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맘이 2017 임산부의 날을 맞이해 독자들에게 임신부 수기를 공모했다. 소중한 생명을 얻는 과정에서 울고 웃었던 진솔한 이야기들이 접수되었고 그중 수상작 5명의 작품을 본지에 소개한다.<편집자주>
① 행복한 아빠- 김종헌
② 마흔 하나 엄마, 셋째 낳다-김현정
③ 난 4명을 원한다고!-안현준
④ 나의 행복 출산기-임순애
⑤ 당신은 나의 서포터즈-최주희
우리 부부는 자연임신이 되지 않는 난임 부부다. 불임병원을 몇 년 동안 다닌 끝에 어렵게 갖게 된 첫 아이를 위해 나는 신랑이 근무하는 전라도에서 외롭지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10개월을 보냈다.
2014년 1월 20일 예정일에 맞춰 아침 일찍 양수가 터졌다. 미지근한 물이 흐르는 느낌, 정말 이상했지만 '아! 이게 양수구나'를 자연스럽게 느꼈다.
나는 원래 자연분만을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병원은 아기가 4kg이 넘었고 내려오지 않았다며 제왕절개를 권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우리 부부를 포함해 모든 주변인들이 자연분만을 주장하고 있었다. 나는 "꼭 자연분만 하고 싶어요!"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의사 선생님은 "일단 유도분만 해보겠지만 이미 양수 빠지는 속도가 빨라 여유는 없다"며 "수술을 하게 된다면 수술 동의자인 신랑이 와야 할 수 있으니 서둘러달라"고 덧붙였다. 결국 유도분만을 시도했지만 오히려 아이가 위로 올라가버려 제왕절개를 결심했다.
20분 정도 시간이 흐르고 신랑이 병원으로 뛰어 들어왔다. 한겨울인 1월인데도 땀에 흥건히 젖은 신랑은 나를 보자마자 눈물부터 흘렸다. 그런 우여곡절 끝에 우리 부부는 첫째 아기를 만났다. 알고 보니 수술할 때도 눈물바람이었다는 신랑은 엄청난 울보였다. 친정 엄마는 딸이 사랑받고 있다는 생각에 흐뭇하셨다고 한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 아기를 품에 안았지만 3일간 겪은 수술 통증이 하나도 안 아픈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기분이 좋았던 것은 아이가 조리원에서 목소리 1등, 몸집 1등, 먹는 양 1등을 독차지할 정도로 아주 건강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11월 14일 둘째 출산을 앞두고 있다.(공모작 응모 시점 기준) 둘째는 꼭 자연분만을 하고 싶어서 브이백 요청을 했는데 병원은 이번에도 제왕절개를 권해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다. 수술 후의 3일이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2014년 태어난 딸아이의 해맑은 웃음을 보고 있으면 둘째의 웃는 얼굴도 너무나 보고 싶다.
사실 1년 전에 둘째를 임신했다가 보낸 일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 아이 몫까지 정말 더 많이 사랑해주고 더 아껴주며 두 아이 육아에 힘쓰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키즈맘 생각
안타깝게 보낸 아이가 있어 따뜻한 체온을 느낄 수 있는 아이가 더 애틋하다. 아이가 잘 들어서지 않는 난임부부의 경우에는 더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아이를 만나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는 모든 부모에게 박수를 보낸다.
김경림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
입력 2018-12-08 12:21:00
수정 2019-01-04 16: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