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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효진의 육아사생활] 아빠 육아가 대세가 될 수 없는 몇 가지 이유
입력 2018-02-21 10:38:26 수정 2018-02-21 10:3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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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방영했던 아빠 육아 붐의 원조 격인 '아빠, 어디가' 이후로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다양한 육아 프로그램을 통해 아빠 육아가 이른바 대세가 됐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가정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아빠 육아 참여가 절실하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이다.

SNS에는 아이들과의 즐거운 시간을 찍어 올리는 다정한 아빠들이 늘고 있다. 젊은 남자의 최고의 코디 아이템은 '자식'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등장할 정도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오히려 육아에 참여적이지 않은 아빠들이 대다수다. 그러다 보니 TV 속과는 다른 남편들의 모습에 엄마들의 원성이 깊어간다. 이게 단지 아빠들이 게으르고 육아에 대한 관심이 낮기 때문일까. 오늘은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 비추어 아빠 육아가 대세가 될 수 없는 현실적인 이유에 대해 풀어보고자 한다.

쉴 틈이 없는 아빠들

과로 공화국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평균 근무시간은 10시간 남짓, 하지만 그날의 업무를 마쳤다고 해서 호락호락하게 퇴근시켜 줄 회사는 적다. 여러 가지 이유로 야근으로 이어질 뿐더러 한국 특유의 ‘가족' 문화가 더해져 회식 자리도 잦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밤 10시가 넘어 겨우 집에 들어오면 아이들은 이미 자고 있다. 술 냄새 풍기며 뽀뽀라도 하고 쓰러지면 어느새 다음날 새벽이고 다시 출근시간이다. 며칠째 아빠 얼굴을 보지 못한 아이들은 여전히 꿈나라에 있다. 이렇게 십여 년이 흐르고 나면 아이들은 아빠를 어색해할 수밖에 없고 아이들에게 다가설 수 없는 아빠는 외로워진다.

금수저들만이 가능한 육아빠?

아이러니하게도 방송과 SNS에는 다정한 아빠들이 넘쳐난다. 이러한 아빠들의 직업을 살펴보면 대부분 시간 사용이 탄력적인 프리랜서들이거나 연예인 혹은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경우가 많다. 그들은 모델하우스 같은 집에서 값비싼 카메라로 아이들을 예쁘게 찍어 SNS에 게시한다. 하지만 현실 속의 아빠들은 밀린 대출금과 생활비에 허덕이느라 직장에 연차를 하루 내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다. 점점 이상과 현실은 멀어져 간다. 육아 프로그램 방영을 통해 출산율의 성장을 기대했지만 오히려 그들처럼 해줄 수 없음에 출산을 포기하고 딩크의 길을 택하는 이들이 늘었다. 다자녀는 부의 상징이라는 말까지 나올 지경이다.

아빠 육아를 위한 인프라의 부족

남편은 주변 아빠들에게 공공의 적이라고 불릴 만큼 육아를 열심히 하는 소위 말하는 '육아빠' 이다. 그런 남편도 처음부터 육아에 능숙한 것은 아니었다. 뿅갹이는 아빠가 안을라치면 온몸으로 아빠를 거부하며 자지러지게 울곤 하였다. 그런 남편이 아이와 친해지기 위해서 정보를 찾으러 나섰을 때 그는 아빠들을 위한 커뮤니티가 거의 존재하지 않음에 절망했다. 지역 카페에서 정보를 얻으려 해도 '엄마'일 것이 가입 자격이어서 진입조차 할 수 없었다. 무작정 아이와 둘이 외출을 시작했지만 남자 화장실에는 기저귀갈이대조차 갖춰지지 않은 곳이 태반이어서 곤욕을 치른 적이 잦았다고 한다. 아빠 육아를 위한 기본적인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무능력한 아빠로 키워진 아들들

'남자들은 원래 그런 거 잘 못 해.' 우리가 흔하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여기에서 '그런 거'에는 육아, 가사, 살가움, 공감 등 여러가지가 대입될 수 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다양한 성적 관념을 주입받고 자라왔다. 딸들은 어려서부터 살가운 존재여야 하고 동생들의 밥을 챙기며 엄마의 가사를 돕는 것이 당연하도록 길러졌고 아들들은 그런 여자형제 혹은 엄마의 챙김을 받아오며 자란다. 남자들이 이토록 가사와 감정에 무능력, 무감각하게 길러졌기 때문에 아빠가 되어서도 가사와 육아 분담에 적응하지 못한다.

사회적으로 가정에서 아빠의 자리가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 인식은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남성이 육아휴직을 사용조차 자유롭지 못하다. 남성이 육아 휴직을 사용하는 것은 승진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하니 있는 제도조차 활용할 수가 없다. 그뿐만 아니라 아이를 키우기에 턱없이 적은 월급에 엄마들은 맞벌이를 자처해야만 하고 육아와 가사 부담까지 짊어진 강제슈퍼우먼이 되어야만 한다. 아빠들은 아빠대로 마지막까지 가정경제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야근과 특근에 묶여 있다. 보육의 개념으로 사교육 시장으로 내몰리는 아이들은 외롭고 고달프다. 결국은 가족 누구도 행복하지 않다. 사회가 기형적인 구조로 돌아가고 있다.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남성이 육아에 참여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만들어져야 하고 사회적으로 고용 인원을 늘리고 적정 임금을 지급하여 정시퇴근이 가능한 사회가 만들어져야 한다. 또한, 남성도 가사를 잘해낼 수 있고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존재로 길러져야 한다. 전반적인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 어긋난 톱니바퀴로 삐걱대며 돌아가는 대한민국은 행복하지 않다.

심효진 육아칼럼니스트

이화여자대학교 졸업
(전)넥슨모바일 마케팅팀 근무
(전)EMSM 카피라이터
(현)M1 정진학원 교육컨설턴트
입력 2018-02-21 10:38:26 수정 2018-02-21 10:3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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