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유행은 '노키즈존(No Kids Zone)'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노키즈존은 말 그대로 아이들의 출입 자체를 거부하는 가게들을 일컫는 단어로 몇 년 전부터 조금씩 퍼지던 노키즈존은 이제는 하나의 사회현상이 돼버렸다.
"밥 먹는 식탁에서 기저귀를 간다"
"대변이 담긴 기저귀를 가게에 두고 간다"
"아이가 시끄럽게 떠들고 운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대표적인 '노키즈존'을 만든 사례들이다. 그 이전에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오해받는 이 사회에서 과연 '노키즈존'은 누가 만들어낸 것일지 물음을 던져봐야 한다. 어쩌면 엄마들과 아이를 위한 편의시설이 미흡해 벌어진 일은 아닐까?
이에 수유실과 기저귀 교환대가 있고 엄마와 아이의 출입을 환영하는 '노키즈존(No Kids Zone)'이 아닌 '웰컴키즈존(welcome Kids Zone)'이 그 대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키즈맘에서는 먼저 수유실이 구비 된 용산의 반찬가게, 부산 정관의 카페, 강남의 서점과 샐러드바를 찾아가 그들의 의견과 경험에 대해 들어봤다.
교보문고 강남점의 어린이파트를 맡고 있는 홍혜영 파트장은 “교보문고는 건물 완공당시부터 수유실을 마련해 이용자가 많지만 위치 문의 정도만 들어오고 직원들이나 다른 손님들도 그로 인한 번거로움이나 불편함은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빕스(VIPS) 청담점의 박정현 매니저는 “빕스는 아이들을 환영하는 샐러드바로 수유실을 마련해놓아 아이의 기저귀를 식사공간에서 교체하는 불편한 상황은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아이를 환영하는 ‘웰컴키즈존’을 방문해보니 수유실이나 기저귀교환대 등의 편의시설을 구축함으로 사용자의 불편함과 타인에게 끼칠 수 있는 피해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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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 사회 진입 앞둔 지금, 일본 사례 염두해야
과거 일본에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아이들이 내는 소리를 소음으로 인식하게 되자 이에 따른 마찰로 각지에서 소송전이 일었다. 아이를 키우는 주민을 상대로 집단으로 이사를 강요해 이에 못 이겨 이사한 육아 세대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하기도 했다. 이런 갈등을 두고 아이들이 마음 놓고 놀 공간이 부족해 빚어진 결과라는 주장과 아이들이 교통사고와 소음을 유발하는 만큼 이를 막아야 하는 부모의 주의가 더 필요하다는 여론이 팽팽하게 맞섰다.
이처럼 아이의 공원 출입을 막은 것 하나만으로 예상치 못한 새로운 사회 문제들이 속출했고, 이런 폐해를 뒤늦게 깨달은 일본은 ‘아이들이 뛰어 놀 권리’를 보장하기로 하고, 그간 아이들로부터 발생하는 소리를 소음으로 규정해서 발생한 소송과 어른의 그릇된 인식을 바꾸기 위해 어린이들이 일으키는 발·놀이·악기소리 등을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아이들의 출입을 제한하면 당장은 불편함이 해소 될지 모른다. 하지만 아이와 양육자를 배척하는 문화가 퍼질수록 그에 따른 폐해 혹은 그에 따른 책임은 어떤 식으로든 일어나게 된다.
일본의 경우만 봐도 어린아이들이 소음을 낸다는 이유로 공원에 놀이기구를 없애고 공놀이를 금지시키자 갈 곳을 잃은 아이들의 안전사고와 게임중독문제가 불거졌다.
아이의 출입을 제한하는 현상이 한국사회에 점차 퍼지고 있다. 아이의 출입을 금지시킨다면 당장은 편할 수 있겠지만 미래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한 때다. 미래에 다가올 문제들을 감당하는 건 결국 우리의 몫이 될 것이다.
송새봄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