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엄마들은 임신 사실을 안 순간부터 아기가 들을세라 말과 행동은 물론, 주변 환경과 음식까지 모두 조심하게 된다. 이처럼 태아의 건강과 기질에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한 부모의 몸과 마음가짐이 바로 태교다.
예로부터 선조들은 아기를 잉태했을때 말과 행동, 마음가짐과 식생활까지 조심하면서 태교에 힘썼다. 특히 조선 왕실에서는 격조있는 음악이나 문학 등을 접하면서 장차 나라의 왕자와 공주로 태어날 뱃속 아기들의 태교에 힘쓴 것으로 유명하다.
태교에 대한 임신부들의 열정을 반영하듯 유명한 태교 프로그램은 신청부터 경쟁이 치열하다. 그중에서도 접수 1분 만에 신청이 마감되는 태교 프로그램이 있다고 해서 인기 비결을 알아봤다.
왕실에서 행해지던 태교를 현대 감각에 맞춰 재해석한 것이 바로 국립고궁박물관의 '왕실태교' 프로그램.
2009년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처음 개설된 '왕실 태교' 프로그램은 1기수당 20명씩, 8주의 연속과정으로 이루어졌다. 선조들의 지혜를 배울 수 있어 마음 수양을 하려는 예비 엄마들에게 인기가 높다. 최근에는 다양한 태교활동을 할 수 있는 문예반이 생겨 침선반과 따로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왕실태교를 경험해본 엄마들은 "음악, 문학, 회화 등 조선 왕실의 문화 콘텐츠를 직접 체험하고 건강함과 문화 감수성을 동시에 얻을 수 있어 좋은 시간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매년 100명 정도의 임산부들에게 왕실 태교를 수업하고 있는 권동연 대표를 만나 그가 생각하는 올바른 태교법을 들어봤다.
"정작 저는 임신했을 때 제대로 태교를 하지 못했어요. 워킹맘으로서 막달까지 근무하고 강단에 서야 했기 때문에 태교에 대한 특별한 의지나 의식이 없었어요. 그래도 다행히 박물관이라는 독특한 환경에서 일하는 덕분에 성현들의 서화작품 등 훌륭한 유물들을 많이 보고, 취미였던 서예가 아이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거창한 태교는 못하더라도 심한 스트레스로 아이에게 악영향을 주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게 하는 박물관에서 진행하는 왕실 태교가 임신부들에게 강조하는 점은 무엇일까.
"태교는 산모와 아이의 건강한 정신과 육체의 발달을 위해 행해지는 것인데요. 무엇보다 전통태교는 뱃속의 아이도 태어난 후의 아이처럼 보고 들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합니다. 임신하면 매사 언행을 조심하며 평온한 심리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조심해야죠. 조선시대 왕실에서는 임신부와 태아의 건강과 무사출산을 위해 음식태교에도 많은 신경을 썼어요, 그렇다고 대단한 보양음식을 선호한 건 아니에요. 음양오행의 이치에 맞추어 제철에 나는 신선한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도록 했어요. 반면 지나치게 단 음식은 태아의 골격형성에 좋지 않다고 하여 피했죠. 태아와 임신부의 건강이 가장 중요한 만큼 신선하면서도 균형 잡힌 영양섭취에 신경 쓰시면 좋겠어요. 태아의 건강과 기질에 좋은 영향을 주는 관리법을 배우면서 침선반 문예반 등을 통해 조선 왕실의 품격있는 태교를 몸에 익힐 수 있어 좋아요."
여섯 살 된 딸 서연이에게는 '박물관'이라는 단어가 익숙하다. 박물관에서 일하는 엄마의 영향이다. 권 대표가 딸에게 항상 엄마가 하는 일과 박물관이 어떤 곳인지 알려줘서인지 서연이는 일하는 엄마를 항상 자랑스러워한다.
"어린 자녀들에게 자연스럽게 역사에 대해 흥미를 길러주고 싶다면 인근 박물관을 적극 활용해 보시면 좋아요. 예를 들어 고대사를 공부할 때에는 한성백제박물관이나 몽촌역사관,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이루어지는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즐겁게 역사를 만날 수 있죠. 조선시대 역사에 대해 공부할 때에는 국립고궁박물관, 근현대사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등이 있고요. 학교에서 책 속 사진이나 글을 통해서만 접하던 역사를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재미있고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에요."
외부 활동이 여의치 않더라도 스스로 왕실 태교를 배우고 싶어하는 임산부들을 위해 '왕실태교(베프북스)'는 책으로도 엮어졌다.
배냇저고리를 만드는 침선태교는 두루주머니, 약재파우치 등을 만드는 것으로 변형해 임신부가 집에서 혼자 보고 따라할 수 있도록 했다.
왕실에서 전해내려온 태교 프로그램과 태아의 발육을 돕는 태교음식 레시피도 건강하게 태아와 소통하는 데 도움을 준다.
키즈맘 노유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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