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한식은 잡곡이나 채소를 균형 있게 섭취할 수 있도록 구성돼 식이섬유를 충분히 보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식 위주의 식사에서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바뀌며 거친 잡곡이나 나물보다는 부드러운 빵이나 면, 기름진 육류 등의 섭취가 과도하게 늘고 그로 인해 식이섬유 섭취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식이섬유가 부족해지면 가장 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대장입니다. 장이 깨끗하고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려면 비피더스나 유산균 같은 유익균이 활성화돼야 합니다. 현대인의 경우 스트레스, 불규칙한 식습관, 밀가루와 육류의 과다 섭취 등으로 인해 유해균이 많아지기 쉬운 환경에 노출돼 있고 그로 인해 변비나 과민성장증후군 등을 겪기 쉽습니다. 게다가 장에는 면역 세포의 대부분이 분포되어 있어 장 기능이 떨어지면 면역력도 저하돼 다양한 질환의 위험도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현대인들에게 식이섬유는 점점 중요해지고 있고, ‘제6의 영양소’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식이섬유가 장의 유익균을 활성화시켜서 노폐물이나 독소가 몸속에 오래 머물지 않도록 도와주며 면역 기능 강화에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식이섬유는 혈액을 정화하고 혈당과 혈압을 떨어뜨리며 비만,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같은 성인병의 예방을 돕습니다.
대표적으로는 곡류의 섭취를 늘리는 것이 좋은데, 귀리, 현미 같은 곡류에는 리그닌이나 셀룰로오스 같은 식이섬유가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다만 곡류의 경우 불용성 식이섬유로 물에 녹지 않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나 장을 빠르게 통과해서 변비 해소에 도움이 되지만 과도하게 많은 양의 불용성 식이섬유를 섭취할 경우 오히려 변을 굳게 만들어 복통과 변비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여성들의 경우에는 다이어트 식품으로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즐겨 먹는데, 다이어트 중 포만감을 높여서 과식이나 폭식을 줄일 수 있으며 변비 해소에도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100g당 식이섬유가 80g이나 들어 있는 한천 등으로 과도하게 식이섬유를 섭취한 경우에는 영양 불균형 상태를 초래해 오히려 장 기능을 떨어뜨리고 다이어트에 실패하기 쉽습니다. 한천은 찬 성질을 갖고 있어 몸이 차고 소화기능이 떨어지는 사람들에게도 좋지 않습니다.
아무리 좋은 영양소도 다른 영양소와의 균형을 충분히 고려해야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따라서 식이섬유에 치우치지 말아야 하며 다양한 영양소를 균형 있게 섭취하는 것을 기본으로 해야 합니다. 성인의 경우 하루에 약 25g정도의 식이섬유를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성장기 아이들의 경우에는 변비가 있거나 살이 좀 쪘다고 해서 과도하게 식이섬유를 섭취할 경우 철분이나 칼슘 등 성장기에 반드시 필요한 다른 영양소의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변비가 있어서 식이섬유 섭취를 늘릴 때는 변비의 원인이 무엇인지부터 정확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식이섬유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몸에 열이 너무 많다거나 식사량이 과도하게 적은 경우, 운동량이 부족하거나 탄산음료나 커피 등의 과도한 섭취로 수분이 부족한 경우에 변비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원인에 맞게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글 김소형 한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