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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가 만난 사람] '양육의 신' 이정숙 "양육 방법 따라 아이 미래가 달라집니다"
입력 2017-07-06 09:48:01 수정 2017-07-06 09:4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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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모든 면에서 완벽하다면 정말 좋겠지만 누구도 부모 노릇을 미리 배운 적은 없다. 제대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은 이 세상 모든 부모들의 풀리지 않는 숙제와 같다. '양육의 신'으로 불리는 전 KBS아나운서 이정숙 에듀테이너 그룹 대표와 언어천재로 불리는 아들 조승연 씨를 만나 그들만의 소통법을 들어봤다.

이미나 사진 윤호준(bnt 스튜디오)

아이를 훌륭히 키우고 싶은 마음으로 이것저것 애써보지만 성적이나 성공 등에만 매달리다 보면 정작 중요한 것은 놓쳐버리기 쉽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은 삶의 질을 높여줄 수는 있지만 행복을 보장해 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정숙 "공부 제일주의를 외치는 아버지와 남동생의 격심한 갈등을 경험하면서 자식 사랑과 부모 욕심의 경계를 구분할 수 있게 됐어요. 사랑이 과도하면 오히려 아이를 망치게 된다는 걸 깨닫게 됐죠. 제가 열여덟 살 되던 해 어머니를 여의고 중 3, 초 2, 네 살배기 동생들을 책임지면서 직·간접적으로 양육 연습을 하게 됐는데, 이때의 시행착오로 얻은 교훈이 두 아들을 키우면서 적용한 양육 원칙의 밑바탕이 된 것 같습니다"

이정숙 대표는 신간 <양육의 신>을 통해 동생 두 명을 변호사와 대학교수로 성장시킨 경험이 개성 강한 두 아들을 세계적인 인재로 키워내는데 어떻게 밑거름이 됐는지를 풀어냈다. 자식 문제로 고민하는 엄마들에게 자신이 겪은 시행착오와 그로 얻은 양육의 지혜를 나눠주기 위해 가슴 아픈 가족사도 고심 끝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워킹맘으로서의 육아 경험과 미국 유학 중 직접 경험한 유대인 자녀교육법 등 자전적 이야기는 어떻게 아이를 길러야 할지, 자립심 있는 아이로 키우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의 비결이 담겨 있고 일하는 엄마나 아이를 키우는 데 빵점이라고 생각하는 엄마들의 죄책감을 덜어주기도 한다.

이정숙 "엄마가 맞벌이하느라 아이를 잘 챙기지 못했다고 미안해하지 마세요. 엄마가 맞벌이하는 게 잘못도 아닌데 미안해하면 아이는 엄마의 맞벌이를 부끄러운 일로 오해할 수 있어요. 정당한 일을 하고도 미안해한다면 아이들이 엄마를 존경하기 어려울 거에요. 차라리 엄마가 바쁘니 이런 것은 직접 처리하라고 가르쳐주면 엄마를 존경하면서 스스로 자기 관리를 잘하는 자립적인 사람으로 키울 수 있습니다"

이정숙 대표의 양육 방법은 한 마디로 과감하다. 아이의 독립심을 강조하는 그의 양육 방법은, 세간의 평가를 빌리자면 냉정하고 방목적이다. 조승연 씨는 어린 시절 말 그대로 '청개구리'였다. 하려던 일도 시키면 '안 하겠다'며 반항했다.

조승연 "어머니는 항상 저희들을 믿고 스스로 판단하게 가르치셨어요. 한번도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지 않고 어떤 일을 시킬 때도 '이거 해' 하지 않고 '이렇게 좀 해 주면 기쁘겠다'하며 부탁하는 식으로 저희를 존중해 주셨죠. 서른을 훌쩍 넘긴 지금도 어머님이야말로 제 어떤 고민이든 털어놓을 수 있는 존재예요. 그 비결이 이런 데서 나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정숙 대표는 아들의 기질을 일찌감치 파악해 적용한 것이다.

이정숙 "아이마다 타고난 기질이 다 다릅니다. 어떤 아이는 그냥 내버려둬야 잘 크는 아이가 있고 또 어떤 경우에는 살짝 살짝 관여하고 개입해 줘야 잘 되는 아이가 있지요. 둘째 아들 승연 같은 경우는 6살 때부터 부모 말에 반항하던 아이였어요. 계속 제 뜻대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했다면 아이가 엇나갔을 거에요. 가끔씩 아이가 자기 마음을 표현 안 한다고 답답해하는 엄마들이 있어요. 엄마와 아이 사이에 대화할 환경이 조성이 안 됐다는 건 전적으로 엄마의 책임이에요. 아이가 힘들 때 털어놓고 싶은 사람이 엄마여야 되죠. '이건 안 돼 이렇게 해' 자기가 원하는 대로 아이를 다듬으려고 하면 아이가 조금만 커도 아이와 대화거리가 없어져서 엄마와의 대화는 피하는 게 상책이다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엄마의 지나친 뒷바라지는 오히려 자식의 미래 성장에 방해가 된다'는 소신을 가진 이정숙 대표는 아이들에게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하게 가르쳤다.

이정숙 "아이가 밥을 잘 안 먹는다고 쫓아다니며 먹여 주는 부모들이 있죠. 하지만 아이는 누구나 생존 본능이 있어요. 굶기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챙겨먹게 돼요. 저는 식사 시간에 오지 않으면 밥을 주지 않았어요. 냉정하게 처음 습관을 잘 들여놓으면 엄마도 아이도 편하죠. 아이 위한답시고 소소한 뒤치다꺼리를 다해주는 건 엄마도 아이도 망치는 지름길입니다"

요즘 부모의 애정과 헌신만으로는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없다. 부모가 양육 방법을 기초부터 체계적으로 설계하고 실행해야만 아이도 더 크게 자라난다. 아이가 스스로 미래를 만들어 나가려면 아이로부터 독립한 엄마의 홀로서기와 아이에 대한 믿음과 끈기가 필요하다. 즉 엄마의 양육 방법에 따라 아이의 미래는 달라진다.

이정숙 "공부를 멀쩡히 잘하던 아이가 학교 자퇴하겠다고 해서 고민하던 후배가 있었어요. 고민하는 그 친구에게 '이제 인생 100세 시대인데 그깟 1년, 주름 한번 잡았다 생각하고 놔둬'라고 조언해 줬어요. 자식 키우는 건 식물 키우기와 같아요. 물을 많이 줘도 안되고 적게 주면 말라버리죠. 그렇다고 비료를 너무 많이 주면 연약해지고요. 아이를 잘 키우는 것도 이와 비슷해요. 미국에서는 페어런팅(parenting)이라는 사회교육을 많이 합니다. 올바른 부모로 서는 방법을 알려주는 거죠. 아무도 부모가 뭐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잖아요. 인생은 편집 없는 생방송과 같아서 모든 일이 다 끝난 다음에야 알게 돼요. 부모 노릇을 잘못했구나 생각할 땐 이미 되돌릴 수 없어요"

이정숙 대표가 느끼는 양육 시 엄마 역할은 80%. 아이들은 대부분 엄마의 영향을 받으며 자란다고 볼 수 있다. 아들 승연 씨도 이에 동의했다.


조승연 "부모들 중에 자녀의 시험 성적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당장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고 아이를 다그치고 전전긍긍해하죠. 하지만 인생 전체로 보면 아이에게는 당장 다음 시험이 중요한 게 아니에요. 인생 전체에서 한 번의 시험 성적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내가 꾸준히 내 인생 만들어가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건 어머님으로부터 건전한 생각을 하도록 양육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살아가다 만나는 사람들 중 자기 인생에 만족하고 자기 하는 일에 재미를 느끼는 사람은 의외로 많이 찾을 수 없어요. 내가 현재 그런 삶을 살고 있는 건 이런 건전성 때문이에요. 건전함이 바탕이 돼 있으면 내 인생이 내리막길을 갈 때도 어느 지점 이하로는 내려가질 않아요. 저와 형이 볼 때 어머님 양육의 가장 큰 공은, 구김이 없고 세상 사람들에 대해 낙관적으로 볼 수 있는 시선을 갖게 해주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기반이 있기 때문에 그 단단한 토지 위에서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하고 방송도 하고 책도 쓰는 것이지 기본 멘탈이 없다면 뭐든 자발적으로 할 수 없죠"

이정숙 대표는 단지 학교 점수 올리겠다고 아이의 잘못된 행동까지도 용서하는 부모에게서는 올바른 양육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한다. 아이가 긍정적인 태도를 갖고 자기 일은 스스로 처리하고 남을 배려하는 인성부터 제대로 배운다면 훗날 원하는 진로를 선택해 성공적인 삶을 살아 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조승연 "저희 어머님이 다른 엄마들과 달랐던 점은 자식들의 능력에 대해 의심을 해 본 적이 없다는 점입니다. 덕분에 전 제가 어마어마한 천재인 줄 알고 자랐죠. 알고 보니 아니었지만요(웃음).

어렸을 때 비행기 좋아해서 전투기 조종사가 되겠다고 했는데 눈이 나쁘면 될 수 없더라구요. 미국 보잉사 견학을 갔을 때 거기 계시던 분이 커서 뭐가 되겠냐고 물었어요. 그래서 나중에 이 회사를 사서 사장이 되겠다고 했어요. 그러자 그분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하시더군요. 그 말을 듣던 저희 어머니는 '아이가 어른이 되면 저절로 꿈이 작아질 것이다. 지금은 <꿈꾼다면 뭐든 할 수 있다(You can do anything you wanna be)>라고 해 줘야지 왜 벌써부터 아이에게 꿈을 줄이라고 얘기하냐'고 항의하셨던 기억이 있어요.

미국에 '하늘을 향해 쏘고 구름만 맞춰도 행복해해라'라는 말이 있어요. 현실이 꿈에 미치지 못했더라도 언제나 '너 그거밖에 못했니?'가 아닌 '나이스잡~ 샴페인?'이라고 해주시던 어머니였죠. 결과에 대해서는 사소한 실적까지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어요. 훗날 자식들에게 '엄마 사랑해요'라는 말을 듣고 싶어하는 모든 어머니들에게 <양육의 신>을 추천합니다"


<양육의 신>
두 아들을 세계적인 인재로 키워낸 육아 베테랑 이정숙의 특별한 자녀 교육 이야기가 담겨 있다. 세종서적. 1만5000원.

위 기사는 <매거진 키즈맘> 7월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키즈맘 판매처
bjyanche8.com/magazine/
입력 2017-07-06 09:48:01 수정 2017-07-06 09:4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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