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출산

Pregnancy & birth
[심효진의 육아사생활] 3주 앞으로 다가온 출산을 준비하는 자세
입력 2017-10-07 09:47:00 수정 2017-10-07 09: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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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키즈맘DB

둘째 샤인(태명)이의 출산이 어느덧 3주 앞으로 다가왔다. 무더운 여름과 연이은 감기로 정신 못 차리고 몇 달을 흘려보내고 나니 어느덧 출산이 한 달도 남지 않은 것이다.

여담이지만 임신 중에 겪는 감기는 평소보다 훨씬 괴로운 것이었다. 거센 기침이 나올 때마다 요실금으로 새어 나오는 오줌에 속옷을 갈아입어야 했고 어떤 산모들은 기침하다가 갈비뼈에 금이 갔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본론으로 돌아가 이야기를 계속 하자면 출산을 앞두고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할 것도 많은데 주어진 시간이 촉박해 시간을 쪼개 써야 할 지경이다. 게다가 막달에 접어든 몸은 한없이 무거워지고 잔뜩 부어서 내딛는 한걸음, 한걸음이 힘에 부친다.

지난 주말에는 출산용품 확보를 위해 아는 집 두 군데를 순회했다. 첫 번째 집은 뿅갹이가 쓰던 아기용품을 빌려주었던 곳이다. 처음 나에게 받아갈 때는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도 모르고 받아가던 언니도 이제는 어언 15개월짜리의 엄마가 되어 있었다.

젖병 소독기와 바운서, 모빌, 아기 옷 등을 잔뜩 돌려받아왔다. 그뿐만 아니라 능숙한 손길로 노련한 말투로 나에게 육아용품에 관해 설명하며 새 물건도 인심 넉넉하게 끼워주었다. 돌려받은 아기 옷을 펼쳐보니 새삼 이런 옷을 입혔던 적이 있었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뿅갹이도 물려받은 옷이 많다 보니 이번에 샤인이까지 입히고 나면 운명을 다 할만한 옷들이었다.

자동차 트렁크에 가득 채우고 돌아와 다음 날엔 두 번째 집으로 향했다. 두번째 집에는 한창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고집을 부리는 18개월 아가씨가 있는 집이었다. 아기 침대와 아기 체육관을 받아왔다.

뿅갹이를 키울 때는 아기침대나 기저귀 갈이대가 따로 없어서 매번 바닥에서 가느라 허리와 손목이 남아나지 않았던 기억이 있어 이번에는 아기침대를 사용해볼 생각이다. 뿅갹이는 아기침대를 보자 이제 정말 동생이 태어날 날이 다가온 것이 실감이 나는지 그 날부터 아기침대에 몸을 구겨 넣고 심각한 표정으로 모빌을 바라보면서 잠을 청하고 있다.

우선 당장 급한 물건은 확보했지만, 아직도 여러 가지 미션들이 남아있다. 집 안에도 정리해야 할 것들이 구석구석 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우선 뿅갹이의 작아진 옷들과 계절이 지난 옷들을 싹 정리해서 둘째의 옷이 들어갈 공간을 확보해야 하고 그 김에 집안에 구석구석 정리 안 된 부분들을 정리 정돈해야 한다.

아이를 키울수록 미니멀리스트로 살아야겠다는 다짐만 커져간다. 또 뿅갹이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들도 대대적인 세척이 필요한 상황이다. 매트리스와 세탁조도 업체를 불러 전문적인 세탁을 해야 한다. 출산 후에는 한동안 외출이 힘들 것을 생각해 다 떨어져 가는 생필품들도 얼른 장을 봐서 쟁여 놓아야 한다. 분명 설렁설렁 아기를 키우는 편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편임에도 새 생명을 집에 들이는 데에는 이토록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 먹고 싶은 것과 가고 싶은 곳들을 생각해보라며 남편이 말했다. TV만 틀면 나오는 먹방에 가보고 싶은 맛집이 하루에도 몇 군데씩 늘어나고 새로 생긴 대형 쇼핑몰이며 평소에 좋아하던 장소까지 마음은 전 세계를 유람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고 허리가 앞으로 빠지고 발바닥이 짓뭉개지는 아픔에 로망을 다 실현할 엄두가 안 난다. 그래도 시간을 내어 근사한 레스토랑도 가고 남편과 팔짱 끼고 다정하게 영화도 한 편 보고 싶다. 그 외에도 기저귀나 유아 세제, 물티슈 등을 구매해야 하지만 그런 것들은 당장 급한 것은 아니라 조리원에 있는 동안 인터넷으로 주문할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준비가 필요한 것은 물질의 준비가 아니라 정서적인 준비과정이다. 남편과 나는 둘 다 외동으로 자라온지라 형제나 자매에 대한 것을 직접적으로 겪어본 적이 없다. 우리 집 안에 처음으로 형제가 생기는 엄청난 변화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뿅갹이는 요즘 유독 미운 말도 많이 하고 나의 작은 퉁명스러움에도 서운해하며 눈물을 뚝뚝 흘리고는 한다. 짠한 마음에 더 많이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안아주고는 있지만 뿅갹이의 다양한 요구에 엄마가 몸이 힘들어서 혼자 해보라는 대답을 더 많이 하는 것이 현실이다. 말로는 동생이 나오면 잘해주겠다고 하지만 내심 동생의 등장에 대한 불안감이 없을 리 없다.

내가 커피나 콜라를 마시면 “엄마, 커피 마시지 마. 샤인이도 같이 마시는데 어떡해.” 라며 못 마시게 한다. 내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면 “그럼 딱 두 모금만 마셔. 너무 많이 마시면 안 돼.” 라며 작은 관용을 베푼다. 결과적으로 동생과 잘 지낼 것을 믿지만 뿅갹이에게 동생의 등장과 받아들임의 과정이 너무 고통스러운 것은 아니길 바란다. 그리고 더불어 그 중간에서 내가 덜 힘들었으면 한다. 아니 사실 그게 제일 크다.



심효진 육아칼럼니스트

이화여자대학교 졸업
(전)넥슨모바일 마케팅팀 근무
(전)EMSM 카피라이터
(현)M1 정진학원 교육컨설턴트
입력 2017-10-07 09:47:00 수정 2017-10-07 09: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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