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감이 아이의 좌절감을 깊게 패게 만들 거라는 믿음과 자존감이 낮아질 것이라는 예상은 부모를 방임과 권위주의 사이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갈 길을 잃은 채 헤매도록 한다.
부모의 통제와 제한이 아이를 상처받게 할까 봐 잘못된 행동을 눈감아 준다. 괜한 훈육은 자신감을 잃지는 않을까 상황을 감추기에 급급하며 좌절감을 유발시킬 것 같은 상황을 애초에 차단함으로써 아이에게 베스트 환경을 만들어주려 애쓴다. 엄격한 것이 독단적인 것처럼 비추어지고 방임은 수용처럼 여겨지는 어긋난 생각의 회로로부터 기인한 결과이다.
적절한 좌절 교육이 오히려 자녀가 맞이하는 현실을 능동적으로 마주할 수 있는 힘이라면 부모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적절한 좌절'도 교육이 필요하다
도덕적 판단은 태어나면서부터 저절로 습득되지 않는다. 부모의 분명한 가르침으로써 나타난다. 우리는 아이의 도를 넘는 행동, 적절하지 못한 요구 및 다른 기능장애에 맞닥뜨렸을 때 무조건적 수용이 아닌 아이의 나이와 반응, 요구 등에 따라 적절한 대처를 해야만 한다. 아이를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단적인 예로, 올바른 도덕적 판단과 사회화의 발달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아이의 모든 행동을 용납하고 수용하는 부모의 행위는 아동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며 언제나 가능하다고 배우게 된다.
따라서, 아동은 도를 넘는 상황을 반복하고 어른을 제멋대로 좌지우지 휘두르려고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은 것을 요구하며 좌절에 대한 불관용의 발달이 앞서고 전능의 감정 또한 점차 발달시킨다. 심지어 한 번도 제지를 당해본 적 없는 아동은 또래 친구들 뿐 아니라 어른들까지 자신을 두려워한다고 여긴다.
거절감을 경험하지 못한 아이, 매사에 마음대로 하는 아이는 정말 괜찮을걸까? 장기적으로 볼 때, 즉각적인 욕구충족은 더 이상 만족감을 주지 못하며 앞으로 있을 최소한의 좌절 앞에서 더 큰 절망감을 가져다준다. 자라는 동안 좌절을 경험하지 못한 아이는 이로 인한 또 다른 고통을 겪기 때문이다. 부모가 돌봐줄 수 있고 부모의 울타리 안에 있을 때는 부모의 도움으로 좌절되는 순간과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지만 자녀가 행동하는 반경이 넓어지고 자라남에 따라 부모가 관여할 수 있는 환경의 범위는 적어진다.
부모가 대신해줄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으면 현실에서는 아동이 원하는 대로 휘둘리지 않기 때문에 이런 아동은 더 큰 스트레스를 경험한다. 오직 자신의 쾌락원칙에 대한 만족만을 알아왔기에 아주 작은 어려움이라도 그 좌절들을 관리할 수 없는 능력이 없다. 아이에게 현실은 너무나 가혹하고 고통스러워진다. 처음에는 현실원칙과 쾌락원칙 사이의 단순한 불균형이 나중에는 현실에서의 부적응을 불러일으킨다.
아이가 당장의 아픔을 겪는 것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을 볼 수 있는 안목과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아이가 즉각적인 욕구충족에 연연하는 것이 아니라 만족을 지연할 줄도 알고 참을 줄도 아는 아이로 자라날 수 있도록 부모의 분별력과 주의를 기울임이 필요하다.
◆ 삶에 꼭 필요한 '좌절의 순간'
아동이 좌절을 수용하는 것은 삶의 우여곡절에 대한 장래의 내구성을 얻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일 뿐 아니라, 도덕적 판단을 발달시켜 타인과 관계를 형성하는 데에도 꼭 필요하다. 다른 이와의 관계를 형성할 때, 내 멋대로 내 욕구대로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모든 관계에서는 일상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양보하고 타협하는 부분이 있으며 따라서 불쾌함의 요소가 섞여 있을 수밖에 없다.
자기중심적 생각에서 벗어나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타인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기다릴 줄 알고 적절히 지루해하고 욕망을 나중으로 미루고 누군가를 도울 줄 알며 타인을 존중하고 무언가를 위해 노력하고 결과를 위해 자제할 줄 알아야 한다.
즉, 즉각적 쾌락의 무절제하고 비현실적인 상황을 부모가 끝까지 이루어주려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불편한 상황을 서서히 극복해낼 수 있는 환경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블록을 어렵게 쌓았다가 망가진 블록을 보고 우는 아이의 상황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상황. 이럴 때, 부모가 다시 쌓아주고 아이가 원하는 방향 대로 단순히 울음을 그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다시 한 번 블록을 쌓을 수 있는 경험을 도와주는 것. 격려와 열렬한 칭찬으로.
적절한 좌절을 경험하지 못한 아이는 자신감과 자존감이 높은 아이로 거듭나는 것이 아니라 결국 막무가내인 아이로 낙인찍히고 만다. 막무가내인 아이를 수용하기에 작은 사회. 곁을 내주지 않은 사회를 겉돌며 아동은 적응하지 못한 채, 홀로 남는다. 부모는 언제까지나 아이의 그늘막이 되어주지 못한다. 부모의 그늘막이 걷어질 때쯤, '적절한 좌절'의 교육은 아이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참고도서 <폭군아이 길들이기>(길벗)
오유정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