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읽기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은 그림책을 통해 세상을 만난다. 엄마아빠의 목소리로 읽어주는 그림책은 아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놀이가 된다.
함께 그림책을 읽는 시간은 부모와 아이들의 소중한 교감 시간이다. 그림책을 보면서 대화를 나누거나 서로의 생각을 물어보는 활동은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성장시킨다. 여름에 읽으면 딱 좋을 그림책 5권을 소개한다.
◆ "비가 오네!" 같은 말 다른 느낌 <야호! 비다>
주룩주룩 비가 내리는 날, 창밖을 보던 할아버지와 꼬마 아이는 동시에 "비가 오네!"를 외친다. 할아버지가 잔뜩 찡그린 표정으로 투덜거리며 장화와 비옷, 모자를 챙기는 반면 꼬마 아이는 신이 나서 개구리 비옷을 입고 폴짝폴짝 뛴다.
할아버지는 집을 나가서도 인사를 건네는 사람, 신문을 파는 사람, 카페 점원에게 시종일관 얼굴을 찌푸린 채 퉁명스레 대하지만 꼬마는 주변 사람에게 환한 미소를 지으며 기분 좋게 인사한다. 이내 카페에서 마주친 꼬마와 할아버지에게는 어떤 일이 생길까? 그리고 맑은 하늘색 뒤 면지까지 보고 책을 덮었을 때, 우리는 과연 꼬마처럼 밝게 웃을 수 있을까?
이 책은 비가 온다는 똑같은 상황을 할아버지와 꼬마를 통해 대조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지금 겪는 일이나 앞으로 겪을 일들을 꼬마 주인공처럼 밝게 대한다면 삶과 세상이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긍정적이고 밝은 성격은 아이들에게 올바른 인성 및 바람직한 자아 형성을 도와준다.
이 책에서 주목할 또 다른 하나는 바로 주인공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이다. 할아버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할아버지처럼 표정이 어두운 반면, 꼬마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밝게 미소 짓는다. 심지어 같은 카페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쁨, 슬픔, 화, 분노 같은 감정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 책을 통해 아이가 주변 사람들에게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
글 린다 애쉬먼. 그림 크리스티안 로빈슨. 번역 김잎새. 그림책공작소. 1만2000원.
◆ 수박 속에 들어가서 논다면 어떨까? <수박 수영장>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는 한여름이 되면 '수박 수영장'을 개장한다. 엄청나게 큰 수박이 반으로 쩍 갈라지면서 온 마을 사람들이 함께 들어가 놀 수 있게 되는 것. 논일을 하던 아저씨들도, 고무줄놀이를 하던 아이들도, 빨래를 널던 아주머니들도 수박 수영장의 개장 소식을 반긴다. 사람들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시원한 수박 속에 들어가 수박 살을 파내고 몸을 담근다. 아이들은 서로에게 수박 살을 던지거나 수박 잎 위에서 다이빙을 하기도 하고, 수박씨와 수박 살로 커다란 조각상을 만들기도 한다. 한바탕 즐겁게 놀고 난 마을 사람들은 지는 해를 함께 바라보며 내년 여름을 기약한다.
책에는 뜨거운 햇볕, 서걱거리는 수박 살, 붉고 청량한 수박 물, 아이들의 웃음소리, 시원한 소나기, 붉은 노을, 밤의 반딧불이 등이 그려져 있어 책장을 넘길수록 여름의 정취가 온몸으로 생생하게 느껴진다. 아이부터 어른, 장애를 가진 사람까지 한동네 사람들이 구별 없이 한곳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려 노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그려져 있어 이웃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소반 위에 놓인 다 먹은 수박 한 통과 숟가락들이 묘사되면서 수박 수영장이 실제로 무엇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도록 상상의 여지를 열어 두었다. 책을 다 읽은 후에는 수박 수영장에서 수박살, 수박씨, 수박 껍질 등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놀이를 이야기해 보며 아이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해 보자.
글 그림 안녕달. 창비(창작과비평사). 1만2000원.
◆ 그림만으로도 재미있는 <파도가 바닷가에 남긴 것>
등대가 있는 바닷가에 어느 날 밤 거센 폭풍우가 몰아쳤다. 다음 날 아침, 다시 평온해진 바닷가에 어떤 놀라운 일이 생겼을까? 등대에 사는 소년은 무엇을 발견할까? 과연 파도는 바닷가에 무엇을 남기고 간 것일까?
이 책은 글자가 없는 대신 그림 속에 다양한 볼거리와 이야깃거리가 가득하다. 매 페이지를 꼼꼼히 살피며 그림에 담긴 이야기를 유추하고 상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책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작가가 그림 속에 많은 이야기를 담아 놓은 덕분에 읽을수록 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책을 처음 볼 때는 주인공에 집중하더라도, 다음번에 읽을 때는 다른 인물들에 관심을 가지고 그림을 살펴보면 숨은 이야기를 곳곳에서 발견하며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책을 통해 신비롭고 매력적인 장소인 바닷가의 다채로운 풍경과 여러 바다 생물들을 볼 수 있고, 권말에 정리되어 있는 바다와 등대, 바다 생물 등에 대한 정보 글을 통해 새로운 지식도 얻을 수 있다. 자연 보호의 메시지까지 감동 있게 전달하는 그림책.
그림 앨리슨 제이 번역 김영미 키즈엠. 9500원.
◆ 처음 물놀이를 하는 아이에게 추천! <물이 하나도 안 무서워>
엄마와 함께 간 수영장에 가게 된 벳시. 차가운 물이 몸에 닿고 아는 사람도 없자 집에 돌아가고 싶어한다. 그때 홀리 언니와 포피 언니를 만나고, 언니들을 따라하며 수영장에 익숙해지고 물놀이를 즐기게 된다.
네버랜드 첫걸음 그림책의 주인공 벳시는 엄마, 아빠, 강아지 루퍼스와 함께 살고 있다.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펭귄 인형을 늘 안고 다니는 벳시는 혼자서 집을 떠나 잔 적도 없는 아이다.엄마를 따라 수영장에 가지만 차가운 물에 닿자 금방 물이 싫어 집에 돌아가고 싶어한다.
처음 경험하는 일은 아이들에게 공포로 다가올 수 있다. 그림책을 통해 우리 아이들과 똑같은 불안, 공포, 아픔을 경험하는 벳시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아이들의 마음을 보듬어 주자. 가벼우면서도 아기자기한 헬린 스티븐스의 그림들 또한 책을 보는 아이들의 마음을 가볍고도 경쾌하게 해 줄 것. 처음 수영을 앞둔 아이와 보면 좋을 책이다.
글 그림 헬린 스티븐스. 번역 김여진. 시공주니어. 9500원.
◆ 실수를 극복하도록 도와주는 <앙통의 완벽한 수박밭>
앙통의 수박밭은 완벽했다. 딱 하나, 도둑맞은 수박이 있던 자리만 빼면 말이다. 앙통은 그 빈자리 때문에 괴롭다. 잠도 안 자고, 악몽을 꾸고, 심지어 수박밭을 내팽개쳐 버린다. 앙통의 완벽했던 수박밭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사소한 실수 하나, 작은 실패 한 번에 유난히 집착하는 아이들이 있다. 소지품이 자기 마음대로 정돈되어 있지 않으면 짜증을 부리거나, 양말부터 겉옷까지 저만의 규칙에 따라 착장을 해야 분이 풀리는 아이들도 많다. 하지만 이런 성격의 아이들은 완벽했던 자기만의 규칙이 깨지거나 작은 실수를 범하는 순간 모든 걸 포기해 버리고 손을 놓아 버리기도 한다.
이 책은 실수를 딛고 툭툭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줄지어 늘어선 앙통의 수박들을 길고양이들이 모두 엉클어 놓았을 때 앙통은 그때서야 잃어버린 수박 한 덩이 생각에서 벗어나게 된다. 실수나 실패를 한다 해도 다시 일어나 제 할 일을 하고 제 갈 길을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나지막이 전해준다.
글 토린 로브라 비탈리. 그림 마리옹 뒤발. 번역 박선주. 정글짐북스. 1만2000원.
키즈맘 노유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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