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밀린 숙제를 끝낸 것이다.
김경아의 인생에서 ‘4인가족의 완성’을 누가 시키지는 않았지만 언젠가는 꼭 끝내야 할 밀린 숙제 같은 느낌이었다. 주변에서 단 한 사람이라도 ‘길러보니 외동이 좋더군요‘ 했더라면 나는 이 숙제를 과감히 포기할 수 있었을까.
외동인 독불장군 남편과 살면서 ‘아... 외동은 안되겠구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도 그건 일반화의 모순이라며 다른 외동은 안 그럴 것이라며 “여기서 끝!” 이라고 외치기도 수백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에도 열두번씩 낳을까 말까, 외동이 어때서, 그래도 둘은 있어야지, 언제 낳고 언제 키워, 더 늦기 전에 낳아야지 하며 낳았다 도로 넣었다를 반복하다 어쩌다보니(?) 결국 낳게 되었고 낳고 보니 에휴~ 세상 속이 후련하다.
그런데 말이다. 그 길고 긴 고민 끝에 시간은 흘러 흘러 첫째가 미운단계를 지나 미치지 않았나 싶은 여섯 살이 되어서야 태어난 둘째가 말이다.
세상에... 어머머머
너무너무 이쁜 것이다.
심지어 이렇게 이쁜 걸 왜 이제 낳았나 싶게 이쁜 것이다. 첫째 때 누가 3시간만 푹 재워준다면 나라라도 팔겠다며 그렇게 고단하고 힘이 들더니 나름 애 좀 키워봤다고 둘째는 2시간만 푹 자줘도 그렇게 기특하고 대견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조금도 피곤하지 않고 마냥 기운이 펄펄 나는 것만은 아니다. 여전히 잠이 고프고 어깨가 결리고 손목이 쑤신다. 거기에 엄마 뺏긴 상처로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는 첫째의 반항심까지 더해져 약 오후 여섯시경에는 파김치에 소금까지 절여놓은 상태가 되기 일쑤지만 막 목욕을 마친 뽀득거리는 벌거숭이를 꼭 껴안아 줄 때 심장이 쫄깃해지는 그 짜릿한 감정은 오로지 재우는 게 목표였던 첫째 땐 감히 느껴보지 못한 감동이었다.
태의 기운이 넘쳐나는 우리 아파트 단지엔 두 집 건너 한집이 애 셋이고 애 넷도 흔하고 옆 동엔 애가 다섯이라는데 이제 겨우 애 둘 낳아 놓고 괜한 경쟁심에 ‘또 낳아봐?’라는 소름끼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니 이것이 흔히 말하는 ‘내리사랑’이요 ‘딸바보’라는 것일까.
아직도 둘째를 낳을까 말까를 고민하는 외동을 둔 친구에게 감히 이래라 저래라 훈수는 두지 못하지만 이왕 낳고 보니 후회는 요만큼도 들지 않는 것이 저지르길(?) 잘했단 생각이 든다.
변변한 자격증도 없고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이렇다 할 재주도 없이 사는 인생인데 이 땅에 태어나 숨 쉬는 생명을 그래도 둘은 탄생시켰으니 사는게 힘들고 이러쿵 저러쿵 해도 어찌 훌륭하지 아니한가.
글 : 김경아
동아방송대학 방송극작과 졸업
KBS 21기 공채 개그맨
개그맨 동기 권재관과 3년 열애 끝에 2010년 5월 결혼 골인
2011년 4월 든든한 아들 선율 군 출산
2015년 12월 귀여운 딸 지율 양 출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