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으로 잘못된 처방을 받아 13년 간을 누워만 있던 환자에게 병원은 얼마의 배상을 해줘야 할까?
이 환자는 자신을 뇌병변 환자로 알고 병상에 있었지만, 알고 보니 '세가와병'이었다. 이에 알맞은 치료약을 먹자 이틀만에 걸을 수 있었다.
1997생 서지수(가명) 씨는 만 3세가 넘어서도 제대로 걷지 못하고 까치발로 걷는 등의 증상을 보였다. 2001년 대구의 한 대학병원 재활의학과에서 뇌성마비 중 강직성 하지마비 판정을 받았다. 이후 수차례에 걸쳐 입원 치료도 받았지만, 2009년에는 경직성 사지 마비 진단을 받았다. 2011년에는 상세불명의 뇌성마비 진단을 받았고 뇌병변 장애 2급에서 1급으로 판정받기도 했다. 이에 지수씨 아버지는 국내 유명 병원뿐 아니라 중국과 미국의 병원도 방문했지만 차도는 없었다.
그러던 지난 2012년, 서울의 한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던 중 물리치료사에게 "뇌병변이 아닌 것 같다"는 뜻밖의 말을 듣는다. 이에 의료진은 대구의 대학병원에서 과거에 촬영한 MRI 사진을 본 뒤 "뇌성마비가 아닌 도파반응성 근육긴장"이라고 진단을 내렸다.
도파 반응성 근육긴장이상, 또는 '세가와병'으로 불리는 이 병증은 신경전달물질의 합성에 관여하는 효소의 이상으로 도파민 생성이 감소해 발생한다. 주로 소아에게 발생하지만 소량의 도파민 약물을 투여하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합병증 없이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다.
지수씨는 새로운 치료제를 복용한 지 이틀 만에 일어나 걸었다. 아버지 서인석씨는 SBS와 인터뷰에서 "약을 이틀 먹더니 걷지도 못하던 애가 방에서 걸어 나오는 거예요. '아빠 나 걷는다'라고 말하면서"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지수 씨 가족은 뇌성마비 진단을 내린 대학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병원 측의 과실이 인정된다며 1억 원을 배상하라는 조정 결정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