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선율이의 사이는 모자(母子) 그 이상 이었다. 나는 그에게 영혼의 동반자, 소울메이트 이상의 큰 유대감을 느꼈고 그에게 있어서 나는 우주 그 자체였다.
그런 우리 사이에 필연처럼 지율이가 들어왔고 나는 막연하게 그가 잘 이해해 줄거라 믿었다.왜냐.. 내가 아는 그는 착하고 배려심 돋는 양보의 아이콘이었으니까.. 나의 착각이었을까 그의 변신이었을까. 그는 요즘 착하지도 않고 배려심은 커녕 그 누구보다 이기적이며 자기중심적이다.
삼춘기의 시작이라는 여섯살이 되었고 '남편이 바람피워 데려온 첩' 느낌이라는 둘째가 생겼고 엄마는 점점 '학습'스러운 걸 시키는 대단히 혼란스러운 시기가 찾아왔다. 머리로는 선율이가 그럴 시기라는걸 알고 있었으나 막상 눈앞에 내가 아는 선율이가 아닌 꼭 처음 본 애 같은 아이가 있으니 새가슴 선율맘은 지금까지의 양육이 통째로 빵점 처리 맞은 기분이라고나 할까?
놀이터에서 아무것도 아닌 일로 놀이터가 떠나가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엉엉 울어대는 그를 보며 나도 진심 주저앉아 울고 싶었다" "선율아 친구랑 사이좋게 지내야지~"하면 "네, 엄마" 라고 바로 수긍하길 기대한 것 까진 아니었다.
나도 양심이 있지 그렇게까지 양육을 ‘만만이콩떡’으로 생각하는 건 아니다. 그래도 책에서 본 것처럼 "어머 그랬구나~우리 선율이가 속상했겠다~" 라고 마음을 읽어주면 매뉴얼 대로 아이는 자기 마음을 알아줬다는 것에 위로받고 기분이 풀리는 그 정도는 진행이 될 줄 알았다.
웬걸, 아예 내 말을 듣지를 않는다. 들어 쳐먹지를 않는다.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고래고래 울어 제끼는데 거기다 대고 언제 "어머 그랬구나~"를 교양 떨며 하고 있느냔 말이다. 결국, 체면이고 뭐고 애기처럼 그를 들쳐 업고 둥실둥실 바운스를 넣어주며 아기 대접을 해주니 그 역시 체면이고 뭐고 딱 두살의 자아가 되어 엄마 등짝에 바싹 붙어버렸다.
마냥 첫째 편을 들어주라 한다. 무조건 첫째의 입장에서 생각하라 한다. 그럼 언제까지 그의 어긋나는 행동을 무조건 이해해주고 기다려줘야 한다는 것일까.
지금 그의 꼬장(?)이 둘째로 인한 스트레스인지 아니면 못되먹은 버르장머리인지는 누가 판단하는 것일까. 처음 본 어른에게도 살갑게 인사 잘 하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배려하며 양보 잘 하고 그러면서도 엄마 아빠 닮아 웃긴 춤, 웃긴 표정도 잘 짓는 내가 꿈꾸던 그런 아들은 정말 그냥 꿈이었던 것일까.
오늘도 동생처럼 방바닥을 기어 다니고 "앰매 앰매" 말을 얼버무리는 그를 보며속으로는 '혀 없어? 말 똑바로 안해?' 열 두번도 더 뒤집어 엎었지만 그래도 아직은 "우리 아기 우쭈쭈쭈"를 해주는 나의 분노 조절 능력에 박수를 보내며 모쪼록 엄마의 바람처럼, 기도처럼 '의젓하고 담대하며 유쾌한' 소년이 되어주길 너무나 바라는 바이다.
글 _ 김경아
동아방송대학 방송극작과 졸업
KBS 21기 공채 개그맨
개그맨 동기 권재관과 3년 열애 끝에 2010년 5월 결혼 골인
2011년 4월 든든한 아들 선율 군 출산
2015년 12월 귀여운 딸 지율 양 출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