의 문제 행동을 인지하지 못한 탓일까 본래 허용적인 태도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방관자인가. 그 이유야 다 알 수 없지만 아동의 도 넘은 문제행동에 대한 부모의 적절한 조치가 없다면 아이의 문제행동이라는 일차적 문제보다 아이의 행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차적 문제가 더 크다.
7살짜리 외동딸을 키우고 있는 류씨(42세)는 아이의 문제 행동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학부모에 대해 불편함을 호소했다. 아이들끼리 놀다 보면 의례 갈등과 다툼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아이들 문제에는 왠만해서는 끼어들지 않는다는 류씨. 그러나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고 했다. 평소에도 좀 거친 아이가 있었는데 어느 날은 가지고 놀던 가위를 가지고 딸 아이의 손을 종이 대신 시험 삼아 자르려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 당시 함께 있던 엄마들이 그 상황을 목격했고 깜짝 놀란 엄마들이 황급히 상황을 제지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주변 엄마들 덕분에 다행히 아이가 상처를 좀 입긴 했지만 크게 찢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류씨를 분노케 한 것은 옆에 아이의 행동보다 부모의 태도였다. 이유야 어찌 됐건 사람의 도리로 사과하기가 먼저일 것 같은데 ‘아이들끼리는 그럴 수 있다’고 말한 것이었다. 당시 아이에게 일언반구 잘못을 언급하는 것 없이 오히려 아이를 두둔하는 엄마를 보고 학을 뗐다고 했다.
류씨가 피해자 입장이었다면 훈육의 원칙과 기준에 대해 고민하는 육씨(38)는 논란의 당사자이다. 슬하에 6살 딸아이를 두고 있는 육씨는 아이가 다소 신경질적이고 짜증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아이의 신경질적인 부분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고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본인보다 주변 사람들이 아이를 버르장머리 없이 키우는 것은 아니냐는 말을 듣게 되고 나니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답답한 마음을 전했다.
‘어떻게 훈육을 해야 하는지’ 방법을 고민하는 만큼 ‘어떤 때 훈육을 해야 하는지’ 기준에 대한 고려 역시 중요하다.
넓은 수용의 범위, 다른 이에게는 피해?
사람의 생김새가 각기 다르고 제품은 용도에 따라 각기 쓰임새가 다르듯 사람의 성향 역시 제각기다. 누군가는 예민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무디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 사이에는 입장의 차가 항상 존재한다. 따라서 같은 상황을 바라봐도 느끼는 바가 다르고 감정의 정도도 다르다.
경우가 바른 사람일지라도 지나치게 넓은 허용의 범위를 지닌 사람은 이런 수용범위가 때론 다른 이를 난처하게 해, 오해를 불러일으키곤 한다.
‘지나치게’ 자녀에 대해 수용적이라면 성격 탓이라고 간주할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분명한 기준과 원칙이 없기 때문에 ‘지나치게’ 허용적일 수 있다. 부모가 양육에 대한 정확한 원칙이 없다면 시시때때로 아동의 말과 행동에 휘둘릴 수 있어 일관적 양육이 어렵다. 또한, 다른 이들에게 예상치 못한 피해를 야기한다. 따라서 허용의 정도와 범위를 분명하게 정해야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단번에 수용의 범위와 정도를 줄여나가는 게 쉽지 않다. 이때, 간단한 몇 가지 규칙을 만들어 적용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위험한 행동과 위험하지 않은 것, 꼭 해야 하는 것과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 등과 같은 몇 가지를 정해 일상생활 속 적용해나가도록 해보자.
‘어글리’맘이 되지 않기 위한 ‘억지’ 훈육
문제 행동이 분명히 보이는데도 지나치게 허용적인 태도 때문에 올바른 훈육을 못 하는 경우도 있지만 반면, 아이가 기질적으로 온순하고 행동이 거칠지 않아 훈육의 양과 정도가 적은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때, 훈육의 필요성 때문에 조바심내어 없는 문제를 억지로 문제화할 필요는 없다. 문제를 억지화 한다는 게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지만 적지 않은 경우가 훈육을 위한 훈육을 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다 하기에 트렌드처럼 억지로 하는 훈육은 훈육이 아니라 트집이고 억지다. 설사,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한다고 하더라도 잘못된 행동을 할 때마다 일일이 지적하고 통제한다면 아이에게 잔소리가 될 뿐이다.
'지나차게'넓은 수용의 범위와 '억지'훈육 모두 부모의 분명한 원칙과 기준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양육에 대한 기준과 원칙을 명확히 할 때, 아이 혹은 주변 사람에게 휘둘리지 않고 일관된 양육을 할 수 있다.
오유정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