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게 낭랑한 목소리에 수려한 말솜씨를 지닌 이정민 아나운서는 9월, 딸 온유의 두 돌을 맞이해 3년차 엄마가 됐다. 자신을 닮아 또박또박 말도 잘하는 온유가 기특하지만 무엇보다 아이가 행복하고 밝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은 여느 엄마들과 다르지 않다.
글 윤은경 사진 안홍섭(스튜디오 포근)
KIZMOM 온유의 두 돌을 축하한다. 많이 커서 말도 곧잘하더라.
감사해요. 이제 떼쓰는 게 시작되는 나이죠. 굉장히 순한 아이였는데 이제 생각을 분명하게 말로 표현하다보니까 엄마로서 당황스럽기도 하고 어떻게 대응할지 어렵더라고요.
KIZMOM 그래도 온유를 잘 다루는 것 같아 보이는데.
온유를 대할 때 기준을 명확히 하려고 노력해요. 아이가 울 때도 무조건 아이가 원하는 걸 들어준다거나 혼내지 않고 원인이 무엇인지, 아이가 떼를 쓰는 건지 원하는 것이 있거나 불편함은 없는지 파악하려 하고요. 한번은 카시트를 타지 않으려고 울더라고요. 그러면 굉장히 위험하잖아요. 그럴 경우엔 아무리 아이가 울어도 원하는 대로 해줄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전달해요. 그리고 아이한테 차분히 상황을 설명해요. "엄마가 온유를 벌주거나 힘들게 하려는 게 아니고 온유가 위험해서 그러는 거야. 이건 꼭 해야 하는 거야. 조금만 참자." 이런 식으로 아이한테 차근히 설명해주는 습관을 기르려고 노력하죠.
KIZMOM 온유랑 놀아주는 걸 지켜보니 연기력도 뛰어나고 표현도 풍부하더라.
아무래도 워킹맘은 전업 주부인 엄마에 비해서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지 않잖아요. 그래서 미안함 때문에 늘 같이 있으면 아이를 웃게 해주려고 해요. 집에서도 공을 던지고 뛰어 논다든지 아이가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즐거운 놀이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책을 읽어줄 때도 많지만 무엇보다 아이가 꺄르르 웃음을 터뜨리는 일이 많았으면 하거든요. 아이에게 행복한 기억을 많이 남겨주는 것이 제가 할 일이죠.
KIZMOM 일을 하느라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적어 아쉽겠다.
그래도 다른 워킹맘들에 비해 자유로운 편이긴 해요. 가끔 녹화하고 늦게 집에 들어왔을 때 저 없이 혼자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면 안 돼 보여요. 출근 때문에 아이랑 헤어질 때도 "온유도 엄마랑 가고 싶어"라고 정확히 의사표현을 하면 더 미안해지고요. 그럴 땐 온유한테 설명해줘요. "엄마도 너무 온유랑 같이 있고 싶은데, 엄마가 방송국에 가야해서 방송국엔 아기들은 못 오거든."
KIZMOM 온유가 또래보다 언어발달 수준이 높은 것 같다. 특별한 교육법이 있나?
특별한 건 없는데, 온유가 언어 감각이 있는 것 같긴 하더라고요. 노래도 한두 번 들으면 가사를 기억해서 거의 완벽하게 불러요. 그리고 아무래도 제가 아나운서다 보니까 일상에서도 분명하고 또박또박하게 말하는 습관이 있겠죠. 얼버무리지 않고 최대한 문장을 완성해서 말하려 하고요. 아이가 불분명하게 말할 때도 다시 아이의 말을 완벽한 문장으로 수정해서 말해주기도 해요. 육아서에도 많이 나오는 얘기지만 그냥 이런 일상적인 것들이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재미로 '아에이오우' 같은 입 근육을 움직이는 놀이도 해요(웃음).
KIZMOM 언어 교육 시작의 적기는 언제라고 생각하나?
제 생각엔 아이가 언어에 호기심을 가질 때인 것 같아요. 사실 한글교육은 너무 일찍 시작하면 오히려 흥미를 잃을 것 같아요. 영어도 마찬가지고요. 아이가 호기심을 보인다면 알려주는 것이 좋지만 아이마다 교육의 적기는 다를 것 같아요. 다만 호기심을 자극해줄 만한 요소를 아이가 경험하게 해주는 것은 좋지 않을까요? 놀이를 통해 경험할 수도 있고요.
KIZMOM 자녀 교육 철학이 있다면?
요즘엔 사실 좋다는 교육 프로그램이나 시설이 워낙 많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미리 시작하는 것이 과연 좋을지 다른 엄마들처럼 고민이 되기도 하고요. 일단 아이의 가능성에 집중하려고요. 어렸을 때 저도 학원을 많이 다니지 않았거든요. 먼 미래를 봤을 때 또래끼리 놀면서 사회성을 기르고 잠재력을 발전시키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KIZMOM 요즘 가장 큰 육아 고민은?
아이가 점점 커가니까 아무래도 사회성에는 문제가 없는지, 어린이집 생활은 잘 하고 있는지 궁금하고 그렇죠. 들어보니 어린이집에서는 잘 지낸다고 하더라고요. 최근에는 친구들한테 밥을 먹여주는 놀이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집에서 놀이로 인형에게 밥을 먹여주곤 하는데 아마도 그걸 따라 하나 봐요.
KIZMOM 출산과 육아휴직 후 방송 복귀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나?
오히려 아이를 낳고 나서 마음이 편안해진 것도 있어요.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나를 지지해주는 가족이 한 명 늘어난 거잖아요. 아이한테 사랑받는 느낌도 있어서 더 마음이 안정되고 일하는 데 힘을 얻는 것 같아요.
KIZMOM 키즈맘과 함께했던 '캐릭터 도시락 만들기'가 쉽지 않은 도전이었던 것 같다. 어땠나?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더라고요. 좀 어렵긴 했는데, 그래도 재미있었어요. 기회가 되면 온유가 좋아하는 캐릭터로 예쁜 도시락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협찬 : 옷걸이자리 한솔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