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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효진의 육아사생활] 나의 임신 '그 두번째 이야기'

입력 2016-09-07 17:42:05 수정 2016-09-07 17:4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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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천벽력같은 둘째 임신 소식을 접하고 벌써 30주가 넘었다. 첫 아이 때 유도분만에 실패하고 제왕절개를 한 탓에 둘째 역시 수술을 할 예정이다. 10월이면 수술날짜가 되니 이제 고작 한 달 반 정도의 임신생활이 남아있다. 두 번째 임신이라 모든 게 익숙하고 능숙할 거라 생각했지만 역시나 임신은 힘든 일이고 출산해야만 비로소 해결된다는 것을 알기에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

27주가량부터 유독 손과 발이 붓는 느낌이다. 붓기로 인해 물이 찬 것 마냥 발등이 통통하게 올라오고 손은 마치 목욕물에 24시간 담가뒀던 사람 같다. 배가 부쩍 커지면서 움직임이 눈에 띄게 둔해졌고 허벅지 사이에도 살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첫째 아이를 가졌을 때도 이렇게 부었었는지 이번 임신이 유난인건지 모르겠다.

다만 첫 임신 때 맞이한 크리스마스 날, 오랜만에 결혼반지를 끼고 외출했다가 손가락과 반지 둘 중 하나를 잘라야 할 지경에 이르렀던 걸 떠올려보면 그 때도 많이 부었던 것 같다. 부은 발도 지금은 여름 플리플랍으로 버티고 있지만 당장 날이 더 추워지면 발에 맞는 신발이 남아 있긴 할지 의문이다.

처음 임신 때 20kg이나 늘었으면서 왜 바보같이 둘째 임신 때는 10kg 정도만 늘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걸까. 나의 헛된 희망은 산산조각이 난지 오래고 정확히 첫 임신 때와 비슷한 양상으로 몸무게가 늘고 있다. 게다가 첫째 때보다 몸무게가 더 늘은 상황에서 출발했으니 나의 최종 모습은 상상하고 싶지 않다. 아무래도 둘째를 낳고 나면 어마어마한 다이어트가 필요할 것 같다. 애 키우느라 지쳐서 다이어트 할 힘이 날진 모르겠지만 말이다.

만성적인 소화불량과 꼬리뼈 및 골반 통증, 가벼운 요실금 증상 역시 임신 생활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이 칼럼을 쓰는 순간에도 식도를 넘나드는 위산의 기분 나쁜 오르내림이 계속 되고 있다. 짧은 거리를 걷는 것도 힘들지만 그렇다고 안 걸을 수는 없으니 뒤뚱거리면서 열심히 다닌다. 지난 주말, 아이와 공원에서 세 시간가량 놀아주고 근처 대형마트에서 장까지 보고 들어왔다. 그 날, 나는 땅에 발을 딛는 것조차 너무 아파서 다시는 못 걷게 되는 줄 알았다. 다음날 오후 세시까지 누워 있다가 겨우 다시 땅에 첫 발을 디딜 수 있었다. 남편에게 휠체어를 대령하라며 농을 던졌건만 인간의 회복력은 실로 놀라운 것이다.

임신하고 몸에 찾아온 변화 중에 유독 색소침착이 눈에 띈다. 똑같이 자외선에 노출돼도 유독 까매지는 느낌이다. 짙어진 유륜 색깔과 겨드랑이, 진하지는 않지만 눈에 보이는 임신선, 눈가에 살짝 자리 잡은 듯한 기미, 목 주변에 돋아난 쥐젖이 여실히 임신 중임을 나타낸다. 대부분 출산하면 사라질 증상이지만 거울을 볼 때 시시때때로 우울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나는 지난 임신 때 워낙 아는 것이 없어서 흔한 임부 팬티 한 장 사 입지 않고 산후조리원도 가지 않았다. 그때의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둘째가 태어나고 나면 펼쳐질 육아 지옥에 대한 보상심리일까.

이번엔 편한 임부복을 사 입고 산후조리원은 임신 7주차에 서둘러 예약해놓았다. 뿐만 아니라 신생아를 데리고는 못 다닐 법한 맛집들을 틈나는 대로 다니고 안정기에 들어서는 가족여행도 다녀왔다. 그런데도 아직 펼쳐지지 않은 '둘째 육아'라는 상황이 기대되면서도 불안하다. 둘째를 낳고 나면 이제 낳을 거 다 낳았으니 키우기만 하면 된다는 안도감과 함께 어떻게든 키워내긴 하겠지만, 남편 손에 아이를 맡겨놓고 쉴 수 있는 고요한 휴식시간은 사라질 것이다. 고요한 휴식은커녕 기본적인 잠도 부족해서 허덕일 게 뻔하다.

애가 둘이면 두 배 힘든 게 아니라 네 배 힘들다는 주변의 말이 실감나지 않아서 더 거대하게 느껴진다.

며칠 전, 잠자리에서 뒤척이다가 곧 맞이하게 될 출산 장면을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나는 수술실의 분위기가 참 싫다. 철제 수술 기구들이 맞부딪히면서 나는 달그락 거리는 소리, 분위기라고는 조금도 없이 나를 속속들이 비추는 밝은 수술 조명, 그 모든 것이 나를 두려움에 떨게 만든다. 피부를 뚫고 꽂아 놓은 바늘구멍을 타고 흐를 마취제는 혈관을 타고 나의 의식과 감각을 마비시킬 것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 수술이 끝나고 의식이 돌아오기 시작하면 이가 딱딱 마주치는 추위 속에 홀로 싸워야 한다. 내 주변으로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인기척이 느껴지지만 도움을 청할 수 없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정말 애 낳기 싫어졌다. 매번 수술실에 누울 때마다 이번 수술이 내 인생의 마지막 수술이길 바라지만 항상 이렇게 또 수술할 일이 생기곤 한다. 이미 배 속에 아이는 자라고 있고 수술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란 걸 알지만 늘 겁이 나는 싫은 일이란 건 어쩔 수 없다. 이번에도 나의 마지막 수술이 되길 빌어본다.


심효진 육아칼럼니스트
이화여자대학교 졸업
(전)넥슨모바일 마케팅팀 근무
(전)EMSM 카피라이터
(현)M1 정진학원 교육컨설턴트
입력 2016-09-07 17:42:05 수정 2016-09-07 17:42:05

#3-5살 , #임신 , #심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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