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달 간 몸도 마음도 즐거워야 할 임산부들도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고. 네이버 키즈맘 카페(cafe.naver.com/smartmams)에서 활동하는 육아 블로거들에게 이유를 물어봤다.
글 노유진
오늘더사랑해 저는 둘째 임신하면서부터 첫째 아이 육아로 몸이 너무 힘들었다는 점이 고충이라면 고충인 거 같아요. 첫째 아이 케어하면서 임신 초기 버티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요.
미소 워킹맘은 출산휴가 걱정을 빼놓을 수 없죠. 당연한 권리임에도 눈치봐야 하고 남은 사람들이 내 일까지 해야 하니 미안하고 부담스러운 기분이 들어서 힘들었어요.
널그리다 제 동생은 입사 2주 만에 임신 사실을 알게 됐대요. 회사에도 집에도 말을 못 해서 김장에 동원되기도 했어요. 그렇게 몇 개월 동안 버텼는데 여자가 많은 직장에서 같은 부서에 비슷한 시기 임신한 사람이 있어서 나중에는 연차 쓰는 것도 눈치를 많이 봤대요. 출퇴근 시간에도 임산부배려석에서 자는 척하는 젊은 남자들도 많다고 하더라고요. 제 친구도 임신 9개월 때까지 출퇴근길이 왕복 4시간이었는데 정말 단 한번도 자리 양보를 받은 적이 없대요.
오늘더사랑해 저는 만삭인데도 앞에 서 있어도 모른척하고 자는 척하거나 스마트폰 열심히 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큰아이 데리고 외출할 때 퇴근 시간은 피하려고 정말 애를 많이 써요. 그리고 노약자석이나 임산부배려석을 피하려고 출입문 앞에 서 있을 때 딸이 눈치 없이 “엄마, 앉고 싶어…엄마, 앉고 싶어…” 이러면 당황스러워요. 그러면 저는 엄마니까 만삭인데도 아이를 안아줄 수밖에 없어요. 그 모습을 보신 40대~50대 분들은 자리 양보를 해주시더라고요.
오후햇살 저도 노약자석은 피하게 돼요. 저는 큰아이 임신했을 때 20kg 가량 쪘는데 하체에 살이 집중된 편이거든요. 노약자석에 앉아 있는데 어떤 할머니께서 저보고 배 좀 그만 내밀라고, 여기 앉으려고 배 내밀었냐고 그러시는 거예요. 그때만 해도 임산부 배려석이 많이 없었던 시절이었고 저도 어렸기 때문에 그냥 슬그머니 일어났죠 뭐.
유찬맘 저는 임신 5개월 때도 임신한 티가 좀 났던 편이에요. 그때 제가 많이 돌아다녀서 너무 피곤했던 날이었어요. 마침 전철 노약자석에 아무도 없었고 제가 딱 달라붙는 옷도 입은 상태라 누가 봐도 임산부였거든요. 그런데 어떤 할머니께서 박스를 들고 오시더라고요. 옆에 다른 분들이 앉아 계셔서 ‘내가 자리를 비켜 드려야겠다’ 생각했는데, 제가 미처 일어나기도 전에 할머니가 박스를 제 앞에 집어넣더니 “비켜!” 하시면서 저를 탁 밀치는 거에요. 정말 치웠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아요. 저를 자리에서 치우셨어요.
널그리다 저는 블로그 이웃 중에 희귀암환자 분이 계세요. 그분 남편은 미국인인데 미국에서는 위험하다고 시험관 시술을 안 해 줘서 한국에 와서 가까스로 임신에 성공하셨대요. 유전병은 아니었나 봐요. 그분이 너무 힘들고 아파서 노약자석에 앉았는데 어떤 할머니가 욕을 막 하더라는 거예요. 임산부고 암환자라는 이야기를 하니까 “네가 암환자면 나도 암환자다. 거짓말하지 마라!” 하면서 더 욕을 하셨다는 거예요. 그분 말로는 병원은 한국이 훨씬 좋지만 사람들의 배려는 그에 훨씬 못 미친다고 하더라고요.
오후햇살 제가 셋째 임신했을 때 인천에 갈 일이 생겨서 혼자 전철을 탄 적이 있었어요. 큰아이는 걷고, 둘째 아이는 유모차를 태우고 간 거죠. 내리기 전에 문 쪽으로 미리 움직였는데도 사람들이 저보다 먼저 내리겠다고 앞질러 내리는 통에 큰아이는 못 내리고 저랑 둘째가 탄 유모차만 내린 적이 있었어요. 제가 도와 달라고 소리치니까 문 앞에 계시던 남자 두 분이 문이 닫히기 전에 양쪽으로 문을 잡아주셨어요. 그때 어떤 할아버지께서 “왜 애 엄마가 이 시간에 싸돌아다녀!” 하셨는데 그 말을 아직도 잊지 못해요. 지금도 저는 절대로 아이 셋 데리고 혼자 전철 안 타요.
핸나 저는 버스 타고 출퇴근할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사람이 늘 많이 타는 버스라 정말 끼여서 다녔거든요. 배 부여잡고 마음고생 몸고생 있는 대로 했던 기억이 나요.
보꿈깜짝맘 지하철 타고 만삭까지 임산부 교실에 다녔을 때 일인데요. 제대로 줄 서 있는데도 그 사이로 새치기 하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자리 양보는 바라지도 않지만 새치기까지는 좀 안 했으면 싶더라고요. 헛웃음만 나왔답니다.
유찬맘 만삭이었을 때 힘들어서 노약자석에 앉아 있는데 할머니 두 분이 제 앞에 서시더니 눈치를 주시더라고요. 그날 너무 힘들었던지라 바로 못 일어났는데 한 할머니께서 여기 노약자석이니까 비키라고 하셨어요. 임산부라고 말씀드렸더니 “어린 것이 벌써부터 임신했냐, 집에나 박혀 있지 왜 나왔냐”고 소리치던 할머니도 기억에 남네요.
달링맘 임산부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좀 더 다른 시민들의 배려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특히 배가 많이 나오지 않았지만 임신 초기 때는 더 위험할 수 있잖아요. 그때는 노약자석에 앉으면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좋게 보지를 않으시고 임산부라고 이야기를 해도 눈치를 주셔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더라고요. 노약자석은 노인뿐만 아니라 임산부 영유아도 함께 앉을 수 있는 자리인데 말이에요.
오늘더사랑해 젊은 사람들이 몰라서 양보를 못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지금이야 많이 좋아져서 임산부배려석도 있지만, 결혼 전 아가씨 때는 임신하면 얼마나 힘든지, 아이 데리고 버스 타는 게 어떤 일인지 몰랐거든요. 이제는 제가 엄마로서 아이에게 자리 양보와 같은 기본적인 예절을 먼저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해요.
◆ 임산부 배려석, 알고 계신가요?
임산부 배려석이란 서울지하철의 경우 1985년부터 교통약자 지정석을 운영하기 시작해 2008년 ‘교통약자 배려석’을 추가로 도입해 열차 1칸당 지정석 12석, 배려석 7석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교통약자에 포함되는 임산부가 배려석을 사용하기에 무리가 있자 지난 2013년에는 좌석의 양측을 ‘임산부 배려석’으로 지정했다.
또한 서울시는 승객들이 ‘임산부 배려석’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좌석 상단에 가로세로 각 30cm의 커다란 엠블럼을 부착하고, 열차 내 안내방송, 행선안내기, 광고면 등을 활용해 홍보를 시행했다. 아울러 임산부에게 임산부 배려 가방고리를 나눠주기도 했다. 그러나 임산부 배려석은 시민들이 제대로 알지 못해 유명무실한 상태로 전락하고 있다. 임산부들을 위한 자리에 앉아 스마트폰을 만지거나 자는 척하는 승객들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임산부들도 앞에 서 있으면 ‘비켜 달라’는 의미로 받아들일까 봐 오히려 눈치를 보며 피하기 일쑤다.
서울시는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지하철 내 임산부 배려석의 활성화를 위해 좌석 주변 영역을 분홍색으로 통일하고 ‘서울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이라는 문구와 임산부를 상징하는 픽토그램도 넣었다. 서울메트로는 2, 5호선 전체 전동차 내 중앙좌석 양 끝 2석을 임산부 배려석으로 운영할 예정이며 3, 8호선 일부 구간에도 시행할 계획이다. 서울시에서는 올해 중으로 임산부 배려석 약 3700석을 확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롭게 바뀐 임산부 배려석 포스터 부착 및 전동차 내부를 래핑하는 작업, 임부보건복지협회와 함께하는 캠페인 또한 예정돼 있다. 연말 시행될 시민 만족도 의견 조사 결과에 따라, 내년 1호선을 비롯한 다른 구간에도 확대 시행할 예정이다.
◆ 임산부 배려가 필요한 이유
여성이 임신하면 태아를 위해 전보다 더 많은 혈액이 필요해진다. 그러나 임산부가 오래 서 있으면 다리 쪽에 혈액이 몰려 붓거나 혈액 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아 어지러움을 호소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실신하는 임산부들도 많다. 겉으로 표시가 나지 않는 초기 임산부는 더욱 위험하다. 태아의 몸이 생겨나는 시기에 무리하면 유산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문화가 어색한 사람들도 많겠지만 만일 임산부가 자신의 가족이라고 생각한다면 먼 거리를 서서 가게 하지 않을 것. 초저출산 시대,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성숙한 시민 문화가 자리잡기를 예비 엄마들은 바라고 있다.
위 기사는 <매거진 키즈맘> 11월호에도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