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엄마들이 벌레라는 말까지 듣게 됐을까. 키즈맘 공식 서포터즈 ‘키울’들과의 만남에서 맘충(mom+蟲)이라는 주제로 대화를 나눠봤다.
글 노유진 사진 김경림
01. 맘충에 대한 생각
비만고양이 어느 시대나 어느 연령대나 개념 없는 사람들은 꼭 있잖아요. 거의 10년 전쯤 제가 대학생 때 유명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도 진상 엄마들 많았어요. 물컵에 아이 소변을 받아서 그냥 두고 나가는 엄마들도 있었고요.
널그리다 맘충이라는 단어가 생기고 나서 무슨 일만 생기면 맘충이라고 하는 것 같아요. 식당이나 카페에서 나올 때는 아이 없는 사람들도 약간 흘리고 나올 수 있잖아요. 그런데 아이 엄마가 음식을 흘리면 바로 “저 엄마 봐라, 저렇게 더럽게 해 놓고 그냥 간다” 이러니까 속상한 거죠. 지저분하면 미안하기도 하지만 눈치가 보이니까 청소를 싹 하고 나와요.
비만고양이 요즘은 경제적 문제나 집 등으로 결혼을 하기 힘든 시대잖아요. 그래서 결혼을 포기한 사람들 눈에는 아이를 바라보는 눈길이 부정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보다 이기적인 엄마들도 많아진 것 같아요. 요즘 아이들은 물론 그 엄마들도 외동이나 둘로 자라왔으니까 얼마나 귀하게 컸겠어요. 다른 사람들의 말에 신경쓰지 않는 거죠.
02. 엄마들이 목격한 맘충 사례
달링맘 저는 엄마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너무 방치하는 몇몇 엄마들을 보면 심하다는 생각이 들죠. 예전에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어떤 엄마가 똥기저귀를 테이블 위에서 갈았다는 기사 댓글들이 엄청났는데, 아이 있는 게 벼슬이냐고 그렇게 키우니까 요즘 아이들이 이상하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건 안타까웠어요. 몇몇 엄마들 때문에 모든 엄마들이 욕을 먹고 있는 것 같아요. 엄마뿐만 아니라 여자 자체에 대해서 비하하는 글들은 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비만고양이 실제로 맘충이라 불릴 수 있겠다고 생각한 사람을 보기도 했어요. 최근에 전혀 모르는 아이가 제가 들고 있는 장난감을 대뜸 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엄마가 그걸 말리지도 않고 보고만 있다가 “주세요 해야지” 이렇게 말을 하는 거예요. 너무 황당하잖아요. 아기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일에 우선권을 가진다는 마인드의 엄마들이 맘충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 같아요. 아기에 대한 배려는 감사한 일이지만 권리는 아니잖아요. 항공사에서는 아이를 이유로 비지니스클래스로 업그레이드해 달라는 엄마들이 굉장히 많대요. 육아 카페에 자랑 글이 올라오면 다른 엄마들도 가서 우기는 거죠. 요즘엔 인터넷으로 확산이 되니까 맘충이라는 말까지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
미소 얼마 전에 백화점에서 큰 웨건을 끌고 온 부모를 봤어요. 아이가 타고 있으면 모르겠는데 그것도 아니었어요. 하다 못해 엘리베이터에 탈 때는 접어서 타야 하지 않나 싶었는데 엘리베이터에도 웨건이 꽉 차니까 ‘이건 아니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03. 엄마 사람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
비만고양이 저는 아이 키우면서 이렇게 눈치를 봐야 하는 줄 몰랐어요. 저희 부부가 외식을 좋아해서 자주 나가는 편인데, 아이가 셋이니까 정말 눈치가 보여요. 아이가 그냥 말을 할 뿐인데도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보니까 엄마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이는 거예요. 기분 좋게 밥 먹으러 간 자리에서 아이들을 쥐 잡듯이 잡게 되고. 이제는 세 아이에게 각각 핸드폰을 쥐어 주곤 해요. 제가 어렸을 때는 이 정도까진 아니었던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세상이 야박해졌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특히 외식은 즐겁고 행복한 일이었는데 지금은 정말 스트레스에요. 아이들 세 명 뒤치다꺼리 하다 보면 저녁 차릴 시간조차 없을 때가 많거든요.
널그리다 저도 공감해요. 저희도 사람들을 피해서 식당이 오픈하는 시간에 가거나, 점심시간이 지나서 손님들이 빠진 시간에 가지 점심 시간에 맞춰서 외식을 한 적은 거의 없어요. 그리고 저는 층간소음 스트레스도 너무 심해서 아예 1층으로 이사를 가기도 했어요. 층간소음 문제는 이웃간에 잘 모르고 지내는 탓도 큰 것 같아요. 잘 알고 친하면 서로 조심하게 되더라고요.
오후햇살 맞아요. 저희 집은 아들만 셋인데, 어디서 쿵쿵 소리만 나면 당연히 저희 집이라고 생각하셔서 계속 전화가 왔어요. 밤 12시, 1시에도 전화가 와서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었어요. 아이들은 9시에 이미 다 재워 놨는데 방금 우리 집 아이들이 쿵쿵거렸다는 거예요. 밖에 나가면 주변에서 불쌍하게 쳐다봐요. 그렇게 이상하게 쳐다보니까 어딜 가서 뭘 못 하겠어요.
04. 사회적 배려가 필요
달링맘 우리나라가 초저출산 국가잖아요. 아무리 출산을 권장해도 사회적인 분위기나 제도 등이 갖춰져 있지 않으니 출산율이 저조한 것 같아요. 제도는 둘째치더라도 사회적인 인식 자체가 임산부나 아이 엄마들에 대해 부정적이잖아요. 이론적으로는 아이를 많이 낳아야 국가를 위해 더 좋은 건데도 아이를 데리고 나가면 불쌍하게 보고, 아이가 많으면 오히려 엄마가 눈치봐야 하고 주변 배려도 없으니까 아이 낳기가 더 어려워지는 듯해요.
비만고양이 쌍둥이 임신 중일 때 큰 아이랑 버스를 타고 집에 가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떤 사람이 아이를 보면서 “거기 좀 앉을게요” 하는 거예요. 그때 아이가 키도 110cm가 넘고 제가 안고 갈 수가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런데 그 사람이 “(아이는)돈 안 냈잖아요”라는 말까지 하면서 비키라고 하는데 너무 기가 막히더라고요. 그날 서러웠던 기억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아요.
널그리다 사람들이 아이 엄마를 배려하기는커녕 오히려 무시하니까 맘충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 같아요. 본인을 낳아서 기른 엄마를 생각하면 어떻게 감히 맘충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겠어요. 무개념 엄마들의 행동도 개선돼야겠지만 사람들이 임산부나 아이 엄마를 바라보는 시선도 바뀌어야 할 것 같아요.
혹시 나도 맘충? 육아 이기주의 탈피하기
어린 자녀를 핑계로 몰지각한 행동을 하는 부모를 비하하는 신조어 맘충. 카페나 음식점, 대중교통 등의 공공장소에서 자녀가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해도 이를 방조하거나 두둔하는 부모들이 이슈화되면서 맘충이라는 단어가 생겨났다. 자신의 아이와 편의만을 생각하는 일부 이기적인 부모들에 의해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불편이 생기기도 한다. 공공장소에서 아이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게 되거나 노키즈존이 늘어가는 추세 등이 그 예다. 점점 예의와 공동체 의식을 외면하고 있는 우리 엄마들. 타인을 생각하지 않은 부모의 모습은 아이에게도 좋지 않다.
자유와 방치는 다르다
예의범절을 가르치는 것이 개방적이고 현대적인 양육 방식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부모들이 있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자신이 원하는 것보다 우선시됐던 과거의 사고방식과는 다르게 요즘은 개인을 타인보다 중요시 여기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모들은 자식의 인성보다 행복에 신경을 쓰고 있는데, 이는 자칫 육아 이기주의로 빠지기 쉽다. 친구 같은 부모가 돼 주는 것은 좋다. 하지만 좋은 아빠엄마 역할에만 몰입해 타인에게 경솔하게 구는 언행을 용납하는 것은 아이에게 자신의 행복과 욕구를 타인의 것보다 우선시해도 좋다고 가르치는 것과 같다. 이는 아이가 자만하고 자기중심적인 사람으로 자라게 한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
아이를 예의바른 사람으로 키우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엄마들도 있다. 아이에게 예절을 가르치지 위해 무조건 “고맙습니다”, “죄송합니다”를 연습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상황 때마다 부모에 의해 사과를 했던 아이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면서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있을 수 있다. 어린아이에게 사과를 종용하는 대신, 부모가 친절을 실천하는 본보기가 되자. 친절하게 행동하라고 지시하는 것보다 부모가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으면서 착한 아이로 남아있을 수 있는 방법은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깨닫는 것이다. 방해를 하는 친구가 있을 때 그 친구에게 장난감을 던지는 대신 “나 혼자 있고 싶어!”라고 확실하게 말하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에게 친구와 사이좋게 지낼 것을 요구하기에 앞서 자녀와 대화를 통해 아이가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스스로 깨닫도록 도와준다.
위 기사는 <매거진 키즈맘> 11월호에도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