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아래, 살갗을 닿으며 살아가고 있는 부모 자녀 간 대화의 시간은 얼마나 될까? 2014년, EBS 다큐프라임 9부작으로 방영된 ‘가족 쇼크’에서는 초등학교 2학년 학생과 6학년 학생의 교실을 찾아가 엄마, 아빠와 나누는 이야기 시간과 부모님께 가장 많이 듣는 말에 관해 물었다.
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은 모두 4~5시간 이야기를 나누며 부모님에게 ‘사랑해’와 ‘네가 최고야’라는 등의 애정 표현과 지지를 주로 받았다고 밝힌 데 반면, 6학년 교실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6학년 학생들은 부모님과의 대화 시간을 각각 30분 정도 혹은 10분도 안 된다고 답한 것. 또한 ‘공부 좀 해라, 책 좀 읽어, 휴대폰 좀 그만해, 복습 좀 해라’ 등 대화시간 대부분의 표현은 공부에 관한 이야기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며 놀라움을 자아냈다.
현재 중학교 1학년 딸과 고등학교 3학년 된 딸을 두고 있는 양 씨(52세)는 부쩍 대화 나누는 시간이 줄어들고 자녀와의 관계가 멀어진 것 같아 속상하다며 말을 이어갔다. 자녀를 잘 양육하기 위해 없는 시간을 쪼개어 부모교육을 들으러 다닌 것을 물론, 부모교육 교육서도 수없이 봤다는 양 씨.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했음에도 불구하고 자녀와의 관계가 왜 멀어졌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부모의 수요를 짐작하게 하듯, 다양한 양육서가 발간되고 부모교육 강의도 연일 개최되고 있다. 부모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부모의 인식 또한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모-자녀 간의 거리감은 쉽사리 좁혀지지 않는다. 부모의 노력에도 여전히 부모-자녀 간의 대화가 부족한 이유는 무엇일까?
심리치료사 A 씨는 부모교육 이후, 가정에서 아이에게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앎’에서 끝난다는 것을 꼬집었다. 양육서를 접하고 부모교육을 아무리 들어도 개선되지 않는 것은 실천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 부모는 내가 아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에 옮겼을 때 비로소 자녀와의 관계에 변화가 일어난다며 실천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서, ‘아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라며 아이의 문제행동에 대한 책임을 외부로 귀인 하는 부모에게 아이의 문제행동에 부모의 책임이 전혀 없을 수는 없다며 객관적으로 부모 자신의 문제 행동을 재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평소 아이에 대한 칭찬이 많다고 부모는 자신했지만, 실제 놀이상황을 치료사가 관찰한 결과 칭찬보다 아이를 향한 비난과 지시가 더 많았던 것. 부모 자신의 문제행동을 명확히 했다면 수정해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반면,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2014년 청소년 종합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 6.7%가 주중에 아버지와 전혀 대화를 나누지 않고, 어머니와 주중에 전혀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2.6%로 보고된다. 1시간 미만 정도만 대화하는 청소년은 56.5%로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으며, 주중에 어머니와의 대화 시간이 1시간이 채 되지 않는 경우는 41.9%로 2011년보다 대화 시간이 증가했다.
오유정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