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샤인이는 이제 만 10개월, 조만간 한 돌을 앞두고 있다. 나는 여전히 완모(분유 없이 모유 수유만 하는 것) 중이다. 첫째 뿅갹이를 13개월 동안 먹였기에 둘째도 똑같이 13개월 동안 먹일 생각이다. 하루하루 손꼽아가며 단유의 시기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있다.
◆ 왜 13개월인가
첫째 아이를 13개월 동안 수유한 것은 모유 관리실의 조언 때문이었다. 양이 너무 많아서 힘들었는데 12개월을 기점으로 젖양이 줄어들며 동시에 이 시기를 기점으로 모유의 면역성분이 확 올라가 아이가 ‘돌앓이’를 할 가능성이 적다는 것도 한 이유였다. 매일 찾아오는 단유의 충동을 모유 관리실에 갈 때마다 의지를 다지며 13개월을 채웠다. 진짜 모유의 힘인 것인지는 몰라도 뿅갹이는 돌 앓이를 하지 않고 넘어갔다.
◆많은 엄마가 왜 단유를 선택하는가
주변의 엄마들을 보면 초기엔 혼합을 택하다가 100일 정도를 기점으로 완분(분유로만 수유하는 것)을 택하는 엄마들이 많다. 모유가 콸콸 나오는 엄마가 드물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만큼 난생 처음 해보는 모유 수유는 힘들고 어렵다. 많은 엄마가 그런 자신의 선택에 미안해하며 조금이라도 아이에게 좋은 분유를 먹이려고 고심한다. 하지만 어떠한 방식을 택했건 엄마의 선택은 존중받아야 하며 누구도 그릇되지 않았다.
나 역시 누구보다도 매일매일 단유를 꿈꾼다. 원래도 가슴이 큰 편인 데다가 젖양까지 많은 편이라 모유 수유 기간의 가슴은 정말이지 거대하다. 거기에다 애까지 안고 다니려니 어깨 통증을 달고 산다. 가슴 밑은 늘 답답해서 한겨울에도 땀이 찬다. 남편에게 나에게 가슴 밑은 겨드랑이와 같은 존재라고 했더니 깔깔거리며 웃지만 나는 진지하다.
◆ 모유 수유의 장점과 단점
모유 수유의 장점은 어디에서나 흔하게 찾아볼 수 있을 만큼 많이 홍보되어 있다. 내 아이에게 최고의 맞춤 영양식이라는 점이 최고의 장점일 것이다. 그 외에 분유값이 안 들어서 경제적이라든가 엄마의 산후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등의 부차적인 것들이 있는데 젖몸살이 자주 와서 모유 관리실에 분유값 이상의 비용을 쏟아 부었으며 모유 수유 중에 허기져서 더 많이 먹기 때문에 몸무게가 전혀 줄지 않는 내 경우와 같은 예외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단점 역시 많은데 그중에서도 공간의 제약과 아이와 떨어지지 못한다는 점이 가장 큰 애로사항이다. 백화점과 대형 쇼핑몰 정도를 제외하고 수유실을 갖추고 있는 곳은 거의 없으며 가슴을 드러내고 수유했다간 개념 없는 엄마라는 눈치를 받기 십상이다. 오물을 쏟아놓은 게 아니라 그냥 그들도 밥을 먹고 아이도 식사하는 것이지만 말이다.
모유 수유하는 엄마는 아파도 졸려도 아이에게 직수를 해야 한다. 오직 내 가슴을 통해서만 아이에게 영양분을 공급할 수 있다. 또 모유 수유를 하는 아이들은 유독 엄마와의 애착이 강한 경우가 많아 다른 사람의 손에 맡기기가 더욱 어렵다. 나 역시 너무 몸이 힘들 때 누군가에게 분유 수유를 부탁하고 좀 자고 싶었던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다. 밤중 수유도 쉽게 끊지 못해 아직도 통잠을 자지 못한다.
아이가 만7개월에 접어들었을 때 드디어 수유 기간의 반환점을 돌았다는 안도감과 아직도 6개월이 더 남았다는 사실에 단유가 너무도 요원하게 느껴져 절망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 단유의 그 날이 오면
단유 과정은 절대 쉽지 않다. 우선 아이에게 한 달 전부터 이제 곧 가슴과 결별해야 한다는 것을 매일매일 주지시켜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 날이 오면 가슴과 작별인사를 하고 그 순간부터 단호하게 몇 달간 가슴을 보이지 않아야 한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평생 가장 포근하고 친했던 존재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일이다 보니 밤새워 보채기도 하고 수시로 밀려오는 상실감에 울먹이며 상당히 힘들어한다.
게다가 나의 경우는 젖양이 아주 많았기 때문에 제대로 앉을 수도 누울 수도 없었고, 고개를 좌우로 돌리지도 못할 만큼 괴로웠다. 당연히 애를 안아주지도 못한다. 단유하는 날엔 아예 친정에 가서 며칠간 지내며 부모님이 대신 아이를 안아주셨다. 사흘 간 밤마다 슬피 울던 아이는 나흘째 밤이 되자 조금 진정하기 시작했다. 가장 괴로웠던 첫날을 지내고 난 다음 모유 관리실에 갔을 땐 무려 600ml의 젖이 내 가슴에서 나왔다. 정말 문자 그대로 피부가 찢어지는 줄 알았다. 그 후에도 한 달에 걸쳐 다섯 번 더 관리를 받고 나서야 완전히 단유를 할 수 있었다.
둘째 아이의 단유 역시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일 것이다. 다 알고 있기에 더욱 두려운 과정이지만 언젠간 맞닥뜨려야 한다. 단유의 그 날이 오면 그동안 가슴 때문에 입지 못했던 새 옷을 사 입고 가뿐한 몸으로 외출을 해보고 싶다. 그 생각으로 오늘도 약 100일가량 남은 수유 기간을 견뎌내고 있다.
심효진 육아칼럼니스트
이화여자대학교 졸업
(전)넥슨모바일 마케팅팀 근무
(전)EMSM 카피라이터
(현)M1 정진학원 교육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