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라면 자신의 아이를 귀하게 키우고 싶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하는 것이 귀하게 키우는 건가요?
우리는 살면서 가아~끔 아주 좋은 식당에 갑니다. 물론, 자주 가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제 경우엔 그렇다고요. 전 흙지갑이니까요.
그런 식당은 비싼 만큼 서비스도 참 좋습니다. 그 비싼 가격 안에 고급 서비스도 포함되어 있어서겠죠. 그 고급 서비스는 내가 대단히 귀한 사람이 되는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직원은 늘 내게 미소를 지으며, 내 이야기를 경청합니다. 엉뚱하고 디테일한 부탁도 들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죠.
우리 아이를 귀하게 키운다는 것은 아이에게 이러한 양질의 육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참 뜻대로 잘 안 되는 것이 육아서비스 아니겠습니까? 이 서비스는 제공한 사람(부모)가 고객 (아이)에게 돈을 받지 않으니까요. 아이에게 화를 한번 안 낼 때마다, 국가에서 돈을 주면 정말 양질의 서비스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 그런 제도는 없네요.
양질의 육아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부모가 육아에 지치지 않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가 욱해서 아이에게 화를 낼 때는 우리의 몸과 마음이 지쳐 있을 때거든요. 부모 안에 에너지가 충만할 때면 인내심도 그만큼 커집니다. 내가 힘드니까 아이에게 더 쉽게 화가 나는 거죠. 그래서 좋은 육아를 하려면 부모가 지치지 않아야 합니다.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도 한 방법이겠죠. 할머니찬스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겠고, 비슷한 또래의 가족과 어울리는 것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생각하는 근본적인 '육아에 지치지 않는 법'은 부부가 더 사랑하는 겁니다.
얼마 전 저는 부부와 부모의 경계에서 고민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부부로서의 즐거움을 누리자니 아이에게 미안함이 생기고, 부모로서 노력하자니 부부의 사랑을 유지하기가 어려웠죠. 그 순간 제 결정은 부부의 사랑이 먼저였습니다. 부부가 사랑하지 않으면, 좋은 부모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잠시 할머니찬스를 사용하고 아내와 둘이서 금호동에 가서 데이트를 즐겼죠.
그렇게 간만에 데이트를 즐기니까 너무 좋았어요. 안 그래도 아내를 사랑하고 있지만, 한동안 못했던 대화도 나눠 보고 제 자신이 더욱 싱싱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데이트 이후로 제가 육아에 많이 참여하는 이유를 생각해 봤습니다. 당연히 내 자식이어서도 있지만 내가 사랑하는 여자를 돕고 싶다는 마음이 더 강했던 거에요. 내가 사랑하는 여자를 도울 수 있고, 내가 육아를 하면서 우리 아내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의욕이 더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제게는 육아를 위해서도 부부 간 사랑을 유지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어쩌면 육아에 지치는 이유는 사랑을 계속 나눠 주다 보니, 자신 안에 사랑이 떨어져서는 아닐까요? 육아가 너무 힘들다는 말은 사랑해 달라는 이야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육아에 지쳐 있다면, 부부끼리 더 사랑할 시간을 만들어 보세요.
글 방송인 이정수
2010년까지 다수의 연애
2011년 나쁜남자 졸업
2013년 행복한 결혼
(現)행복한 결혼에 대해 이야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