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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효진의 육아사생활] '애 낳은 아줌마 몸매'가 뭐가 어때서?
입력 2018-05-17 17:52:02 수정 2018-05-17 17:5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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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애 낳았는데도 배가 하나도 없네. 아가씨 같아~"
"이제 뭐 아줌마지."

동네 놀이터에 나가면 우리가 흔하게 들을 수 있는 대화다.
'아이를 낳고 나서 몸무게는 어느 정도 돌아왔는데 몸매가 예전 같지 않아요. 흉통도 넓어진 것 같고 팔뚝도 두꺼워지고 묘하게 아줌마 체형이 되었어요.'

'남편이 제가 푹 퍼진 아줌마가 되길 원치 않는대요. 아이 키우면서는 도저히 다이어트 하기가 힘든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남편이 이제 더 이상 저를 여자로 안 보면 어쩌죠?'

인터넷 맘카페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유형의 글이다.

'아줌마' 비하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이제,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물론 아줌마 비하에 대한 역사는 비교도 안될 만큼 더더욱 오래되었다. 이는 우리의 사고 속 깊이 뿌리박혀 있으며 생활 속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여자는 출산과 육아라는 인류를 영속시키는 위대한 일을 하고도 '아줌마'라며 비하당해야 하고 '애 낳은 적 없는' 아가씨 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어야만 칭송받는다. 같은 여자인 아가씨들 조차 자신도 나이가 들면 아줌마가 되는 것이냐며 꺼려한다. 기혼 여성을 뜻하는 '아줌마'라는 단어 자체가 왜 비하의 의미를 띄게 되었을까?

여성 혐오의 최정점 아.줌.마.

여성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결혼 여부나 출산 경험에 따라 여러 가지로 그 가치를 평가받는다. 나라는 사람은 계속 같은 사람이며 오히려 살아감에 따라 더 성숙하고 있음에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단 이유만으로 가치가 낮아진 느낌을 받는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가치'는 누가 결정할까. 나이가 든 여자는 매력이 없고 출산을 했으니 여성도 남성도 아닌 제3의 성인 아줌마가 된다는 시각은 철저히 남성 중심적인 시각에서 여성을 대상화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사실 이미 결혼해서 댁이랑 연애할 것도 아닌데 왜 나를 평가할까. 자기관리를 못 하는 푹 퍼진 아줌마가 되었다며 비아냥거리는 시선들이 있는데 왜 자기관리에는 꼭 몸매관리만 해당할까. 여성의 가치는 예쁜 얼굴과 날씬한 몸매로만 결정되는 것일까.

사실 임신과 육아는 모두 여자가 자궁이 있으므로 가능한 것이다. 인류의 재생산은 오로지 여자가 마음먹기에 달려 있는 것인데도 그 가치를 매우 폄훼하고 있다. 이 세상의 모든 여성이 출산 파업을 해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불가능한 환상을 주입하는 매스미디어

'출산 후 3개월 만의 완벽 복귀', '애는 내가 낳았나?'

매스미디어는 우리에게 연일 환상을 보여준다. 나 역시 그런 환상에 속아 임신하면 배만 나오고 낳고 나면 모유 수유라는 마법의 다이어트를 하면 감쪽같이 몸매가 복귀될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임신 중에 나의 코는 3배만큼 커졌고 팅팅 부은 발목은 종아리보다 두꺼웠다.

애 키우느라 힘들어서 살이 저절로 다 빠졌다는 말은 다 남의 얘기일 뿐 엄청난 젖양으로 13개월 동안 완모를 했건만 7키로 가량의 살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대부분 일반적인 여성의 현실이다. 그 환상은 수많은 여성에게 좌절을 안겨주며 임신 중 다이어트와 같은 위험한 시도를 낳게 하거나 골다공증이나 산후우울증, 기형아 출산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환상이 아닌 현실을 알려야 한다. 그 현실을 알고 난 후 임신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대중매체는 무엇이 두려워 현실을 감추고 환상을 공고히 하는가.

외모 서열화를 조장하는 칭찬 속의 함정

"어머, 애 엄마가 어쩜 이렇게 피부가 곱고 배도 하나도 안 나왔어요?"

듣는 순간 기분이 좋아지는 칭찬이다. 이런 말을 듣고 기분 나빠했다가는 아마 '프로불편러'쯤으로 취급받으면서 인간관계를 망칠 수 있다. 하지만 이 칭찬 속에는 함정이 숨어 있다. 아이 엄마의 외모를 칭찬한다는 것은 타인의 외모를 평가한다는 것이고 그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을 뿐이다. 비록 누군가에게 입 밖에 내어 말하진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피부가 탄력이 없고 잡티가 있거나 살이 많이 쪄있는 엄마들과의 서열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 날씬하고 예쁜 엄마만이 좋은 엄마는 아니다. 살이 찌건 아니건 모두 다 좋은 엄마이며 타인에게 평가받을 이유가 없다.

애 낳은 몸매를 수용하는 과정

나는 아이 둘을 낳기 전에 비해 14키로가 늘어 있다. 원래도 e컵이었던 가슴은 수유 중이라 더욱 커져서 이고지고 다녀야 하며 뱃살도 한가득하다. 첫째 아이는 내 배를 보고 "엄마, 샤인이가 태어났는데 왜 아직 배가 빵빵해?"라고 물은 적이 있을 정도다. 아마 결혼 전에 이 몸무게가 나갔으면 다이어트 이전에 정신과 치료부터 받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두 번의 출산경험 끝에 깨달았다. 내 살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빠져주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육아를 하다 보면 다이어트는커녕 이렇게 힘든데 먹는 것이라도 마음 편하게 먹고 싶어진다.

첫째 아이를 낳고 나서는 미처 다 빠지지 않는 살에 절망하며 아기띠를 하고 헬스장에 가서 스쿼트를 하며 조급하게 굴었건만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운동에 제대로 집중할 기력이 생기고 살이 조금씩 빠지기 시작했었다. 둘째를 낳은지 7개월이 지난 지금은 이제 더 이상 조급해하지 않고 둘째 아이를 기관에 보내고 난 후 건강하게 다이어트를 하려고 한다.

이제는 더 당당해도 좋을 '아줌마'

해변에서 일하는 사람은 까맣게 그을린 피부색을 갖게 되고 수영 선수는 발달한 어깨를 가지게 되며 사이클 선수는 유독 탄탄하고 두꺼운 허벅지를 갖게 된다. 이것은 당연한 직업상의 결실이며 그을린 구릿빛 피부는 섹시하고 근육질의 몸매는 노력의 상징으로 보인다. 역도 선수의 육중한 몸을 보고 뚱뚱하다며 비하하지 않는다.

하지만 애 엄마들의 유독 피곤한 얼굴과 질끈 묶은 머리, 목 늘어난 티셔츠는 왜 그렇게 보이지 않는가. 아이가 보채서 잠을 자지 못해서 항상 퀭한 얼굴이며 아이가 온통 손으로 잡아 뜯는 탓에 머리는 높이 묶어야 하며 티셔츠는 다 목이 늘어나 있다. 아이에게 상처가 날까봐 악세사리나 장식이 있는 옷은 입을 수 없고 수시로 토하는 탓에 옷에서는 토 냄새가 폴폴 난다.

임신과 출산을 거친 탓에 몸매는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어 찍어낸 듯 재단한 기성복의 핏이 어색하다. 짧은 치마, 예쁜 신발은 남의 이야기다. 아이를 챙기느라 수십번씩 쭈그렸다가 일어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을 따라 뛰려면 긴 치마에 편안한 신발이 최고다. 이런 아줌마의 모습 역시 주부라는 직업의 특성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세상의 수많은 엄마는 오늘도 내 아이에게 좋은 것을 보여주고 먹이고 함께 놀아주기 위해 애를 쓰며 더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잡티가 가득한 내 피부와 탄력을 잃은 뱃살을 보며 자신의 외모를 한탄한다. 머리가 굵어진 일부 아이들은 그런 엄마에게 살쪘다며 놀려대기까지 한다. 엄마가 엄마로서 대우받고 스스로 행복할 수 있으려면 그런 아줌마 몸매에 대한 폄하를 멈추어야 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충분히 가치 있는 존재이며 자신를 사랑할 자격이 있다.

심효진 육아칼럼니스트

이화여자대학교 졸업
(전)넥슨모바일 마케팅팀 근무
(전)EMSM 카피라이터
(현)M1 정진학원 교육컨설턴트
입력 2018-05-17 17:52:02 수정 2018-05-17 17:5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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