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신나게 뛰어다닌 아이가 갑자기 다리가 아프다고 엄마에게 칭얼댄다. 아이의 고통이 단순한 '성장통'이라고 치부한 엄마는 "00이의 키가 크려고 그러는 거야. 아플수록 00이의 키가 더 많이 클 거야"라며 어서 자라고 이불을 덮어준다.
하지만, 성장기 아이들이 활발하게 논다고 근육통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성장통이라고 오해하고 방치해서 결과적으로 병을 키우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성장통은 아이가 걷기 시작하는 2~3세부터 초등학생까지 자주 나타난다. 대부분 원인을 알 수 없는 팔다리의 통증을 통틀어서 '성장통'이라고 정의하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통증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뼈가 자라는 속도를 근육이 따라가지 못하는 이른바 '믹스매칭'이다. 성장만큼 중요한 것이 조화와 균형인데 뼈와 근육이 동시에 같은 수준으로 성장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통증이다. 낮에 움직임이 많아 근육통이 온 경우도 있으므로 아이가 밤에 자다 깨서 울거나 아프다고 하면 그 날 활동량을 체크할 필요가 있다.
아이가 계속해서 아프다고 한다면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시키고 아픈 곳을 가볍게 주무르며 마사지를 해준다. 그래도 아이의 통증이 지속된다면 좋지 못한 자세로 골반이 틀어졌을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정형외과를 방문해야 한다. 특히 팔과 다리 중 한쪽만 아프다는 아이는 좌우 균형이 맞지 않는 경우이므로 반드시 병원에서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야 위험한 상황을 초기에 막을 수 있다.
성장통으로 착각할만한 질병에는 '오스굿 슐라터'가 있다. 오스굿 슐라터는 무릎 전방 상방에 있는 일종의 인대염이다. 심하면 깁스도 2~3주 가량 한다. 엑스레이 촬영으로 금방 알 수 있으며 과격한 운동을 피하고 충분한 휴식만 취하면 되기 때문에 치료는 어렵지 않다.
이외에 '일과성 활액막염'도 성장통과 구분해야 한다. 초등학교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데 감기를 앓고 3~4일 후부터 갑자기 다리를 절면서 아프다고 하면 이 질병을 의심해보자. 고관절에 오는 감기와 같아서 짧으면 2주, 길면 한 달 정도 지속되지만 증상이 저절로 낫는 병이라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
하지만 LCP는 주의해야 한다. 대퇴골두무혈성 괴사증인 LCP는 드물게 발병하지만 초기 진단을 놓치면 상태가 악화된다. 심하면 성인이 됐을 경우 한쪽 다리가 이상적으로 짧아져 다리를 절게 될 수도 있다.
또한 스플릿트도 있다. 운동량이 너무 많아서 뼈 앞쪽에 스트레스 받은 골절이 생겨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로 한 달 정도 깁스를 하면 나아진다.
이처럼 성장통이라는 가면을 쓴 유사 질환들이 여러 가지 있다. 시간이 통증을 해결해준다는 생각을 하기 보다는 병원을 방문해 정확하게 아이의 현재 상태를 진단하고 의사의 처방을 따라야 훗날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도움말 임창무 박사(뉴본정형외과 원장)
김경림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