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아동·청소년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 제56조에는 성범죄자는 10년 동안 의료기관·어린이집·유치원·학교·학원·아동복지시설 등에 취업을 할 수 없었지만 이 조항은 지난해 3월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났다. 헌재는 "범죄의 경중과 재범 위험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취업을 막는 것은 기본권의 과도한 침해"라고 봤으며 56조는 효력을 상실했다.
위헌 결정 이후 아청법 56조를 보완하지 않아 법률 공백 상태가 1년 8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취업 제한에서 풀린 성범죄자를 4만여 명으로 추정한다. 신상정보 등록 의무가 있는 성범죄자(4만 6000여명) 중 수감 중인 사람을 빼고 통신매체 음란범죄자(신상등록 대상 아님) 등을 더해 산출했다.
이금순 여성가족부 아동청소년성보호과장은 "2010년 신상정보 등록제 시행 이전에 확정판결을 받은 성범죄자가 4만 명에 빠져 있어 취업 제한 안 받는 성범죄자가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가족부는 성범죄자 4만명 중 몇 명이, 어디에 취업해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11월 56조를 세분화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3년 이상 징역·금고형은 30년 이내, 3년 이하의 징역·금고형 또는 치료감호는 15년 이내, 벌금형은 6년 이내에서 재판부가 정하도록 했다. 국회 소관 상임위인 여성가족위원회를 통과해 올 2월 말 법제사법위원회으로 넘어갔다. 법사위는 9월 제2 법안심사소위원회로 넘겼지만 한 번도 심의하지 않았다.
법률 공백 상태가 1년 8개월째 이어지며 혼란은 지속되고 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벌금형 받은 의사도 병원 복귀해 정상근무했으며 초등학생의 엉덩이를 만지는 등 강제추행으로 징역형을 받은 지역 아동센터장이 돌아와도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일선 현장도 성범죄에 느슨해지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국감자료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관련 시설 운영자가 직원의 성범죄 경력조회를 하지 않아 과태료 처분을 받은 데가 2015년 276건에서 위헌 결정이 난 지난해 361건으로 늘었다. 올 1~8월 217건이 적발됐다.
취업제한 제도가 효력이 없기 때문에 구직자가 성범죄 이력을 숨겼어도 문제 삼지 못한다. 특히 형량이 확정돼도 어린이집·학원 취업 가능하고 아동·청소년 관련 시설에 취업하거나 운영을 해도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은 성범죄자에게 피해자에게 접근해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에 반드시 관련 법률 개정안을 연내 입법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송새봄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