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Total News

[심효진의 육아사생활] 천국과도 같은 조리원에서 나오던 날…그리고 입원

입력 2016-12-19 19:17:29 수정 2016-12-19 19:17:29
  • 프린트
  • 글자 확대
  • 글자 축소

천국과도 같았던 산후조리원 생활을 이틀 남겼던 밤, 마른기침이 간간히 나기 시작했다. 혹시 주변 산모들과 아이들에게 폐를 끼칠까 싶어 마스크를 썼다.

BCG 1차 예방접종을 마치고 드디어 아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큰 아이와 함께 생활하게 되는 첫날이었다. 오후가 되어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큰 아이는 나와 동생이 드디어 집으로 돌아와 제법 기쁜 눈치였다. 동생에게 자기가 가진 장난감도 보여주고 책도 읽어주겠다며 잔뜩 벼른 모양이다.

요란했던 저녁 시간이 지나고 아이들을 재우고 나니 몸에서 열이 나는 것이 느껴졌다. 체온계로 재보니 40도, 상당한 고열이었다. 급하게 해열제를 챙겨 먹고 나니 몸에서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밤새도록 기침이 이어졌고 혹시 아이들이 깰까 봐 거실에 자리를 펴고 누웠다. 남편의 표현을 빌리자면 폐가 튀어나올 것 같았다고 했다.

며칠간 고열과 심한 기침이 이어졌고 밥도 먹히지 않았다. 단순 감기가 아닌 것을 직감한 남편이 병원에 갈 것을 권유했다.

"지금 아이들보다도 당신 몸을 먼저 챙겨야 할 때 같아. 기침도 너무 심하고 열도 나는데 입원을 며칠 하더라도 치료부터 얼른 하자"

아이들은 자신이 돌보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남편과 함께 응급실로 향했다.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에 잔뜩 긴장한 채라 제대로 아프지도 못했는데 응급실 의자에 앉아 있자니 몸의 고단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검사 결과는 폐렴이었다.

염증 수치가 높아 입원을 해야 한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옮길 수 있어 격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병명을 듣고 헛웃음이 나왔다. 평생 처음 겪어보는 폐렴이 집에 나의 보살핌이 절실한 신생아와 큰 아이를 두고 있는 이 시점에 왔다는 것이 야속하기도 했다. 출산으로 인해 몸의 면역력이 많이 약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팔에 수액을 꽂은 채 병상에 누웠다. 산소호흡기까지 착용하니 모양새가 영락없는 환자였다. 그리웠던 집에 돌아간 지 채 며칠이 되지 않아 다시 병원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병실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틀 동안 응급실에서 지냈다. 창문도 없고, 가래 끓는 소리로 가득한 그곳에서 좁디좁은 병상에 누워있자니 없던 병도 생길 판이었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집인데, 이곳이 아닌데 얼른 나아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수시로 피를 뽑고 체온을 재고 가래를 뱉어냈다. 한쪽 팔이 불편하니 잘 씻을 수도 없고 병원밥은 보기만 해도 울렁거렸다. 남편이 급하게 구해온 유축기로 젖을 짜내었다. 기운 없는 와중에 젖까지 차오르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아이들은 낮에는 산후도우미가, 저녁 시간 이후로는 남편이 도맡아 돌보았다. 두 아이를 동시에 돌보는 일은 내가 먼저 겪게 될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게 예상은 빗나간 채 남편은 밤마다 두 아이와 씨름했다. 필요한 짐을 들고 병실을 방문한 남편에게 가장 궁금했던 질문을 던졌다.

"여보, 두 명을 동시에 어떻게 재워?"

남편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일단 둘째를 안고 재우기 시작해. 한 명 재우다 보면 한 명이 깨. 다시 또 한 명을 재우다 보면 한 명이 깨. 그렇게 수십번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둘이 동시에 자는 순간이 있어. 그때 나도 자는 거야"

서로 부둥켜안고 깨고 잠들기를 반복할 세 남자의 밤이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남편은 종종 셋이 잘 지내고 있음을 알리는 사진을 보내왔고 병실에서 그 사진을 보며 언젠가 돌아갈 날을 기다렸다.

그렇게 열흘 가까이 시간이 지났고 기침은 여전히 심했지만 더는 열이 오르지 않았다. 담당 의사에게 어서 집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의사가 이틀 정도 더 입원해 있을 것을 권유했지만 나의 인내심의 한계는 벌써 목 끝까지 와 있었다. 약을 잔뜩 받아든 채 나는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큰 아이가 "엄마, 이제 더이상 아프지 않은 거야?"라며 내게 물었다.

한 달이 넘는 엄마 없는 시간을 참고 기다려준 고마운 아이를 꼭 안아줬다.

"응, 이제 엄마 어디 안 갈게"



심효진 육아칼럼니스트

이화여자대학교 졸업
(전)넥슨모바일 마케팅팀 근무
(전)EMSM 카피라이터
(현)M1 정진학원 교육컨설턴트
입력 2016-12-19 19:17:29 수정 2016-12-19 19:17:29

#심효진

  • 페이스북
  • 엑스
  • 카카오스토리
  • URL
© 키즈맘,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