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출산

Pregnancy & birth
[심효진의 육아사생활] 맞춤형 보육, 어디까지 알고 있나요?
입력 2017-06-29 18:32:00 수정 2017-06-29 18:32:00
  • 프린트
  • 글자 확대
  • 글자 축소

얼마 전, 보건복지부로부터 낯선 우편물이 집으로 왔다.

표현도 생소한 맞춤형 보육이 시행될 예정이니 어서 주민센터에 관련 증명서류를 제출하라는 것이었다. 브로셔에 나와 있는 맞춤형 보육의 골자는 맞벌이 가정의 경우 종일반 이용이 가능하지만 아닌 경우는 오후 3시에 하원 하라는 것이었다. 오후 3시면 아이들이 한참 낮잠을 잘 시간인데 이때 하원을 강행한다는 것이 이상했다. 또한 국가에서 시행하는 제도인데 시범운영도 거치지 않고 새 학기도 아닌 7월부터 성급하게 도입하는 점도 의아했다.

어린이집에서 뿅갹이를 하원 시키면서 선생님께 맞춤형 보육에 관해 묻자 본인도 제대로 교육받은 것이 없다며 당장 7월부터 어찌 해야 할지 난감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게다가 종일반에 해당하지 않는 아이들의 경우 보육료까지 20% 삭감당하기 때문에 뿅갹이가 다니는 곳과 같은 소규모 민간어린이집의 경우는 운영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실정이다. 보육료 안에서 교사의 월급까지 챙겨야 하는 어린이집 원장의 어깨가 매우 무겁다. 교사의 월급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먹을거리와 교구까지도 질적 저하를 가져올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는 비단 뿅갹이 어린이집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의 민간·가정어린이집 대부분에 해당하는 상황이다.

방송에서는 연일 일부 어린이집의 아동학대와 원장들의 횡포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 모든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교사들의 처우 개선임을 대부분 알고 있지만 직접적인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은 찾기 어렵다.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하다' 이 명제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보육교사들은 월평균 160만 원이 채 되지 않는 금액을 받고 고용불안 속에서 각종 잡무로 인한 초과근무까지 감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여자들이 하는 애나 보는 그런 일'로 취급받는 것도 모자라 학부모들조차 혹시 내 아이도 학대당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세우고 아이를 재원시킨다. 소중한 내 아이를 맡기면서도 잠재적 범법자를 대하듯 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맞춤형 보육이 시행되면서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우리 아이들이기도 하다. 어른들의 정책싸움에 아직 의사 표현도 제대로 못 하는 영유아들은 불안을 감당해야 한다. 이는 한창 낮잠을 잘 오후 3시에 깨워져 귀가해야하는 아이들에게도 힘든 상황이지만 친구들이 떠나간 이후에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하는 맞벌이 가정 자녀들의 정서적인 불안은 더할 나위 없이 크다.

뿅갹이의 경우도 내가 일이 늦어져 30분만 늦게 어린이집에 찾아가도 "오늘 엄마가 늦게 와서 친구들이 모두 가고 혼자 남아있어 슬펐어"라며 서글픈 표정을 지어 보인다. 하물며 말도 못하는 0세 아동들이 입을 정서적인 타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엄마가 직장에 다니는지 여부로 아이들 사이에서 또 다른 계급화가 이뤄지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보육의 모습은 부모가 동시에 육아휴직을 쓸 수 있어 부모가 아이를 함께 키울 수 있고 복직 후에도 칼퇴근이 가능해 맞벌이인 가정이나 아닌 경우나 차이 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어린이집 보육교사에 대한 사회적인 대우와 인식이 개선돼 교사들도 본인의 직업에 자부심과 만족감을 느끼면서 행복하게 아이들을 돌볼 수 있다면 아이들은 불안없이 행복하게 커나갈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이상적인 이야기일뿐 우리의 현실은 맞춤 보육으로 인해 이상과 더욱 멀어지고 있다. 엄마의 취업 여부로 보육 시간을 가르는 것은 보육의 주체를 여성으로 한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게다가 어린이집에서 일찍 하원시켜야 하는 상황은 여성들의 재취업 의지를 약화시킨다.

뿐만 아니라 4대보험 적용이 어려운 일용직이나 기타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 중이나 이를 증빙하기 어려운 엄마들의 경우에는 진술서를 제출해 자신의 아픈 상황을 공개해야만 종일형 보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마저도 허위로 작성했다가는 징역을 살 수도 있다고 안내돼 있다.

아직 시범시행 결과보고서도 나오지 않은 이 제도의 허점은 그 외에도 있다. 다자녀 가정의 경우 가정주부도 아이가 세 명 이상이면 종일반을 이용할 수 있는데 30대 여성의 평균 출산율이 1.2명인 점을 고려하면 이 제도의 혜택을 과연 몇 명이나 누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보육 문제와 비용 등으로 인하여 둘째도 엄청난 고민 끝에 낳거나 포기하는 것이 현실인데 셋은 낳아야 종일형 보육의 대상자가 될 수 있으니 아이를 맡기기도 전에 가정주부는 과로로 쓰러질 판이다.

이 모든 폐해를 알고 나서 서둘러 주민센터를 찾아가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종일반이 가능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아직도 대부분의 부모들이 국가에서 보낸 안내서만을 접한 채 맞춤형보육의 자세한 사항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을 것이다.

아이들은 사회가 함께 키워나가야 마땅하지만 어린이집과 학부모, 정책 시행 주체 간의 소통은 턱없이 부족하다.

'아이들이 행복해야 한다'는 너무도 당연한 목표를 다 함께 인식하고 양질의 보육환경을 위해 노력할 때 국가가 바라는 저출산 극복이 가능할 것이다. 당장 아이 한 명 키우기도 버거운 사회에서 선뜻 아이를 낳으려는 여자들은 많지 않다.


심효진 육아칼럼니스트

이화여자대학교 졸업
(전)넥슨모바일 마케팅팀 근무
(전)EMSM 카피라이터
(현)M1 정진학원 교육컨설턴트
입력 2017-06-29 18:32:00 수정 2017-06-29 18:32:00

#키즈맘 , #임신출산 , #25-36개월

  • 페이스북
  • 엑스
  • 카카오스토리
  • URL
© 키즈맘,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