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수면시간은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중,고등학생들은 무한경쟁에 시달리며 잠을 줄인다. '내가 자는 동안 경쟁자는 한 줄을 더 읽는다'는 압박감을 심어줬기 때문. 잠을 줄여 공부하는 것이 도움이 될까.
나폴레옹은 4시간만 자도 충분하다고 했지만 자신에게 필요한 수면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다. 잠을 푹 자는 것을 인생의 낭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분명 존재한다. 우리가 잠을 자는 동안에는 에너지가 충전되고 지친 몸이 회복된다. 그렇기 때문에 잠은 다음 날의 활동과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어떤 사람은 적게 자도 충분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8시간도 부족할 수 있다.
잠의 효용성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수면의 구조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잠은 뇌파의 변화에 따라 1~4단계로 눈동자가 빨리 움직이는 렘(REM) 수면과 움직임이 없는 비램(non-REM) 수면으로 나눌 수 있다. 느린 파형이 적게 나오는 1~2단계는 앝은 잠으로, 느린 뇌파가 많이 나오는 3~4단계는 깊은 잠으로 구분하는데, 얕은 잠과 깊은 잠은 두 시간 간격으로 반복되고 중간의 렘 수면 단계에는 꿈을 많이 꾼다. 처음 자기 시작할 때는 비렘 수면인 2단계 수면과 서파 수면이 많고, 시간이 지날수록 렘수면의 비율이 올라간다.
수면의학자들은 수면은 양보다 질이 중요하며, 수면에도 효율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수면 효율이란 불을 끄고 누운 시간 중 수면 뇌파가 나오는 비율을 의미하는데 정상인은 90~95%이지만 불면증 환자는 80% 이하를 보인다. 적절한 수면시간이란 자고 일어났을 때 피로가 풀린 것처럼 상쾌하고 평온한 기분이 드는 정도이고, 자는 동안 있었던 일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하지만 잠이 피로 회복을 위해 필요한 것만은 아니다. 공부, 즉 학습과 기억에도 좋은 기능을 한다.
기억을 나누는 방식에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크게 역사나 사회적 사실을 잘 기억하는 서술적 기억과 자전거를 타거나 길을 찾는 것처럼 말보다 몸으로 익히는 절차적 기억으로 나눌 수 있다. 여기서 절차적 기억이 렘수면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루 종일 잠만 자는 신생아에게서 렘수면 상태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50%. 렘수면 시기에는 인체의 모든 근력이 약해져 있지만 두뇌만큼은 깨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활발하게 활동을 한다.
학자들은 자면서 몸이 쉬는 동안에는 뇌가 잡다한 곳에 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되니 낮에는 기본 패턴을 배우고, 낮에 배운 것을 자는 동안 복습하면서 자기 것으로 만들어 낸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잠을 적게 자면 렘수면의 양이 줄어들고 전날 배운 것을 내 것으로 만들기가 어려워진다. 특히 단순 암기보다 악기 배우기, 체육 활동, 문제해결과 같은 절차 기억이 중요한 과제에서 렘수면의 부족은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단순 암기는 깊은 잠이라 할 수 있는 서파 수면이나 2단계 수면의 수면 방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학자들은 일련의 연구를 통해 잠을 잘 자야 대뇌 피질에서 초기 기억들이 강화되어 자기 것으로 저장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서파 수면과 수면 방추의 활동으로 독립적으로 저장되어 있던 대뇌 피질의 정보들이 자는 동안 서로 인연을 맺으면서 연결, 강화된다. 그리고 해마에서는 전날 들어온 정보들을 잘 정리하고 분류해서 대뇌 피질로 전달한 다음, 해마에 남아 있는 것들을 비운다. 그래야 다음 날 새로운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매일같이 잠을 실컷 잘 수 없다. 물론 성취감이 높은 사람은 잠이 조금 부족해도 그것을 학습에 대한 보상으로 여기기 때문에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절대적인 수면 시간이 부족해지면 고도의 집중력과 그동안 배운것을 하나로 엮어야 하는 고차원적 학습 능력이 요구되는 시기에 자기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은 모두에게 동일하다.
잘 자야 공부도 잘한다. 아무리 바빠도 최소한의 수면시간을 확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절대적으로 수면시간이 부족한 우리 아이들에게 잠을 잘 권리, 수면권을 보장하는 것은 정신 건강 뿐만아니라 학습능력을 향상시키는 일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이제라도 빼앗긴 잠을 아이들에게 돌려주자.
<참조 : 엄마의 빈틈이 아이를 키운다(푸른숲)>
키즈맘 모델 신연제
키즈맘 김예랑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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